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6:27 (금)
제주아트센터 오페라 '카르멘', “100% 즐기기 꿀팁”
제주아트센터 오페라 '카르멘', “100% 즐기기 꿀팁”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9.2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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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트센터 기획제작 오페라 '카르멘', 9월 26~27일 공연
'오페라'가 생소한 이들을 위해, "카르멘,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오페라.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제주에서 오페라를 즐겨보는 이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오페라가 생소하기 때문일 터.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를 선보이는 극장은 드문 편인데, 이는 오페라 특성상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 성악가를 배우로 섭외하는 것부터 오케스트라, 무대미술, 의상, 음향, 조명까지. 오페라를 제대로 선보이려면 제작비는 '억' 단위가 된다.

그런데 제주아트센터가 오페라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 '라 트라비아타(춘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오는 27일부터 28일, 두 차례 상영될 오페라 ‘카르멘’. 한국, 프랑스, 중국 등 3개국 성악가들이 함께 출연해 더욱 주목을 받는 이번 작품 관람을 앞두고, 오페라 ‘카르멘’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름하여 '오페라 ‘카르멘’ 더 재미있게 즐기기 꿀팁'. ‘미카엘라’ 역을 맡은 강정아 배우의 솔직한 증언을 참고해 들어보자.

 

꿀팁1. 오페라가 무엇인지 알고 보자

이런 말이 있다. ‘오페라는 복합 예술’이라는 말. 성악, 곡, 미술, 연극, 의상, 무대, 심지어 문학까지 모든 장르 예술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예술이 바로 오페라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인지 전세계적으로 문화예술이 융성한 도시들에는 전용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평일에도 늘 오페라 공연이 이뤄진다.

“오페라(Opera)의 어원은 ‘작품’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Opus’예요. 이는 이탈리아 16세기 말 나타난 음악 연극 방식인데, 탄탄한 ‘문학 작품’이 극의 기본인 경우가 많아요. 작품이 곡 대본으로 만들어지면, 음악, 무대장치, 의상, 무용, 연기 등이 더해져 오페라로 탄생하는 거죠.” / 오페라 ‘카르멘’, 28일 공연 미카엘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정아

흔히 오페라를 뮤지컬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강정아 배우는 오페라와 뮤지컬과의 가장 큰 차이는 ‘오케스트라’라고 말한다.

녹음된 배경음악 위에 노래하는 뮤지컬과는 달리, 오페라 무대에는 오케스트라가 있어 실시간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따라서 훨씬 더 풍부한 음향으로, 생생하게 곡을 즐길 수 있다.

“오페라는 복합무대예술’이라고 하잖아요. 맞아요. 오페라에는 음악, 무대장치, 의상, 무용, 연기, 문학까지 모든 예술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이 융성한 도시들에는 전용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평일에도 늘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죠.” / 강정아 배우

강 배우는 비엔나 유학 시절 경험한 신선한 충격을 이야기했다. 세계 3대 극장 중 하나로 불리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이하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방문했을 때 경험이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유명한 공연이 열린다고 하면, 티켓 구매를 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이들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나 인기 아이돌 가수가 공연한다고 했을 때처럼 말이죠. 클래식 공연을 대중 공연처럼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닐 거예요. 오랜 시간 쌓여온 문화예술의 도시, 비엔나의 내공 덕분이겠죠.” / 강정아 배우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페라 극장의 내부 모습.

그는 성성한 백발로 오페라 관람을 위해 줄을 선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 부러운 문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오페라 ‘카르멘’ 이후, 제주아트센터의 기획제작시리즈가 계속되어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문화가 제주에도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꿀팁2. 제주 사람들이 만들다

앞서 밝혔듯 이번 공연은 제주아트센터가 기획해 만든 오페라다. 이는 작년 ‘라 트라비아타(춘희)’에 이어 두 번째 기획으로, 제주그랜드오페라단과 코리아솔로이츠오케스트라, 제주·서울·프랑스·중국 성악가 등 150여명이 참여하는 대형 오페라다.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오페라 '카르멘'의 출연진.

주역 배우의 상당수가 제주가 아닌, 서울 및 외국 성악가라는 점이 아쉬울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오페라 자체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장르이기도 하고, 제주에서 제작했지만 외국 배우가 등장하며 주인공이 제주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공연의 주축은 제주 사람들이다. 150여명 출연진 중 무려 70~80여명이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와 인연이 있는 예술인들이다.

먼저, 공연의 총감독은 제주대학교 김정희 교수가 맡았다. 연출은 제주 출신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강혜명이 담당한다.

카르멘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역 중 ‘돈 호세’ 역은 제주대 박웅 교수가, ‘미카엘라’ 역은 비엔나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제주 출신 강정아 배우가 출연한다.

오페라 곡의 중심축, 오케스트라로는 제주 출신 김차원 단장이 이끄는 코리아솔로이츠오케스트라가 활약한다. 이외에도 제주대합창단, 소리풍경어린이합창단, 레아플라멩코무용단 등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기획은 제주아트센터 김태관 주무관의 지휘 아래 만들어졌다.

공연에 대한 기획부터 오케스트라, 주역 배우, 합창단 등 제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오페라 ‘카르멘’인 것이다.

 

꿀팁3. 기존 카르멘과 다른 해석

제주아트센터 오페라 '카르멘'의 연출, 배우, 안무가의 모습.
(왼쪽부터)미카엘라 역의 강정아 배우, 에스카미요 역의 시항 배우, 카르멘 역의 안소피뱅샹 배우, 지휘에 필립 베스트레, 연출에 강혜명, 돈호세 역의 장노엘 배우, 안무에 최재원, 모랄레스 역에 제주대학교 고승보

오페라 ‘카르멘’의 연출을 맡은 강혜명은 주로 오페라의 주역, 솔리스트로 활동해온 성악가다. 영화배우가 영화감독을 하는 것처럼, 성악가나 연극배우가 공연의 연출을 맡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그런데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배우 생활을 오래 하던 이가 연출을 맡은 경우,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기자의 사견을 보태 말하자면, 배우 출신 연출가의 공연에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실험적인 도전이 숨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번 오페라 ‘카르멘’에서 강혜명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기존 ‘카르멘’과는 다른 캐릭터 해석을 요구했다.

특히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미카엘라’는 카르멘과 정반대의 여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정열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수하고 청순한 미카엘라. 이것이 오페라 ‘카르멘’의 일반적인 캐릭터 묘사 형태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주역 미카엘라를 연기할 제주 출신 강정아 배우.

“강혜명 연출께서 저에게 요구하실 때, ‘그 누구보다 강인한 여인’으로 미카엘라를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죠. 기존의 미카엘라는 순수, 순진, 가여움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여인이거든요. 그래서 상상을 해봤어요. 극 중에서 미카엘라가 사랑하는 남자, ‘호세’를 찾으러 가는 깊은 산 속, 밀수업자의 은신처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여리고 착한 미카엘라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갈 수 있었던 용기. 그 용기의 원천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단순한 ‘사랑’만으로는 안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 심정으로 아리아 “이젠 두렵지 않아(Je dis que rien ne m'épouvante)”를 부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미카엘라가 호세를 사랑하는 감정에는 ‘모성애’가 포함되어 있었을 거라고.” / 강정아 배우

‘사랑’은 이를 느끼는 사람에 따라 여러 모양을 띤다. 누군가는 ‘질투’로 점철된 사랑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사랑을 한다.

그리고 강 배우가 선택한 미카엘라의 사랑은 ‘모성애’가 바탕이 된 사랑이다.

이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각자가 해석한 캐릭터의 숨은 모습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다.

참고로 강 배우는 미카엘라가 성당에 다니는 신자일 것이라 해석해 기도하는 장면에 성호를 그릴 예정이라고.

다만,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주역들의 원래 캐릭터를 잘 모르는 이들도 있을 터. 이들을 위해 ‘카르멘 등장인물의 원래(?) 성격’을 소개하겠다. 아래 내용을 잘 기억한 뒤, 이번 공연에서 펼쳐질 색다른 점을 찾아보자.

<오페라 '카르멘', 일반으로 묘사되는 인물의 모습>

카르멘: 매력 넘치고,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변덕이 심하다. 처음에는 돈 호세와 사랑에 빠졌다가 금세 싫증을 느낀 뒤, 에스카미오로 환승(?)한다. ‘카사노바’의 여자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돈 호세: 성실한 직업 군인. 고향에 어머니와 약혼녀 미카엘라가 있지만, 카르멘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에 빠진다. 이후 카르멘 대신 감옥에 갇히거나 함께 밀수업자와 어울리지만 카르멘의 변심으로 좌절하며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미카엘라: 돈 호세의 약혼녀. 호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편단심’의 모습을 보인다. 호세가 카르멘에게 푹 빠져 있는 동안에도 한결같이 그를 바라보는 이 시대의 순정녀.

에스카미요: 용맹하고 자신만만한 멋진 투우사. 아름다운 카르멘에게 반해 열정적으로 구애를 하고, 카르멘의 사랑을 얻는다.

기사를 통해 이번 공연에서 기대되는 점들을 잔뜩 이야기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오페라 공연에서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 무대미술과 의상에 제주 사람들의 손길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제주아트센터 김태관 기획자에 따르면, 제주에는 무대미술 전문가가 많지 않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무대미술은 서울의 연출팀이 담당하고, 의상도 서울에서 가져온다.

좋은 공연을 기획하더라도 무대미술을 연출할 인력이 없다면, 비싼 물류비를 들여 제주로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서 김 기획자는 도내 대학에 무대미술, 무대연출 관련 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런데도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 제주에서 기획제작한 클래식 오페라이기 때문일 터.

오는 27일부터 28일 열릴 공연의 1층 좌석은 현재 매진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 2층 좌석이 남아있으니 관심 있는 도민은 꼭, 관람하기를 바란다.

참고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사랑회원에 가입하면 3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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