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건축인 4인에게 묻는 4문 4답
제주 건축인 4인에게 묻는 4문 4답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11.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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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주저널> 5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제주저널> 5호는 올해 3월에 발간된 점을 참고 바랍니다.

2019 기미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을 알리는 3월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을 맞이하여 제주 건축계 각기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4인의 건축인을 모시고 4문 4답을 진행하였습니다. 4인의 인물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와 2019년도 제주 건축계를 바라보며 함께 고민하면 좋은 화두를 찾고자 하는 질문을 드려 보았습니다. 지면의 한계 상 깊은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지만 좋은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질문1.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먼저 본인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질문2.  현재 건축분야에 종사하는 분으로서 처음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짧게 소개해 주신다면?

질문3.  지금까지의 제주 건축을 들여다 볼 때 2019년도 같이 고민해 보면 좋을 화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질문4.  현재 제4호까지 발간된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의 건축저널 <제주건축>을 보면서 개선해야 할 사항 또는 발전적인 방향의 조언을 부탁합니다.

변상인 서귀포시 건축과장

1.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건축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변상인입니다. 나이는 올해 58세입니다.

2. 인천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제주의 건축 발전의 꿈을 안고 1988년 12월 26일 제주로 돌아와 남제주군청 건축직 공무원을 시작으로 공직생활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공직생활 30년 동안 대정읍, 성산읍, 남원읍, 표선면, 문화예술과, 도시건축과, 서귀포예술의전당, 총무과에서 근무하였습니다. 2018년 1월 11일에 서홍동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후 2018년 8월 28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건축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재직중입니다.

3. 서귀포시의 건축경기는 지난해 대비 연면적 기준 35.6%가 감소하였고, 2018년 12월말 기준 미분양주택이 444세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통계에서 보여지듯이 서귀포시 뿐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전체적인 건축 경기가 침체기에 있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에서는 미분양주택에 대해 홈페이지 등에 정보를 제공하여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미분양주택 해소를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각계의 다양한 대안 도출과 이를 통한 제주 건축 활성화 방향 모색이 현시점에 다뤄야 할 고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제주도에는 안도 타다오, 이타미준, 리카르도 레고라타, 승효상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여 도내에 있는 좋은 건축작품을 널리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용규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1.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 전공 이용규입니다. 집과 사람에 관심이 많아 마을과 길 그리고 거주공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2. 2010년부터 제주대학과 연을 맺게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서 주택의 공공(公共)화를 주제로 SI(Skeleton and Infill) Housing* 을 수학하였고, 이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거주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을 발전시켜 박사 졸업후 연구원으로 근무 하였습니다. 건축은 부친이 대학에서 건축을 교육하신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주택을 사회적 부분(Skeleton)과 개인적 부분(Infill)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2단계에 걸쳐서 공급하는 방식을 ‘2단계 공급방식’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에 의거해 건설된 주택을 ‘SI Housing’이라 한다. 본 방식은 Skeleton의 장기 내용성과 Infill의 가변성을 중시하여, 다양한 거주자 요구에 대응, 장수명 주택 실현 등 주택이 지닌 모순과 과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연구되어 왔다

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누군가 곁에 없어지고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제주는 2010년 순이동률이 양(+)으로 전환된 후 수년간 높은 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난 자리는 든 자리로 채워졌기에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매년 전입인구가 역대 치를 갱신 중에 있는 사이 전출인구 역시 2013년을 기점으로 증가해 2016년 이후 매년 역대 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든 자리는 알고 난 자리는 모르는’ 형국이었습니다. 2019년은 난 자리를 고민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4. 일본 건축가 田根 剛(Tsuyoshi Tane)는 장소의 기억으로부터 생각하는 미래의 건축을 ‘Archaeology of the Future’ 라 하였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건축저널 <濟州建築>은 ‘그냥 좋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기억을 소중히 담고 계신 것 같아 독자로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공간은 기억을 더해 장소가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더 많은 기억들이 건축저널을 통해 차곡차곡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양창용 (주)건축사사무소 오름그룹

1. 저는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소년시절에는 좋은 건축을 하는 목수가 되기를 원했던 기억이 있고 청년시절에는 부자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세 가지의 꿈을 간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2. 처음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시절 도구를 가지고 여러가지 만들기를 좋아했고, 비교적 정교하게 잘 만든다는 주변의 칭찬을 자주 듣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겨 건축을 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며 꿈을 꾸었습니다. 학생시절에는 설계(지금 생각하면 도면 작성)를 하는데 주제를 곧 잘 풀어내고 그것을 표현하고 설명하는데 소질이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게 공부하였습니다. 청년시절(26~35세)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거건축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고 깊이 있는 고민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청년시설(36~50세)에는 건축사를 취득하고 IMF와 함께 사무실을 개업했습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건축은 경제와 예술 사이의 관계 속에서 그 가치를 찾아가는 것임을 이해하는 시절이었습니다. ‘건축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로 건축을 만든다.’는 문구로 건축을 정의했다면 장년시절(51~57세)을 지내면서 건축에 대한 관계 정리가 ‘건축과 자연 그리고 인간’으로 변화된 것 같습니다. ‘건축은 사람일수도 자연일수도 문화일수도 있으며 그 속에 일부분이 존재하는 것. 이런 것이 건축이 아닐까?’라는 이해를 하며 건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조금 여유가 있어야 하겠다.”, “이제 나만의 건축을 자연과 삶속에 녹아 내리게 하는 건축은 어떻게 하면 될까?” 라고 고민합니다.

3. 간단히 정리하여 건축의 ‘제주다움’을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주다움’의 실체에 대하여 정의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저의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면 제주건축은 ‘군락’을 이루는 건축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제주건축의 특징을 어떻게 정의할까 라는 질문에 ‘초가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비·바람을 이겨내야 하고 제주인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 바로 ‘초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대의 제주건축을 배치나 재료보다는 초가의 ‘형태’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형태적으로 초가의 지붕처럼 일체감이 있고 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면 여기서 제주다움도 그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미래에도 제주의 자연유산과 더불어 문화유산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서없이 저의 생각을 얘기하여 보았지만 이처럼 건축의 ‘제주다움’을 자유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요즘의 우리사회의 화두는 무엇보다 ‘소통’의 부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건축인(건축사)이 앞장서서 소통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건축인 말고는 건축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드뭅니다. 또한 건축은 문화적·공공적 측면이 강한데도 대중과의 호흡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건축계에서 하고 있는 일련의 행사(현상설계, 축제, 거리예술제) 등을 일반 시민이 참여하거나 건축사들과 콜라보를 이루어서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듯이 건축저널 <제주건축> 또한 일반 시민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병수 빌딩워크샵 건축사사무소

1. 빌딩워크샵 건축사사무소의 김병수입니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소개가 가장 어렵습니다. 출신, 살아온 과정, 가족, 좋아하는 것 등 사람을 이해하는데는 다양한 면을 알아 가는 게 필요하겠지만 일에 대해서만 생각해 본다면, ‘디자인이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건축설계 하는 사람’이 가장 적합할 듯 합니다.

2. 1993년 중학교 3학년에 집에 있던 신문의 문화코너에서 커튼월로 된 네모난 건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이테크’라는 수식어가 기억이 납니다. 그 작은 흑백사진의 건물은 제가 경험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었고 그 때부터 막연한 동경으로 건축설계를 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다른 주변은 보지도 않고 건축과를 선택한 힘이 되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는 작은 아뜰리에를 전전하다 건축사를 취득한 후 제주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건축 설계에 대한 몇 번의 회의와 긴 고민이 있었고 한 번의 일탈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짧은 일탈이 다른 직업에 대한 모든 미련을 깔끔히 날리고 건축이 천직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3. 건축물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려고 할 때 건축사는 수많은 제약과 반대에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느끼는 두 가지 제약은 건축주의 소양과 시공자의 시공능력입니다. 그중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건축주에 대한 것입니다. 주변에 우스갯소리로 건축주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건물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바라고, 알아보는 사람은 그 수준에 맞는 결과물을 가질 확률이 높고 그렇지 못한 건축주는 평범한 건물을 가질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건축주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예비 건축주를 위한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예비 건축주들이 좋은 건물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주변의 유명한 건물을 운 좋게 찾아가거나 주택의 경우는 모델하우스로 접하는 게 대부분인 듯합니다. 또한 건축의 프로세스, 비용, 공법 등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하는 건축주들이 많습니다. 개개인의 건축사가 각각의 건축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사회비용 측면에서도 낭비입니다. 제주 건축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건축사들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예비 건축주의 소양을 키워나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4. 여러 가지 재미있는 코너가 있어 애독하고 있습니다. 바람이라면 제주 건축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통계자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올해와 내년의 경기가 좋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체감 지표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면 이해가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사 및 건축사사무소의 수, 분기별 인허가의 증감 같은 통계자료가 될 만한 내용을 다루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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