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2:01 (화)
“어르신들은 멋진 집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집을 원해요”
“어르신들은 멋진 집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집을 원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0.09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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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또 다른 이야기] <5>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집’

제주시 문화도시 문화기획자 ‘수눌엉멩글엉’팀
사업지구 조천북1길에서 ‘도시재생’ 사업 진행
은빛마을복지센터와 어르신 돕기 업무협약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구를 또 발표했다.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들에게 도시재생은 아주 그럴듯한 포장재 역할을 한다. 특히 사업지구를 발표하면 그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가 많다. 당장 건축을 해야 하고, 사업지구를 운용할 인력도 필요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정말 그럴듯해 보인다. 문제는 해당 지구에 살고 있는 이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도시재생을 수행하는 이들은 주차장을 만들어 주고, 커뮤니티 센터 등을 만들며 다 되는 양 말한다. 정말 그럴까.

도시재생은 과한 포장재를 쓰는 상품을 닮았다.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이다.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주민 개개인이 필요로 한 불편을 해소하는데 미흡해서이다. 이건 부동산 가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땅값을 높이는 개발이 아니라, ‘내가 편안하게 사는’ 그런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제주시 문화도시 문화기획자 모임인 ‘수눌엉멩글엉’팀이 조천북1길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시 문화도시 문화기획자 모임인 ‘수눌엉멩글엉’팀이 조천북1길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주부터 조천읍 지역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사업지구인 조천북1길 해당 가구 가운데 우선 2개 가구에 대한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그 불편을 직접 해소하고 있다. 그러다 조천북1길을 돌며 어려운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이들과 마주하게 됐다. 이럴 때 쓰라고 ‘조우’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수눌엉멩글엉팀과 조우를 한 이들은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들이었다. 은빛마을복지센터는 올해 1월부터 조천북1길의 어려운 이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들 수 있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밑반찬 지원, 병원 이동 도움, 식자재 대신 구입 등의 활동이다. 사회복지사들은 그들이 서비스를 하는 어르신 가구에 매주 3번은 들른다.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의 김영희 사회복지사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조천북1길 어르신 가운데 김영희 사회복지사의 손길이 닿는 가구는 3곳이나 된다.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김영희씨. 미디어제주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김영희씨. ⓒ미디어제주

“어르신들의 생활환경은 모든 면에서 어렵죠. 뭐가 불편한지 여쭈어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해주고 있어요.”

김영희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집안을 꼼꼼히 스캔한다. 뭐가 필요한지를 일일이 체크하고, 필요한 물품을 찾아낸다. 그런 활동 덕분에 벽지도 바뀌고 장판도 교체되곤 했다. 그러나 손을 대지 못하는 게 있었다. 집안 내부는 고쳐줄 이들을 찾았으나, 집 밖은 손을 댈 수 없었다. 손길이 필요함에도 해결은 난망했다. 그때 마주한 게 수눌엉멩글엉팀이었다.

“우리가 서비스를 해주는 어르신댁을 수눌엉멩글엉팀이 와서 고쳐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다음날 방문을 했는데 정말 어르신의 집이 달라지고 있었어요. 너무 고마웠죠. 그때 정말 흥분했어요. 저희가 어르신에게 해드리려고 해도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수눌엉멩글엉팀이 손을 보자 마당이 달라지고, 지붕도 달라졌다. 김영희 사회복지사는 자신들이 하지 못한 부분을 ‘구멍’이라고 했다.

“저희에겐 구멍이 있었어요. 그 구멍을 메워줬어요. 저희가 1월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데, 덩달아 수눌엉멩글엉팀에서 도와주니 너무 좋아요. 어르신들의 표정이 달아졌어요. 예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일 정도이죠.”

수눌엉멩글엉팀이 조천북1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은 곧 퍼졌다.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가 수눌엉멩글엉팀에 함께하자며 손길을 내밀었다. 어르신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표시였다. 두 기관은 업무협약서에 사인, 어르신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함께 고민을 하기로 했다.

수눌엉멩글엉팀이 해야 할 일은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게 집을 손질해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원하는 집은 뭘까. 김영희 사회복지사의 입을 통해 어르신들이 느끼는 집을 그려본다.

김영희 사회복지사가 조천북1길 수혜대상 가구를 찾아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영희 사회복지사가 조천북1길 수혜대상 가구를 찾아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어르신들은 멋진 집보다는 편안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집을 원해요. 우리는 흔히 그러잖아요. 돌아갈 곳이 있으면 행복하다고요. 집은 바로 그런 곳이지요. 어르신들에겐 더더욱 집이 그런 곳이라고 봐요.”

이쯤에서 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르신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대신 전해준 김영희 사회복지사의 말속에 그게 포함돼 있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게 아니라, 있는 걸 더 편하고 안전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참 하나 빠진 게 있다.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는 조천북1길 어르신의 손을 잡고 ‘외식 나들이 프로그램’도 진행해오고 있다.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르신에겐 그래서 편안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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