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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9일기도 시작
천주교,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9일기도 시작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11.04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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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11일까지 매일 생명평화 100배, 묵주기도, 미사 등 진행
“제2공항 철회가 제주를 살리는 진리의 길” … 연대와 참여 호소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9일 기도가 3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광화문 인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9일 기도가 3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광화문 인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9일 기도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오후 4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미사로 시작된 9일 기도는 오는 11일까지 매일 생명평화 100배와 개인 기도, 묵주기도와 교회 문헌 및 책 읽기, 그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취소를 기원하는 미사로 이어진다.

제주 지역 112개 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가 지난달 16일부터 광화문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17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노민규씨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도민들의 처절한 목소리에 종교계가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9일 기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제주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제주는 수천년 동안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온 ‘공동의 집’이며,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갈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제주는 제주도민의 것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민의 것만은 아니며, 생명을 사랑하는 모든 일들의 ‘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생명과 평화를 갈망하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가톨릭인들은 제2공항 철회가 제주를 살리는 진리의 길이라는 것을 믿는다”며 “우리 기도가 세상에 널리 퍼져 그 진실이 드러나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소망하며 이 기도회를 시작한다”고 9일 기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이들은 “우리는 제2공항 중단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면서 “제2공항 국책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와 어긋나며,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훼손하는 일이다. 진정으로 제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우리 소리에 귀기울여주시고 결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들은 “그동안 잘못된 구조와 제도 앞에 무력하거나 편승하여 살아온 우리들의 잘못을 성찰하며 이 기도회를 시작한다”며 “우리 기도와 울림이 널리 퍼져 제2공항 제2공항 철회가 이루어지고 죽어가는 소중한 생명들을 위로하며 많은 이들의 연대와 참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제주 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취소 기원 청와대 앞 9일 기도를 시작하며

제주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교종 프란치스코의 말씀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들이 숨 쉬고 위로받고 살아가는 이 땅은 모두 ‘공동의 집’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주는 수천년 동안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 온 ‘공동의 집’이며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갈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주는 제주도민의 것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민의 것만은 아니며 생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집’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갈망하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가톨릭인들은 제2공항 철회가 제주를 살리는 진리의 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세상에 널리 퍼져 그 진실이 드러나고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소망하며 이 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제주의 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정의 구럼비가 사라지고 곶자왈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천년의 숲의 삼나무가 잘려나가고 인간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메말라 갑니다. 폐수가 바다로 흘러넘치고 맑은 물속이 썩어 갑니다. 제주 관광객이 1년에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쓰레기가 넘쳐나고 불법으로 해외로 보내지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생명이 죽어가며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탐욕에 의해 마을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오름이 없어지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 2공항을 반대합니다.

제주 제2공항 추진은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투기를 부추기고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토건자본과 정치권력의 의도된 기획이었습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환경부에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제2공항 사업지구는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고 과수원, 양돈장 등이 입지한 지역"이고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항공기 소음피해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재산상 피해가 생기므로 기존 제주공항을 이용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KEI는 제주도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생태보전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국제적 생태공간으로 보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2공항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배제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힘으로 추진하는 정당성 없는 국책사업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국가권력이 강정 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충분히 경험하였으며 지금도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지금이라도 제 2공항을 철회하여야 합니다.

제 2공항은 공군기지가 될 것입니다

제2공항이 공군기지와 연계해 추진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제주도에 2025년까지 남부탐색구조부대 편성하고 전투기가 운용되는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던 강정 해군기지에 미국 이지스함이 드나드는 것처럼 제2공항이 들어서면 미 공군의 대중국전초기지로 활용될 것입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배전략은 평택과 군산 미군기지, 성주의 사드, 강정의 군사기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제2공항은 미군의 공군기지로 활용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제2공항은 제주를 평화의 섬이 아니라 긴장과 갈등의 섬이 되는 원인이 될 것 입니다.

우리는 제2공항 중단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마음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2공항 국책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와 어긋나며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진정으로 제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우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결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참가자들은 그동안 잘못된 구조와 제도 앞에 무력하거나 편승하여 살아온 우리들의 잘못을 성찰하며 이 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도와 울림이 널리 퍼져 제 2공항 철회가 이루어지고 죽어가는 소중한 생명들을 위로하며 많은 이들의 연대와 참여가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2019. 11. 3.

제주 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취소를 위한 9일기도를 시작하며

생명 ·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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