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수업을 통해 민주주의를 경험했어요”
“건축수업을 통해 민주주의를 경험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0.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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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을 바꾸자] <5> 부설초의 미래를 보다

우리 곁엔 획일적인 공간이 너무 많다.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야 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맞춰진 공간에 사람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특히 학교공간이 그랬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라는 기획은 제주 도내에서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이들의 활동과, 이를 통해 실제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건축수업' 때 만든 작품으로 중앙현관 도배

'부설초를 디자인 하다'는 공간으로 탈바꿈

"학교교공간은 어때야 하는지를 공감하게 돼"

학생들이 스스로 낸 의견이 반영되는 걸 경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부설초 중앙현관은 조용한 곳이다. ‘중앙’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이동이 많은 곳은 아니다. 학생들은 오히려 급식실과 이웃한 동쪽 끝의 현관을 더 자주 이용한다. 어쩌면 ‘중앙’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공간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면서 산다. 그건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관건은 어떤 공간을 창출하느냐에 있다. 사람이기에,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이나 식물이 만드는 공간과는 품격에서 차별을 지닐 수밖에 없다. 부설초 중앙현관도 그런 요구를 받는 공간이다.

공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돈’이다. 부설초 중앙현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먼 이야기로 놔두고, 현재 진행중인 변화의 물결만 들여다보자.

제주부설초 중앙현관은 '부설초를 디자인 하다'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부설초 중앙현관은 '부설초를 디자인 하다'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부설초 중앙현관은 얼마전 5학년 아이들이 만들어둔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중앙현관은 ‘부설초를 디자인 하다'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중앙현관을 채운 작품은 학생들에겐 낯선 경험이던 ‘건축수업’을 통해 만든 결과물이다. 건축수업은 콩을 볶듯 ‘후다닥’ 진행됐다. 12차시가 주어졌지만 준비과정은 짧았다. 그럼에도 결과물은 상상 이상이다.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한 5학년 장정주 교사로부터 그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2학기에 만들어진 활동입니다. 다행히 건축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비슷한 교과가 있더군요. 국어는 의견을 조정하며 토의하는 단원이 있었고, 실과는 자립적인 생활관리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그 시간을 활용해서 건축수업을 할 수 있었죠.”

15년차 장정주 교사에게도 건축은 낯선 경험이었다. 어쨌든 부설초의 건축수업은 학교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자리였다.

“예전 학교공간을 떠올리면 공사를 하더라도 교장의 의지가 강했어요. 교장 이외의 학교 주체자들이 의견을 내는 정도는 약했답니다. 만일 학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벽지는 어떤 것으로 할지, 색깔은 어떤 게 좋을지에 대한 그런 정도였어요. 이번은 과정 자체가 달라요.”

부설초의 새로운 도전은 건축이 수업으로 들어왔고, 수업에 건축을 대입시키면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실험하는 계기가 됐다. 낯선 경험일 수밖엔 없다.

“건축을 수업에 대입을 시켜서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를 얘기하게 됐어요.”

장정주 교사는 건축수업을 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달랐다고 설명했다. 건축이 수업에 들어온 것도 특이하지만 그것을 의논하는 방식도 달랐다고 한다. 대체 어떤 게 달랐을까.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맞게 수업을 재구성해야 했어요. 코티칭이 함께 들어갔어요. 특히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었답니다. 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을 나누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어요. 수업을 통해 변화과정을 모색하고 고민을 하는 자리였답니다. 학생들도 스스로 의견을 냈죠. 아주 민주적이었어요.”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했다. 교사는 건축을 몰랐고, 건축가는 수업을 몰랐다. 그런 과정이 있었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도 물론 있었다.

부설초 중앙현관은 학생들이 만든 건축작품으로 가득차 있다. 미디어제주
부설초 중앙현관은 학생들이 만든 건축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미디어제주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학생들에겐 새로운 자극이 됐다. ‘건축’이라는 환상적인 존재가 아이들에게 동기유발을 시킨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오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됩니다. 아이들은 ‘오늘은 뭘하지?’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죠. 일상에서 가르침을 받는 지루함을 타파하게 되죠. 물론 외부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게 안정감은 떨어집니다. 그러긴 하지만 이번 건축수업은 학습자 중심으로 진행된 수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게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수업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겠지만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으로 부설초 공간은 어떻게 바뀔까. 아이들이 만든 공간이 실현될 수 있을까. 5학년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중앙현관을 점유하고 있다. 중앙현관을 오가는 부설초 아이들에게 공간을 다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공유하게 만든다. 앞으로 부설초에서 벌어질 공간혁신을 보려면 중앙현관을 먼저 들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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