강우일 주교 “생태계 변경‧훼손은 인간과 하느님을 향한 죄”
강우일 주교 “생태계 변경‧훼손은 인간과 하느님을 향한 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12.0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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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사목교서 ‘생태영성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는 소공동체’ 제시
“개발‧성장에 사로잡혀 생태적 무감각에 빠진 어른들” 지적하기도
강우일 주교가 2020년 새해 사목교서를 통해 생태영성의 삶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9일 중앙성당에서 열린 '똑똑 콘서트'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강 주교의 모습.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2020년 새해 사목교서를 통해 생태영성의 삶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9일 중앙성당에서 열린 '똑똑 콘서트'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강 주교의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2019년 사목교서에서 ‘생태영성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라는 지향점을 제시했던 강우일 주교가 2020년 새해 사목교서에서는 신자들에게 생태영성의 삶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강우일 주교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대림 첫 주일이었던 지난 1일 발표한 새해 사목교서를 통해 ‘생태영성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는 소공동체’라는 화두를 던졌다.

강 주교는 사목교서의 첫 문장에서부터 “우리의 보금자리 제주도는 지난 10년 사이에 중병에 걸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인구가 19% 늘어나는 동안 관광객은 세 배로, 자동차는 두 배로 늘어났으며 45.9㎢에 달하는 농겨지와 녹지가 사라졌다면서 “이는 여의도 16배 면적의 자연 생태계가 사라지고 도시화가 무분별하게 진행됐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제주 생태계와 모든 생명의 원천인 지하수가 말라가고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농업용 지하수의 59%가 먹는 물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오염된 현실과 포화상태에 달한 쓰레기 매립장과 하수처리장 등의 사례를 들어 “제주의 생태계가 더 이상 회복과 지속이 불가능한 지경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제주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에 그는 “우리는 생태계의 주인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생태계를 관리 보호하도록 맡기신 생태계를 지키는 집사일 따름”이라면서 “이 생태계를 지속과 회복이 불가능하도록 변형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인간과 하느님을 향한 죄”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지난 10월 전 세계 150개국에서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기후 위기를 우려하면서 등교를 거부한 일을 두고 “젊은이들은 진실을 그대로 꿰뚫어보는 직관적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은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과 동화 같은 경제성장 얘기만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라고 호소한 발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이에 대해 “우리 현실을 엄중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외침은 결코 과장이나 왜곡이 아니”라며 “지금 한국의 어른들, 제주도의 어른들도 오로지 개발과 성장에만 사로잡혀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생태적 무감각에 빠져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지난 2015년부터 9월 1일을 가톨릭교회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온 세상이 피조물 보호에 동참하도록 초대한 프란치스코 교종이 눈앞의 이득만 좇는 사악한 논리에 굴복하지 말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바라볼 것을 호소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도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과 프란치스코 교종의 가르침에 적극 부응해 각 교구, 본당, 개인이 생태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동참하기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주교회의 요청으로 2021년 한국청년대회가 제주에서 두 번째 열리게 됐다면서 “제주에 모이는 한국 교회의 청년들이 젊은이 특유의 순수함과 패기를 통해 어른들이 주저하고 멈칫거리는 피조물 보호에 선구자적 전망과 표징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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