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문화도시 문화기획자 ‘수눌엉멩글엉’팀
조천읍 도움으로 ‘조천북1길’ 사업지구로 선정
폐건축자재 등 활용해 도시재생 펼쳐 나가기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의 숙원사업 중 하나는 ‘문화도시’이다.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2년까지 전국 30곳 내외의 도시를 지정할 계획이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문화도시에 도전하는 제주시가 올해 들어 ‘문화기획자’를 모집하며, 문화도시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리빙랩(living lab)’을 활용, 문화기획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리빙랩’은 단어 그대로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을 마치 실험하는 개념이다. 불편함을 고치는 등의 실험적 활동으로 이해하면 된다.
제주시가 추진한 리빙랩 사업엔 도시재생의 꿈을 꾸는 문화기획자들이 있다. 이들이 팀을 구성했고,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팀 이름은 ‘수눌엉멩글엉’이다. 앞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수눌엉멩글엉’은 서로 돕는다는 뜻의 제주어 ‘수눌음’에, 만든다는 의미의 제주어인 ‘멩글다’를 합친 이름이다. 서로 도우면서 뭔가 창조적인 행위를 해내는 이들이라는 향기를 풍긴다.
‘수눌엉멩글엉’은 도시에서 마구 쏟아내는 폐가전이나 폐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도시재생과 연관을 시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이들이 내건 프로젝트의 주제는 ‘폐건축자재와 가전을 활용한 문화도시 재생사업’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과의 연관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고민은 ‘가장 불편한 걸 해소하자’는 것이다. 집안의 불편한 곳을 없애는 일이 도시재생이라고 이들은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지역은 제주시 조천읍이다. 조천읍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 글에서 밝히고, 이들의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지난 11일이다. 제주시 문화도시팀과 수눌엉멩글엉팀이 조천읍에 모였다. 앞으로 진행될 리빙랩 사업을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였다. 수눌엉멩글엉은 이날 사업설명에 앞서 사업지구를 미리 선정했다. 조천읍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대상지역과 대상가구를 미리 섭외했다. 대상지구는 ‘조천북1길’이다.
수눌엉멩글엉 팀장은 최재정씨다. 최재정 팀장은 이날 “제주도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집을 짓거나 재건축을 할 때 쓰레기가 엄청 생산된다. 이걸 재활용하려 한다”면서 충분히 쓸 수 있는 자재들이 쓰레기화 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재정 팀장은 “이 프로젝트는 쓰레기 문제와 함께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목표를 삼고 있다. 제주의 건축경기는 힘을 잃고 있다. 건축인력들은 일자리가 차츰 사라져 불안해한다. 그런 문제도 해소하고 싶다”면서 “건축자재를 통해 재생사업을 하고, 문화도시를 일구고, 제주다운 도시를 만들려는 팀이 바로 ‘수눌엉멩글엉’이다”고 설명했다.
대상지구 선정은 조천읍 도움이 컸다. 조천읍 오숙미 맞춤형복지팀장이 관련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숙미 팀장은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을 찾았다. 수눌엉멩글엉 팀의 요구대로 개선이 필요한 가구들이 밀집한 곳을 찾았다. 특히 오래 거주가 가능한지를 들여다봤다”며 대상가구 선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수눌엉멩글엉은 추석연휴가 끝나면 고쳐줄 집을 직접 찾아가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 가구는 가장 불편한 사항을 호소했다. 문을 고쳐달라는 집도 있고, 햇볕이 드는 곳에 차양을 해달라는 곳도 있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을 고려했다. 조천읍은 수혜 가구를 선정하기 앞서, 장기간 거주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상당수는 친인척의 도움으로 무료로 거주하는 경우였다. 집을 고쳐주더라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확인됐다.
‘수눌엉멩글엉’이 만들어갈 실험은 어떤 결과로 나올까. 작은 도시재생을 시작하는 이들의 행보에 따른 결과물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