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학습공동체 꾸리면서 서로의 고민 알게 됐어요”
“학습공동체 꾸리면서 서로의 고민 알게 됐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1.04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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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4일 ‘행정혁신 학습공동체’ 중간보고회
다양한 학습공동체 만들어 문제해결 방안 직접 모색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뭔가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다. 기존 방식 그대로인 삶을 원하는 이들도 있고, 너무 바빠서 바꿀 시간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혁신을 내걸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 이유는 거기서 찾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지금’에 머물 수는 없다. 교육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학교 현장은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가장 많은 변화를 요구받는 현장도 학교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얼마 전부터 내세운 일이 있다. 행정혁신을 해보자는 내용이다. 다름 아니라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하고, 학습공동체를 통해 만든 이야기를 정책으로도 반영하자는 뜻이다. 그 중심엔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있다.

4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마련된 '2019 행정혁신 학습공동체 중간보고회'. 미디어제주
4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마련된 '2019 행정혁신 학습공동체 중간보고회'. ⓒ미디어제주

4일 제주학생문화원. 뭔가 바꿔보자며 모인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학습공동체를 통해 바꾸고 있는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019 행정혁신 학습공동체 중간보고회’라는 주제를 단 만남이었다. 그 자리에서 일선에서 일하는 행정실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됐다.

제주남초 이명숙 행정실장은 올해로 25년차의 교육 행정직 공무원이다.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고, 늘 일에 치이며 살았다.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리는 처지였다. 누군가에게 업무에 대한 고충을 말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런 말을 하더라도 경청해 줄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다.

“사실 여유를 내지 못했어요. 연구회 모임을 해보긴 했으나 행정실의 전반적인 업무 개선은 엄두도 내질 못했죠.”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9월이었다. ‘초이스’라는 학습공동체에 들어갔다. 소규모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업무에 대한 논의를 가지게 됐다.

“작은 학교 행정실은 2명이 학교 일을 해요. 다른 학교의 행정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겨를이 없었죠. 그러다 학습공동체를 구성하면서 수시로 고민을 나누게 된 겁니다. 필요한 일과 필요없는 일을 분석했어요. (이 일을 통해) 주변 학교와도 업무 공유를 하게 됐어요.”

다른 학교의 행정실과도 업무를 공유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이기에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명숙 행정실장은 이젠 그러지 않다고 한다. 학습공동체를 꾸리면서 업무 공유를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학습공동체 사례 발표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학습공동체 사례 발표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학습공동체 활동은 지속됐으면 해요. 더 많은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이 참여해서 더 많은 의견을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견이 수렴되길 바라죠.”

남원초 김진규 행정실장도 만날 수 있었다. ‘ᄀᆞ치 지꺼질樂’이라는 이름을 지닌 학습공동체에 들어 있다. 그는 팀을 대표해 이날 발표 자리에 섰다. 발표를 잘했다는 칭찬도 아울러 받았다.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됐다.

“학습공동체 활동은 처음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막상 해보니 희망이 보였어요.”

그가 말한 ‘희망’은 ‘협력’을 발견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이들의 복지업무는 무척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투쟁을 통해 복지업무를 달성하긴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협력을 통해 함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더 나은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학습공동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김진규 행정실장이 속한 팀은 ‘안전 업무’ 문제를 분석했다. 안전 문제는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사안이다. 어떻게 하면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서 신속하게 안전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물론 ‘표준’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안전 업무는 늘 해오고 있지만 새로 추가되기도 합니다. 행정실과 교무실에 겹치기도 하고요. 공문은 딱 하나만 오고, 딱 하나만 보고를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관계 형성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모국어를 가진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합리적이고 바른 말이라고 하더라도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편해집니다. 서로 배려를 해야겠죠. 업무는 떠넘기면 답이 없습니다.”

갓 시작된 학습공동체 활동. 어떤 이는 교사를 이해하는 방식을 배웠고, 어떤 이는 고민을 함께 들어줄 이들을 만나게 됐다. 물론 작은 변화이다. 그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있다. 모든 변화는 학생들을 위해 쓰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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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직 공무원 2019-11-05 09:00:08
학습공동체 주제 중 '학교시설관리의 전문성 강화와 시설관리직원의 학교시설관리 주체로 변경해 자긍심있는 조직문화 조성 필요성과 시설관리직들이 어려움을 겪는 업무 개선 방안들을 제시'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 매우 동감합니다.
시설관리직은 학교 잡부, 노무자가 아니라 엄연한 '일반직 기술직군 공무원'입니다.
그에 합당한 업무와 대우, 인식개선 등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