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법, 연극으로 배웠어요”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법, 연극으로 배웠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1.18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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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7> 영주고 연극 동아리

내 안의 이야기 표출하는 1인극 작업, '상처 치유'로 이어져
무대 스탭에서 손인형극 배우까지... "몰랐던 내 모습 발견"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산다.

당신도, 나도, 모두 상처를 가진 주고받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남에게 내 상처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픔을 극복한 용기있는 학생이 있다.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을 그는 해냈다. '연극'을 통해서. 

“올해 동아리 워크숍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1인극에 도전했어요. 자전적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제 성장 과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연기했는데요. 철없던 시절 반항을 많이 했었는데, 부모님께서 상처를 많이 받으셨죠. 그래서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공연을 준비했어요. 엄마의 상처와 제 상처를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달까.” / 영주고등학교 3학년 김준원

영주고 연극 동아리 '날개 돋다'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준원 학생.

영주고 연극동아리 ‘날개, 돋다’의 회장인 김준원 학생은 자신의 상처를 오롯이 1인극 안에 담았다. 각본부터 연출, 연기, 음향까지 모든 것들을 혼자 맡아 준비했단다.

“제가 반항하던 때, 엄마는 매 순간 ‘포기하지 마’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런 순간을 떠올리며 극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극의 마지막은 제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듯한 모습으로 끝나는데요.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 준원

1학년 때부터 연극동아리 활동을 해온 준원. 배우로 무대에 오른 첫 공연 이후,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금은 음향, 극본, 연기, 연출까지 소화할 수준으로 성장해 ‘1인 예술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준원이다.

김준원 학생은 졸업 후 계속해서 '공연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 꿈은 꼭 연극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공연 활동’을 계속 하는 거예요. 어쩌면 음악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고, DJ공연을 할게 될 수도 있겠죠.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 제가 영주고에 입학하지 않았더라면,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제가 동아리를 통해 연극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에요.” / 준원

준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지수 학생도 '연극으로 인해 변화된 삶'을 이야기했다.

“저는 음향 스태프를 지원해서 들어왔어요.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제가 배우를 하게 됐어요. 제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 인형극이었는데요. 손에 인형을 끼고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영주고등학교 2학년 강지수

영주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음향을 주로 담당했다는 2학년 강지수 학생.

무대에 올라 주목받는 것을 꺼렸다는 지수는 연극 동아리 활동 이후 성격이 많이 변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두고 “자존감이 별로 없었다”라고 표현했다.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기까지, 많이 망설였어요. 그런데 막상 와서 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원래 성격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펀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잘한다’라는 칭찬도 많이 듣게 됐고요. 칭찬을 많이 들으니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존감이 올라가니 고등학교 생활이 더 즐거워졌어요.” / 지수

우리가 문화예술을 즐기고, 행해야 하는 이유. 아이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수의 말처럼 예술 활동을 하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준원의 말처럼 내면의 아픔을 마주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보듬게 되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며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고, 아픔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지수와 준원.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비유하자면 저에게 연극이란, ‘친구’같은 존재예요. 무대 위에서 행복할 때가 더 많지만, 공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단원들과 부딪힐 때가 있거든요. 이러한 잡음을 극복하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어요. 친구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함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계속 같이 가는 거죠.” / 준원

“저에게 연극이란, ‘정체성’이에요. 연극을 통해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나도 남들의 시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 ‘나도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제가 연극을 통해 찾은 제 정체성의 핵심은 ‘뮤지컬 연출가’라는 꿈이에요. 3학년 땐 우리 동아리에서도 연출을 맡아 해보고 싶어요.” / 지수

(좌)나에게 연극이란, '정체성'이라고 답한 강지수 학생.
(우)나에게 연극이란, '친구'라고 답한 김준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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