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건축가에게 장소성과 지역성은 피할 수 없는 존재”
“건축가에게 장소성과 지역성은 피할 수 없는 존재”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9.2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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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가회, ‘2019 제주건축대전 초청강연회’
중국의 차세대 건축 리더인 자오양에게서 듣다
‘일상성과 장소성’을 주제로 지역의 특색 강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중국의 재능 있는 건축가가 제주에 들렀다. 중국의 작은 도시 ‘다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자오양이다. 만 나이로 40이 아직 안된 그는 중국 윈난성의 다리에서 자오양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 도시 다리에서 활동하지만 그의 영역은 세계적이다.

자오양은 2010년 매거진 <월드 아키텍처>에서 주는 WA건축상을 받았다. 2012년엔 일본에서 진행된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창의 프로그램의 멘티로 선정돼 1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엔 일본의 건축 전용 갤러리인 ‘마’에서 열린 ‘아시아 사람들의 일상으로부터’라는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오양은 세계무대를 누비며 활동하지만 ‘지역성’을 무척 강조한다. 지역성은 건축을 하는 이들에겐 늘 고민거리이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오양은 칭화대를 거쳐 하버드대를 나오는 등 최고의 수학과정을 거쳤다. 대도시에서 건축사무소를 차릴 법도 하지만 작은 도시에 머무르는 이유는 뭘까. 그에게서 그 이유를 듣지 못했지만 지역성을 더 알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윈난성 다리는 바이족의 자치주에 있다. 거대한 호수를 마주 보는 인구 50만명의 도시이다. 그는 먼 길을 돌아 지난 27일 제주에 왔고, 제주도내 건축가들과 건축을 배우는 제주대 학생들을 만났다.

우리가 늘 생활하는 환경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문제였다. 어쩌면 그건 지역성과 맥을 같이 한다. 그가 해오고 있는 작업들이 바로 지역성이면서 장소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오양은 지역성과 장소성이라는 문제는 건축가라면 누구든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의 젊은 건축가 자오양. 장소성이나 지역성은 매일 마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미디어제주
중국의 젊은 건축가 자오양. 장소성이나 지역성은 매일 마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미디어제주

“건축작업엔 지역성과 장소성이 늘 나타납니다. 실재 존재하느냐는 이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성과 장소성은) 매일 만나야 하는 현실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가 해오고 있는 작업은 알게 모르게 지역성과 장소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설계한 ‘예술가의 집’만 하더라도 그렇다. 예술가 부부를 위해 설계한 이 집은 바오족 원래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가 말하는 지역성과 장소성을 더 들어보고 ‘예술가의 집’으로 들어가 본다.

“다리 지역은 최근 대도시 사람들이 귀향·귀촌을 많이 하는 곳입니다. 다른 지역의 문화가 차츰 유입되죠. 하지만 다리의 장소성은 대도시와 다릅니다. 베이징처럼 계획된 부지가 아닙니다. 다리 지역의 필지 형태는 제각각입니다.”

특히 다리시는 바이족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바이족은 집안 내부에 안마당을 잘 갖추고 있다. 예술가의 집도 그걸 따랐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여러 정원을 지닌 바이족 전통 가옥을 보는 느낌을 살렸다. 얼마든지 높게, 얼마든지 눈에 띄게 지을 수도 있을테지만 그걸 배격했다. ‘배격’이라는 단어보다는 그가 말하는 ‘장소성’이 잘 스며든 그런 건축물이다.

윈난성 서북쪽에 있는 메이리 설산. 여기에도 자오양의 작품이 있다. 메이리 설산은 신성한 곳이다. 티베트 계열인 중국 소수민족 장족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오는 곳이 메이리 설산이다. 메이리 설산이 보이는 곳에 장족의 전통주거를 호텔로 재탄생하게 만드는 작업이 자오양에게 주어졌다.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2019 제주건축대전 초청강연회’를 끝내고 기념촬영으르 하고 있다. 지난 27일 진행된 이날 초청강연회 자리에서 중국 건축가 자오양은 ‘일상성과 장소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미디어제주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2019 제주건축대전 초청강연회’를 끝내고 기념촬영으르 하고 있다. 지난 27일 진행된 이날 초청강연회 자리에서 중국 건축가 자오양은 ‘일상성과 장소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미디어제주

자오양은 장족의 전통 주거지를 살려서 호텔로 부활시켰다. 장족의 전통 주택에서 영감을 얻은 자오양은 2층이던 건축물을 4층의 고급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호텔 내부는 태양을 받아들이는 그물망 모양의 금색을 띤 금속판이 있다.

“장족의 주택은 두꺼운 벽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생활은 벽이 두른 안쪽에서 이뤄집니다. 밖에서 전혀 도드라지지 않는데, 호텔에도 그걸 심었어요. 티베트 건축물은 지붕에도 금색이 있어요. 호텔 내부에 담은 금색은 티베트의 색이기도 하고, 장족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색이기도 합니다. 장소에 대한 존중이라고도 할 수 있죠.”

자오양의 건축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제주에서 장소성은 무엇인지를 묻는 듯하다. 제주사람들이 애초에 가지고 있던 건축에 대한 느낌을 새롭게 해석해서 풀어내는 게 장소성이지 아닐까. 그런데 과연 과연 제주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건축물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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