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더 낳고 싶은 그런 학교공간을 꿈꿉니다”
“아이를 더 낳고 싶은 그런 학교공간을 꿈꿉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0.08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 <4> 부설초 학교컨설팅

우리 곁엔 획일적인 공간이 너무 많다.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야 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맞춰진 공간에 사람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특히 학교공간이 그랬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라는 기획은 제주 도내에서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이들의 활동과, 이를 통해 실제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 부설초 공간 재구조화 최종보고

이인회 교수 학교공간 사용자들의 주권을 인정해줘야

권정우 건축가, 부설초 도서관 중심의 주변 변화 제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교공간을 정말 바꾸고 싶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건축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만 꾸지 않는, 현실을 바란다. 부설초는 그 꿈을 꾸고 있다. 꿈을 현실로 바꾸는 일이 가동된 건 오래지 않다. 길어야 3개월이다.

부설초는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욕망을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에 의뢰했고, 연구회는 3개팀을 가동해 부설초의 의뢰에 답했다. 그렇게 부설초 학교컨설팅은 진행됐다. 그 과정엔 학생들이 함께했다. 부설초 5학년 전체가 참가하는 건축수업은 ‘인기만점’ 교과였다.

7일 부설초에서 열린 공간 재구조화 컨설팅 최종보고회. 미디어제주
7일 부설초에서 열린 공간 재구조화 컨설팅 최종보고회. ⓒ미디어제주

지난 7일은 컨설팅 과정을 담은 최종보고회 날이었다. 최종보고회는 학교내에서 진행됐다.

부설초는 도서관과 학교 건물의 ‘ㄱ’자로 이어지는 사이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지 고민을 해달라고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에 요구했다. 최종보고회 자리에서 그런 고민의 결과물을 읽을 수 있었다.

최종보고회는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이인회 제주대 교수(교육학과)와 컨설팅연구회 건축팀장을 맡은 권정우 건축가(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가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인회 교수는 ‘제3의 교사’로 불리는 교육환경을 부설초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했다.

이인회 제주대 교수. 미디어제주
이인회 제주대 교수. ⓒ미디어제주

“교육환경은 제3의 교사입니다. 가르치는 공간을 부설초엔 배우는 공간으로 적용시켰고, 기록하는 공간이 아니라 표현하는 공간으로 바꿔보려 했습니다. 아울러 교육환경은 사회적인 공간이지만 소통과 공감의 공간으로 이 학교에 적용시켰어요.”

컨설팅연구회는 부설초와 협의를 한 뒤 건축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엔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건축수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 중에 학생들이 느끼는 도서관에 대한 설문도 진행했다. 이인회 교수는 현재의 학교 도서관은 ‘머물지 않는 곳’이라고 진단했다.

“학생들의 상당수는 10분에서 20분만 머뭅니다. 대출이나 반납 위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생들은 도서관이 편리하다고 하면서도 머물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어떤 공간을 탈바꿈시켜야 학생들은 찾을까.

“학생들은 도서관을 재구조화할 경우 모둠토의 공간을 원했고, 사이공간인 경우 소통을 하는 공간이길 원했어요. 결론적으로 학교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로서 학생들의 주권을 인정하고, 교직원들의 요구 역시 반영을 해줘야 합니다. 부설초 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변의 시설을 이용하는 중장기 로드맵도 필요하고요.”

이인회 교수에 이어 최종보고회 자리에 선 권정우 건축가는 건축수업이 가져온 효과와 바꾸길 원하는 학교 도서관의 미래를 제시했다. 우선 건축수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권정우 건축가. 미디어제주
권정우 건축가. ⓒ미디어제주

“선생님과 밖에서 온 선생님, 건축가가 모여서 새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실제 학생을 대상으로 건축수업을 한 결과 관심 밖의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아이들이 함께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게 된거죠. 그래서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느낌을 받게 됐어요.”

권정우 건축가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사진을 보여주며, 부설초의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그림을 그려 나갔다. 학생들이 원하고, 학부모들이 원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최종보고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와~”하는 함성을 내질렀다.

“아이들이 몰려서 놀고 얘기할 공간이 없어요. 도서관이나 사이공간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부설초 주변은 우당도서관, 국립제주박물관, 체육센터 등이 있어요. 부설초 아이들이 아빠와 내를 건너 사라봉과 별도봉의 나무열매를 따는 체험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권정우 건축가는 다음과 같은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다. ‘순덕’이라는 이름은 가상의 부설초 학생이다. 오는 2025년의 모습이 정말 다음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처럼 주말 아빠는 우당도서관에서 제주관련 책을 찾아보셨고
그러는 동안 엄마는 국립체육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받으셨다. 나는 부설초에 새로 생긴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보았다. 운동장이 한눈에 보이는 새로 생긴 도서관은 참 멋있다.

어느 건축가가 설계했는지 모르지만 나도 커서 건축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은 학교 도서관 지붕 테라스에 모두 모여서 도서관 도우미로 오시는 교대생 언니,
오빠들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다. 근처 교수마을에 사시는 아빠친구 분인 교수님도 점심을
같이 드시러 도서관으로 오셨다. 지붕 테라스에서는 사라봉·별도봉이 한눈에 보여서 풍경이
매우 좋다또 교대생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 매일 같이 있으니깐 평소 궁금했던 거를 물어볼
사람이 많아서 좋다. 그중에 난 동원오빠가 참 좋다.

오후는 국립제주 어린이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아빠와 건축교실에 함께 참가 하기로 했다.
엄마는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을 본 뒤 학교 도서관에서 밀린 문서 작업을 하고
계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 엄마,아빠와 같이 학교 옆에 새로 생긴 내를 건너 나무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와야겠다.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25년 부설초 3학년 순덕이의 일기중에서

학부모들은 대환영이었다.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소통공간이 생긴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표했다. 어떤 학부모는 2년 후에는 부설초와 인연을 끊게 된다. 초등생 학부모와는 인사를 해야 한다. 최종보고회에 나온 도서관의 모습, 부설초를 중심으로 그려진 ‘순덕’이의 모습에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를 더 낳아야겠어요.”

학교 도서관은 학교에만 머무는 공간일까. 어쩌면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미래, 그런 미래를 그려보는 일도 중요하다.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 사람들이 오가고, 학생들 역시 지역과 연계되는 그런 교육공동체이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