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의 독주,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
“원희룡 지사의 독주,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8.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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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 원희룡 지사 주민소환 토론회 주제발표
“주민소환, ‘못된 정치인’ 끌어내리기 아닌 ‘말 잘 듣는 정치인’ 만들기”
‘원희룡 퇴진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한 주민소환 도민 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제주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제주민중연대 주최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퇴진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한 주민소환 도민 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제주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제주민중연대 주최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주민소환 운동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는 진정한 논쟁점이 아닙니다. 진짜 고민점은 우리가 주민소환운동을 할 만한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주민소환을 통해 제주의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전략을 짜고 있는가 라고 봅니다. 그런 의지와 역량, 전략이 있다면 소환 투표가 실패하더라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0일 오후 7시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의 방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제주민중연대가 주최한 주민소환 도민토론회에서 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은 ‘주민소환운동의 정치적 의미’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 연구위원은 “주민소환 자체는 권력을 비우는 것이지 권력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재”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주민소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주민소환은 모든 것을 거는 승부가 아니라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면서 “사실 원희룡 지사의 독주는 원 지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독주를 방치하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원 지사가 아닌 다른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9년 제주 사회가 이미 한 차례 주민소환을 경험했던 점을 되짚으면서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관권선거, 여론 조작, 이슈 은폐 등에 대한 대응책을 하나씩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모두 93건의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있었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진 사례는 8명(5건)이었고 소환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2명 뿐”이라면서도 투표가 이뤄지지 않고 종결된 85건 중 해당 정치인의 사퇴로 원인이 해소된 경우가 25.8%(24건)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지난 2009년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성공했다면 도지사직을 상실했던 우근민 전 지사가 다시 후보로 나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신구범 전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나올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제4회 도지사 선거와 제5회 도지사 선거 후보별 득표율을 비교하면서 당시 민주당(열린우리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나선 김태환, 우근민 후보의 득표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당시 주민소환 운동이 깨지 못한 건 김태환이 아니라 우근민이 다시 나와 당선될 수 있는 권력구조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시 주민소환 운동이 단순히 김태환 지사를 도지사직에서 끌어내리는 차원을 넘어 제주의 토호세력, 궨당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급진적인 차원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민소환 운동의 실패는 투표함을 열지 못한 게 아니라 이 급진적인 차원을 더욱 더 활성화시키지 못했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가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 제도라는 점을 들어 “이 제도를 쓰지 못하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피해를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면서 “주민소환이 없는 지방자치 제도는 지역의 기득권 정치구조를 허용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주민소환은 ‘못된 정치인’을 끌어내리기 위한 특정한 변수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정치인’을 만들기 위한 상수일 수 있다”면서 “주민소환운동이 매우 정치적이며 현행 법률상 한계가 많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런 한계 때문에 제도를 사용할 수 없다면 그 제도는 정치의 소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주제발표를 마치면서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통해 제주의 시민사회 진영은 어떤 정치판을 만들고자 하느냐. 소환 과정의 정치, 소환 이후의 정치에 어떻게 개입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앞서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도지사 주민소환 운동의 가능성과 과제’ 주제발표에서 “최근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거론되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제2공항 문제”라면서 ‘제2공항 강행에 편승한 도지사’라는 프레임보다 도지사로서 도민들의 뜻을 받들어 도민들이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흐름으로 전환되는 속에서 주민소환의 의제를 고민하는 전략으로 전환돼야 하며, 도내 진보정당 등 민중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한 주민소환운동에서 도민들로부터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의제를 설정하는 것과 함께 광범위한 세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단체별 고유 업무를 사실상 정지하고 모든 역량을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혼을 쏟아부으면 도지사 직무정지까지 가능성은 있다”면서 “제주민중연대 차원의 조직적 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주민소환 운동이 시작된다면 현재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 투쟁 내용과 연동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진 패널 토론은 현진희 전여농 제주도연합회 회장, 양지호 제주평등노동자회 위원장, 고경하 제주주권연대 집행위원장, 문상빈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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