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야구부 존폐 문제..."학부모와 학교, 첨예한 온도 차"
제주고 야구부 존폐 문제..."학부모와 학교, 첨예한 온도 차"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9.2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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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유일 야구부 가진 제주고, 2020학년도 야구부 신입생 모집 안 해
학부모 측,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에 불만”, “도내 야구부 위기 될 수 있어”
학교 측, "엘리트스포츠 지양하는 교육부 및 교육청 정책 현실 반영한 것"
9월 23일 오전 11시 제주도민의방에서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와 신광초등학교, 제주남초등학교, 제주일중 야구부 학부모 들이 '제주고 야구부 폐부 반대'를 외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도내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야구부를 운영 중인 제주고등학교가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서 야구부를 제외하며, 지역 학부모들이 반발에 나섰다.

제주고등학교는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0학년도 제주고등학교 신입생 전형요강’을 발표했다.

‘2020학년도 제주고등학교 신입생 전형 요강’에 따르면,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선발하는 총인원은 6명. 여기에 야구 종목은 없다. 즉, 제주고는 2020학년도부터 야구부 신입생을 뽑지 않을 예정인 것이다.

현재 제주도내에는 초등학교 2개교(신광초, 제주남초)와 중학교 1개교(제주일중), 고등학교 1개교(제주고)에 야구부가 있다.

제주고는 도내 유일 야구부가 있는 고교다. 제주고 야구부가 없어지면, 도내 초·중학교 야구부 학생들은 고교 진학을 위해 무조건 제주를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에 9월 23일 오전 11시,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와 신광초, 제주남초, 제주일중 야구부 학부모 연대(이하 학부모 연대)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고 야구부 폐부 반대”를 외쳤다.

학부모 연대는 이날 회견에서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은 주변의 부정적인 부분만 듣고 야구부의 실정과 학생들을 파악하기도 전에 9월 3일 ‘야구부 해체’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라며 학부모 및 학생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야구부 해체’가 논의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학부모 측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새롭게 부임한 고용철 제주고 교장은 지난 3일 ‘야구부 해체’ 사실을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이후 학부모 측의 거센 반발로 학교 측과의 면담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2020학년도 신입생 요강에는 야구특기생 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학부모 측은 면담 당시 고용철 교장이 야구부의 해체 이유로 △제주고 야구부가 다시 결성된 지 1년도 안 되었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점 △야구부는 외지에서 전학 온 학생이 많아 애교심이 없는 점 △(야구부 존속에 대한) 득과 실을 따졌을 때 실이 많은 점 △야구부가 문제아들로 이뤄진 점 △일반 학생들이 야구부 해체를 원하는 점 등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주고등학교 측은 어떤 입장일까.

제주고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서 ‘야구’ 종목을 제외한 이유가 있다.

작년 제주고는 야구부 인원으로 8~9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려 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고, 이러한 작년 상황을 반영한 것이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이라는 것이다.

또 제주고 관계자는 "엘리트스포츠를 학교에서 굳이 하지 않는다"라는 교육부와 교육청 정책이 있다"면서 이에 맞춰 체육특기생 정원을 구성했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교스포츠정상화를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엘리트스포츠는 국가가 주도로 육성하며, 여러 부작용을 낳아왔다.

어릴 적부터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하고, 학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상 선수 인권침해나 폭력, 은퇴 이후 삶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대두된 것이다.

이에 스포츠혁신위는 엘리트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고, 하루종일 기계처럼 운동만 하는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엘리트스포츠 선수 육성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존 엘리트스포츠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기존에 있는 운동부서를 없애라거나, 엘리트스포츠 인재 양성을 지양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끝으로 제주고 관계자는 “(야구부 살리기를 주장하는) 학부모님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라며 학교 측에서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제주고 측은 23일 5시 학부모 운영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방안을 모색한다.

한편, 올해 3학년 학생들이 졸업하면 제주고등학교에는 7명(유급 2명 학생 포함)의 야구부원이 남는다. 현재 도내 초등학교 야구부원은 40여명이며, 중학교 야구부원은 15명 정도다. 만약 제주고가 더 이상 야구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아 추후 해체 수순으로 이어질 경우, 기존 도내 초·중학교 야구부 학생들은 고교 진학을 육지로 해야 한다.

특히 당초 제주고 진학을 생각 중이던 제주일중 3학년 학생 두 명은 당장 내년도 고입에 비상이 걸렸다. 타 시·도 소재 고등학교의 경우 체육특기생 입학 전형이 9월 30일자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이번 시기를 놓칠 경우, 고입 정시가 아니라 전학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제주에서 타 시·도 소재 학교로 이적할 경우, 해당 학생은 1년 동안 경기를 뛸 수가 없다. 이는 무분별한 선수 이적을 막기 위한 대한야구협회의 규정으로, 기존 제주고 야구부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단, 창단한 지 1년 이내 18명 미만인 팀으로 이적할 경우, 혹은 소속 팀의 해체로 인해 전학한 경우에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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