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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비치축제 4개 영상에 2200만원, "적정 금액 맞아?"
올해 해비치축제 4개 영상에 2200만원, "적정 금액 맞아?"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0.03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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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해봤다1> '0'원으로 동영상 제작하기

개당 수백~수천만원 호가하는 공공기관 동영상 제작 예산, 적정한가
기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직접 동영상 제작해보니..."어렵지 않아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한문연 2015년부터 동영상 등 9억 투입 불구, 유튜브 업로드 영상은 42개
김수민 의원 “국민세금으로 마구잡이식 동영상 제작은 신속히 시정해야”

지난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한국문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놓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일대에서는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축제)’이 열렸다.

이와 관련, 해비치축제를 주최한 한문연은 유튜브 공식 계정에 관련 영상 4건을 업로드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영상 4건 제작에 들어간 예산이 총 2200만원인데, 유튜브 계정의 구독자는 18명에 불과했다. 이는 김수민 의원이 관련 내용을 발표한 10월 2일 기준이며, 10월 3일 오후 10시 기준 한문연 유튜브 공식 채널의 구독자 수는 92명이다. <미디어제주>를 포함한 각종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보도하자 단 하루 만에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8명이다. © 미디어제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10월 2일 기준, 구독자 수가 18명이었다가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3일 오후 10시 기준 92명까지 늘었다. © 미디어제주

게다가 한문연이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

2015년 5월부터 올해까지 동영상 제작 등에 사용한 총비용은 약 9억6561만원에 이르며, 이는 지난해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영상 2건에 2394만원, 2018방방곡곡 문화공감 영상에 2000만원 등의 소요 예산이 포함된 내용이다. 

참고로 10월 3일 오후 10시 기준, 한문연 유튜브 공식 채널에 업로드되어있는 동영상은 총 42개. 이를 단순 계산으로 나눠보면 동영상 1개당 약 2299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것이 동영상 1개당 2299만원을 들여 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 수치만 계산해서는 이렇다는 것이다.)

이에 김수민 의원은 한문연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다른 공공기관들의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을 제시하며 “효과와 비용도 추계해 보지 않고 국민세금으로 마구잡이식의 동영상 제작과 묻지마 유튜브를 개설하는 일부 공공기관들의 관행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정되도록 강력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문연, 올해 해비치축제 영상 4개 제작에 2200만원 소요
이들 중 1개 영상은 해상도 360p로 10여 년 전 수준 저화질

그렇다면 최근에 제작된 해비치축제 영상 4개의 내용은 어떨까.

총 22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제12회 해비치축제 관련 4개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기자는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일단 4개의 영상 중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풀스토리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화질이 처참한 수준이다. 360p의 해상도인데, 이는 10여 년 전 아이폰 3g가 탄생했을 때나 사용했을 법한 해상도다. 해당 동영상에는 ‘화질 무슨 90년대에 찍었음?’, ‘아이폰으로 찍어도 4k인데 360p’ 등 조롱하는 듯한 댓글이 달려 있다.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풀스토리 영상' 중 일부를 갈무리한 이미지. 
동영상이 깨져 보이는 것은 업로드된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3개의 영상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스팟 영상’은 조금 신경을 썼다. 동영상에 간단한 몇몇 효과를 주고, 자막도 성실하게(?)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30초짜리 짧은 영상이고, 제12회 해비치축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라 대단한 기획이나 공이 들어간 영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외에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스케치 영상’과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메이킹 영상’ 두 가지는 영상을 잇거나 사진을 붙여 만든 영상이다. 이런 영상의 경우 위 30초짜리 영상보다 더 만들기가 쉬운 편이다. 자막이 많거나 동영상 분량이 너무 길다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영상은 아니다.

즉, 4개의 영상 모두 누가 봐도 전문 영상 업체가 기획 단계부터 공들였다고 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제작해보니...
“체험판 앱으로 내레이션까지 더빙 가능”

영상 제작, 얼마나 어렵기에 개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소요된 것일까.

궁금해서 기자가 직접 해봤다. 기자의 스마트폰 노트9으로, ‘Rush’와 'Viva Video'라는 이름의 두 개 앱을 사용해 각각의 영상을 만들었다. (최초 가입 시 무료로 제공되는 체험판 기능 활용)

영상의 원본 소스는 기자의 스마트폰에 있던 영상이다. 기자의 애견 ‘요미’가 주인공이며, 애견카페에서 대충 찍었던 영상을 자르고, 붙여 만들었다.

특히 Rush 앱으로 만든 '요미의 사랑' 동영상에는 직접 내래이션도 넣었다. 단, 스마트폰에 내장된 녹음기를 사용하다 보니 다소 잡음이 함께 녹음된 점이 아쉽다.

동영상 편집은 난생처음 해보는 기자가 각각 30여 분만에 제작한 아래 영상을 보며, ‘동영상 제작’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를 안다면, 예산을 과다하게 책정해 제작된 공공기관의 동영상들을 찾아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이 허투루 쓰인 듯한 동영상 혹은 콘텐츠가 보인다면 <미디어제주>에 제보해도 좋다.

아, 그리고 노파심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기자가 제작한 이 영상이 훌륭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를.

이 정도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기사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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