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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가가 만난 정신장애인의 삶
사회복지 현장가가 만난 정신장애인의 삶
  • 이명희
  • 승인 2019.09.0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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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톡(talk talk)]<9> 이명희 팀장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취학 전부터 시작된 경쟁은 노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온전하게 자신의 마음건강을 챙기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살면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하여 불면, 불안, 우울, 강박 증상 등을 앓고 있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정신질환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질환으로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성인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율은 23.1%로 정신질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격리하고 분리해야 할 사람’,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 ‘일상생활과 직업을 못하는 사람’, ‘의지가 약한 사람’ 등 장기간 지역사회 내 뿌리 깊은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되는 그릇된 선입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각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나 낙인으로 인해 치료시기가 늦어 치료와 재활기간이 길어져 결국 사회복귀가 더욱 늦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많은 대중들이 우려할 만큼 ‘무섭고 폭력적인 존재인가?’,‘우리가 쉽게 누리는 일상의 평범함과 소소한 권리와 책임을 갖고 살아 갈 수 없는 존재인가?’를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일부 정신장애인들은 폭력적일 수 있으나 모든 정신장애인들을 일반화해서는 안되며 급성기 환자의 경우라도 적절한 치료와 재활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병원치료, 정신재활프로그램 등)가 마련된다면 자해, 타살 등의 위험상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경험한 나의 결론이자 희망이다.

내가 정신장애인과 가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전부터 복지관에서 중증장애인 취업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시작되었고 꽤 많은 정신장애인의 취업과 고용유지를 지원하였다.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지극히 평범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물론 중간 중간 퇴사의 위기도 있지만 취업유지 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를 포함한 가족, 정신재활기관, 복지관, 병원, 사업체 등에서 각각 분담된 역할에 대한 지원과 기관 협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장애인 취업 전문인력과 지원고용이라는 취업지원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도 미등록된 정신장애인들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어 취업을 시도하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받지 않고, 정신건강복지법을 우선 적용받게 되는데, 이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정당하게 시설 이용을 배제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들의 다양한 복지욕구 충족을 통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7.6%가 무직상태이며, 취업자 중 정규직이 7.7%, 대다수가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가계소득은 50만 원 미만이 30.4%로 가장 많았고, 50~100만 원은 28.2%로, 절반이상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신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참여는 직업으로 많은 부분 해소되어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은 경제활동의 제한으로 빈곤의 악순환, 의료비 부담,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있어서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이 집에 정신장애인이 살고 있다.”라는 것이 이웃들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 치료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사회적 편견’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장애등록을 하면 취업이 용이하다는 것을 알지만 가족들은 발병한지 20년이 넘도록 미등록 상태로 있는 것 또한‘왜곡된 사회적 편견’때문일 것이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고용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지금도 정신장애인을 취업알선 하려면 다른 장애유형보다 더 많은 대변이 필요하다. ‘위험하지 않다.’, ‘주치의 소견도 취업을 권고하고 증상이 안정적이다.’, ‘한 번만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 등등... 이런 현상들이 비단 사업주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확한 정보를 보도해야 하는 언론과 대중매체에서 정신장애인의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다루지 않는 것이 사회적 편견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 고용 경험이 있는 사업주들은 “우리와 똑 같아요”, “장애인 같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는 고용 후 직장에 잘 적응하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취업은 의도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사업주는 물론 직장동료까지 자연스럽게 장애인식개선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8년 제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에서 도내 학생 829명을 대상으로 제주지역 소아청소년을 위한 마음건강증진사업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10명중 2~3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이에 대한 치료나 상담은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3명의 아이가 나의 자식, 나의 손녀, 이웃 주민이며, 이들에게 제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해보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장애인들이 적극적인 치료와 사회복귀를 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장애인식개선사업을 활발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정신장애인의 재활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는 병원이나 거주시설에서의 삶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제주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정신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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