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중학생들의 건축답사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중학생들의 건축답사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1.1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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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을 바꾸자] <6> 서귀포중학교의 도전 ②

우리 곁엔 획일적인 공간이 너무 많다.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야 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맞춰진 공간에 사람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특히 학교공간이 그랬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라는 기획은 제주 도내에서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이들의 활동과, 이를 통해 실제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

이타미 준의 큰딸인 유이화 대표와의 만남도

건축이 삶과 밀접한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돼"

서귀포중학교의 이례적인 건축답사. 아이들이 건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중학교의 이례적인 건축답사. 아이들이 건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서귀포중학교는 학교 교과과정에 ‘공간’ 문제를 집어넣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 공간을 익히도록 만들고, “내가 관리자라면 이렇게 바꿔 보겠다”면서 행동했다. 결과는 좋았다. 학교 공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가 되는 사안들을 직접 고치게 됐으니.

서귀포중학교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학교 밖을 나가는 ‘행동’을 보였다. 다름 아닌 건축답사였다. 중학생들의 건축답사. 쉽지 않다. 건축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가능한 일이다. 서귀포중학교는 학교공간혁신 촉진 건축가인 권정우 대표(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로부터 교내에서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업을 듣고, 현장을 찾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서귀포시는 건축 거장들의 작품이 널린 지역이다. 우리나라 건축가로는 김중업, 승효상 등의 작품이 있다. 여기에 재일동포이면서 평생 한국 국적으로 산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도 있다. 해외 작가로는 안도 다다오, 마리오 보타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며 건축을 알고, 건축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아울러 자신들이 사는 서귀포라는 곳에 세계적 건축 작품들이 널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귀포중학교 학생들. 미디어제주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귀포중학교 학생들. ⓒ미디어제주

서귀포중학교는 얼마 전 학생과 교사가 참여하는 팀을 꾸렸고, 투어를 감행했다. 중학생들의 건축답사는 사상 처음 시도가 아닐까. 일정은 다소 짧았다. 학교 수업을 마냥 빠질 수 없었기에 1박 2일이라는 시간만 주어졌다. 발길을 옮긴 곳은 서울이었다. 학생들은 돈의문박물관,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품인 아모레퍼시픽 본사 등을 찾았다.

특히 이타미 준의 큰딸인 건축가 유이화 대표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직접 유이화 대표의 건축사무소를 방문했다. 유이화 대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세상에 풀어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의 사무소는 ‘ITM건축사무소’이다. 이타미라는 이름이 거기에 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유이화 대표는 학생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제주도의 환경을 배경으로 삼아서 거기에 순응하는 건축 작업을 많이 했어요.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는 바로 이타미 준이랍니다.”

그러면서 유이화 대표는 청소년들이 활용해야 할 공간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제주도는 훌륭한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됩니다. 아이들이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콘크리트 박스 안에서 칠판만 바라보면서 하는 공부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고 봐요.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겠죠.”

유이화 대표와의 짧은 만남이지만 분명 기억되는 만남이다. 학생들에겐 유이화 대표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건축물을 바라보는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건축답사가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이타미 준도 몰랐을테도, 데이비드 치퍼필드라는 낯선 이름은 더더욱 몰랐을테다.

공간을 이해하는 건 단순하게 건축물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공간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서귀포중학교 아이들은 신세계를 경험한 셈이다. 짧은 일정을 소화했던 학생들의 느낌을 들어봤다. 아울러 달라져야 할 학교공간에 대한 생각도.

유이화 대표가 서귀포중학교 학생들에게 이타미 준이 누군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유이화 대표가 서귀포중학교 학생들에게 이타미 준이 누군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중학교 교사들과 학생, 학교공간 촉진 건축가 등이 유이화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중학교 교사들과 학생, 학교공간 촉진 건축가 등이 유이화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학교공간이 과학적이면서도 친환경이 뚜렷한 곳이었으면 해요. 과학적이라는 건 학교공간이 특정 장소에 상관없이 즐기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하는 의미입니다.”(강지운 학생)

“건축 공간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꼭 필요하면서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이우진 학생)

“이번 건축답사를 하면서 이타미 준이라는 사람을 알게 됐어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아가고, 일본인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건축을 선보이려 했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어요. 이타미 준의 딸을 만나게 돼서 너무 감격스러웠고, 뜻깊은 기회였어요.”(김호진 학생)

“이타미 준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식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를 좀 더 잘 알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대신 일본에서 태어났기에 더 국제적인 인물이 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이종현 학생)

“건축답사를 오기 전만 하더라도 건축에 대한 감응은 없었어요. 답사를 하면서 건축이 생활이랑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건축이 여러 방면에서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문시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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