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건 ‘주민의 삶’, 눈앞의 이익이 아니야”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건 ‘주민의 삶’, 눈앞의 이익이 아니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0.24 15: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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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주택, 원도심의 아이콘이다] <1>

10월 23일 첫 강좌: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
"도시재생의 핵심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창간 15주년을 맞은 <미디어제주>가 마련한 ‘2019 제주시 원도심 시민강좌-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 이야기 마당.
10월 23일 오후 5시, 첫 강연자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나섰다.

“2승 5패. 제주에서의 제 전적입니다.”

10월 23일 오후 5시, 고씨주택에서 열린 “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 첫 강좌 시간에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던진 첫 마디다.

2승 5패의 숫자는 그가 구해낸 제주의 건축물 수와 그렇지 못한 수를 의미한다. 지켜낸 건축물이 2채, 지켜내지 못한 건축물이 5채다.

김 국장이 말한 '지켜내지 못한 건축물'로는 옛 제주대 본관, 옛 제주시청사,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농림수산검역본부 제주지원, 옛 현대극장이 있다. 옛 제주대 본관은 그가 막 기자 생활을 한지 오래 지 않아 허물어졌고, 비교적 가장 최근에 허물어진 옛 현대극장은 그의 꾸준한 기획 보도에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그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라는 긴 이름의, 제주와는 다소 관계가 없어 보이는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지키지 못해 미안한, 아픈 손가락이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색의 마술사라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작품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천장에 햇살이 보입니다. 건물 내부는 환상적인 오묘한 색으로 칠해져 있고요. 보이는 곳곳마다 환상적인, 건물 자체가 예술이라 칭할 만한 건축물이었습니다.”

그가 이 작품을 ‘건축물이었다’라는, 과거형으로 표현한 까닭. 이제는 허물어져 더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좌측 상단에 있는 사진이 입구의 천정 모습이다. 방문객은 제주의 햇살이 들어오는 환상적인 장면을 마주한다.

김 국장은 이 작품을 지키려 70여 건이 넘는 기사를 썼다. 기사를 위해 문화체육부 차관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멕시코 대사관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2012년 7월경. 이때부터 작품이 무너질 때까지. 약 7개월 동안 70여 차례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문화체육부 차관도, 멕시코 대사관에서도 건축물의 가치를 알고 보존해달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축가들은 행정에 강하게 말을 못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기자들도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토록 소중한 건축물을 파괴한 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파괴한 걸까.

이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자리에 어떤 건축물이 들어섰는지 본다면 알 수 있다.

현재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있던 자리에는 부영호텔이 들어서 있다. 2013년 3월 6일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라를 허물며, 부영 측이 내세운 주장은 ‘해안 조망이 가려진다’라는 이유였다. 행정은 이것이 등록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철거에 찬성했다. 제주에 있는 수많은 무허가 건축물들을 모두 없애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눈앞의 이익만 좇는 업자들, 침묵하는 언론, 파괴에 동조하는 교수와 행정에 의해 리고레타의 유작은 사라졌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을 제멋대로 지어올린 부영호텔. ⓒ미디어제주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을 제멋대로 지어올린 부영호텔. ⓒ미디어제주

지금의 부영호텔도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이다. 하지만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부영호텔은 작가가 구현한 색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됐다.

김 국장은 만약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제주에 남아있었다면, 엄청난 관광지로 떠올랐을 거라고 말한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료를 지불했을지도 모른다며. 강연 도중에도 한참을 아쉬워했다.

도시재생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의 삶'과 가까이 있어야 가치를 가진다. 김형훈 편집국장은 이날 강의에서 이를 수 차례 강조했다.

“지금까지 계속 지키지 못했던 건축물을 이야기했는데,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즐거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제는 세상이 조금 변합니다. 고씨주택,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앉아 강연하는 이 공간 말이죠. 이곳 또한 사실은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건축물이었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에는 <미디어제주>와 시민들이 함께 살려낸 건축물이 두 가지 있다. 삼도2동,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고씨주택’과 그 옆에 있는 산지천 갤러리다.

탐라문화광장이 생기며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고씨주택은 현재 제주 사람들이 오가는 사랑방이자 자그마한 동네책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 여관 건물이었던 산지천갤러리 역시 광장 사업으로 사라질 뻔 했으나 고씨주택과 함께 원도심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살리자는 목소리로 살아남았다.

“2014년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한다면서 500억원을 투입해 이 일대의 모든 건축물을 없앨 때. 고씨주택도 없애서 휑한 공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어요. 이 건축물을 제보해준 것은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이었는데, 이때부터 고씨주택 살리기를 위한 연속보도를 <미디어제주>에서 했습니다. 글 하나로 시작해 살아남은 고씨주택에서 도시재생을 논하는 첫 강좌를 시작하게 되니 굉장히 감개무량하네요.”

산지천갤러리 옥상의 굴뚝. 옥상에서 원도심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사진은 산지천갤러리가 갓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옥상에 올라가 찍은 장면. 지금은 문이 닫힌 상태여서 볼 수 없다. ⓒ미디어제주
원래 옛 여관 건물이었던 산지천갤러리 옥상의 굴뚝.
옛 옥상에서 원도심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사진은 산지천갤러리가 갓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옥상에 올라가 찍은 장면. 지금은 문이 닫힌 상태여서 볼 수 없다. ⓒ미디어제주

김 국장은 제주 원도심을 취재하며 느낀 점으로 “도시재생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무리 멋진 광장, 최신식 건물이 들어서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면, 도시재생의 방향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을 뜻하는 여러 영어 단어 중, Rehabilita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학용어로는 ‘재활’을 의미하는데, 주민들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주고,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시재생이 아닐까요.”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던 도시재생은 그야말로 ‘돈만 던져 준’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 소위 말해 ‘업자’ 혹은 ‘꾼’들이 돈을 나눠 가지고 나면, 주민에게 가는 돈은 없다. 이런 도시재생이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도시재생은 큰 건물을 사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주차장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어왔죠. 앞으로 도시재생은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무언가’를 바꾸는 행위로 이어져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장 난 대문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의 집을 고쳐주는 일도 도시재생이 될 수 있어요. 이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주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날 강연의 2부는 프랑스의 도시재생 이야기로 꾸며졌다. 라 빌레트 공원, 파데재단 박물관, 퐁피두센터, 몽파르나스 타워, 베르시 지구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중 ‘파데재단 박물관’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파데재단 박물관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을 형상화한 모형.
나무로 된 부분이 보존한 옛 건축물이며, 회색으로 된 부분이 신축한 건축물의 모습이다.

“파데재단 박물관은 옛 건물 외부를 남기고, 그 안에 신축 건물을 집어넣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으로 건물을 지었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로댕’의 작품을 허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파데재단 박물관의 입구, 꼭대기에는 로댕의 작품이 남아 있다. 이 예술 작품을 보전하기 위해 건물 내부만 허물고, 그 안에 박물관을 새로 짓는 까다로운 건축 방식을 택한 것이다.

(좌)바깥에서 바라본 '파데재단 박물관'의 모습. (우)파데재단 박물관 입구, 상단에 위치해 있는 로댕의 작품.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남아있는 건축물은 아니지만,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씨주택과 산지천갤러리도 이와 같다. 부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보존하는 것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미디어제주>와 고영림 회장 등 시민들이 살려내, 오늘날 활용 가능하도록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거친 두 건축물이다.

이토록 특별한 고씨주택에서, 특별한 강좌가 6주 동안 더 이어진다.

다음 강좌는 11월 1일 금요일 5시, ‘제주목관아를 바라보는 눈’을 주제로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연구소장이 강연한다.

수강 인원은 25명이며, 선착순으로 강의 시작 하루 전까지 접수할 수 있다.

강좌가 진행되는 고씨주택 사랑방의 모습. 본래 사랑방은 바깥채에 위치해 있지만, 주택 구조상 더 넓은 공간을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안채를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탐욕을 부리지 말자. 생각해보면 우리가 죽어서 묻힐 땅은 얼마 되지 않는다.”

23일 첫 강연에서 나온 김형훈 국장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탐욕으로 이 땅에서 사라진 소중한 건축물, 그리고 퇴색된 도시재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며.

김 국장의 말처럼 욕심을 버리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도시재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면. 소중한 건축물도, 주민의 삶도 모두 지속 가능하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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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랑 2019-10-25 17:07:43
'카사 델 아구아'의 지상권을 가진 JID는 매입비로 40억∼5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1588

고아랑 2019-10-25 17:06:32
카사델아구아 경우느 전 시행사인 JID가 가설건축물인 '카사 델 아구아'를 자진 철거해야는 데도 오히려 건축비를 받으려고 한 것이 잘못이죠 보니까 40~50억 배팅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