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죽고 싶지만 진실 밝힐 수 없어 견디고 있다”
고유정 “죽고 싶지만 진실 밝힐 수 없어 견디고 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9.3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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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4차 공판서 직접 쓴 8쪽 분량 진술서 읽어
피해자 먼저 성범죄 시도 방어 과정 우발적 범행 주장
“카레는 먹지 않았고 수박 자르는데 뒤에서 접근해 와”
“지금 남편 화가 난 상황 작년 사둔 도구로 나쁜 행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여)이 재판정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30일 201호 법정에서 살인, 사체 훼손 및 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고유정은 지난 3차 공판에서 PC로 작성된 A4 용지 18쪽 분량의 진술서가 재판부로부터 거부되자 이날 공판에는 직접 손으로 적은 8쪽 분량을 들고 나왔다.

재판부로 부터 발언(진술) 기회를 얻은 고유정은 자신의 아들과 가족, 피해자인 전 남편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해당 사건이 피해자인 전 남편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했음을 주장했다.

고유정은 이날 "아이와 엄마가 만나 둘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날, 하지만 지금은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당장이라도 죽어 없어지는 것이 낫겠다 싶다가도, 내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도 밝힐 수 없기에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일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5월 25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마트에서 그냥 헤어졌더라면, 내가 고집을 부려서라도 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공소장에는 (나에게) 그 사람(피해자인 전 남편)에 대한 증오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내 아이에게도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6월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6월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고유정은 사건이 발생한 키즈펜션을 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인터넷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키즈펜션을 찾았고 가격도 하루에 15만원 정도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피해자가 키즈펜션까지 함께 간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따라 나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해진 면접교섭 시간이 (사건이 발생한 5월 25일) 오후 6시까지여서 피해자가 펜션에 가서 시간을 채우고 싶다고 했고, 아들이 마트에서 피해자가 과자를 사주자 '삼촌 같이 안가?'라고 말을 했고 피해자가 고유정의 조수석에 같이 탔다는 것이다.

고유정이 펜션 내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아이와 추억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피해자에게 졸피뎀이 투입된 경위로 알려진 '카레'에 대해서도 고유정은 부정했다.

피해자 혈흔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졸피뎀 성분은 고유정을 기소한 검찰이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고유정은 "아이가 잘 먹는 카레를 했고 셋이 함게 식사를 하는데 그(피해자)는 약속이 있다고 식사를 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에도 1시간 넘게 깨어 있었다. 다른 사람과 통화했고 잠을 자지도 않았다" 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우발적임을 역설했다.

고유정은 "아이가 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른 방에서 노는 동안 수박을 잘라달라고 해 칼로 썰려고 했는데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보니 그 사람이 바짝 다가와 내 신체를 만졌다"며 "내가 '뭐하는 짓이냐'고 했지만 그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가만히 있어. 금방 끝난다'고 했다"고 울먹였다.

방청석서 “거짓말” 항의에 “내 말은 진실” 반박

高 “과장된 추측으로 인한 처벌받고 싶지 않아”

진술서를 읽어내려가던 고유정은 방청석에서 "거짓말하지 말아라.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항의가 터져나오자 "내 말은 진실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고유정은 "싱크대 앞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도망쳤지만 그 사람이 칼을 들고 쫓아와 칼을 들이대며 '감히 네가 재혼을 해. 혼자만 행복할 수 있느냐'고 했다"며 "막아보려하다 칼에 베이기도 했다. 그가 칼을 놓고 내 옷을 풀고 있었는데 몸을 틀다가 (손에) 칼이 잡혔다. 눈을 감고 그를 향해 힘껏 질렀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 때 가만히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며 "그 사람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를 할 때 그의 힘이 빠진 것 같았다. 나를 쫓아오다 쓰러졌다"며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후 펜션 주인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서는 아이 앞이어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여)이 30일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여)이 30일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미디어제주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한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의 남편과의 관계를 들었다.

고유정은 "사건 다음날 오전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 뒤 '이제는 죽자'를 되풀이했지만 내 억울한 사정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살인자로 인생을 마칠 것 같았다"며 "지금의 남편이 이해해준다면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남편은 (내가 전 남편과 아이 접견을 위해 제주에 온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닿아 화가 난 상황이었다"며 "그러다 지난해 가을에 사 둔 도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쁜 행위에 이르렀다. 너무 죄송스럽다"고 했다.

모 마트에서의 반품 행위와 청주에서 경찰에 체포될 때 '왜요. 내가 안 그랬는데요'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 남편에게서 벗어나려한 행위, 그런 원망이 나에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진술을 마치며 "뉴스를 보는데 무섭고 두렵다. 나의 일상이 이 사건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이 무섭다"며 "(범행에 사용된) 부엌칼도 마트에서 1만8000원 짜리를 할인해 1만3000원에 팔길래 산 것이고 졸피뎀도 차에 둔 적이 없다. 지금의 남편이 어디서 찾아서 갖다준 것 같다. 지금의 남편은 (나를) 아내가 아닌 그저 다섯 번째 여자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와 함께 "내가 저지른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싶고 과장된 추측으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 더 이상 내 아이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이 후회된다.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미안하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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