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숙식비는 ‘억’ 단위, 예술팀 공연비는 ‘0원’인 해비치 축제
관계자 숙식비는 ‘억’ 단위, 예술팀 공연비는 ‘0원’인 해비치 축제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8.29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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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투입되는 제주의 축제, 현장 진단]
<5>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제4탄

총예산 20% 이상 관계자 숙식비로 사용한 2018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한문연 회원사에 ‘억’ 단위 지원하며, 쇼케이스 공연팀에는 “지원금 0원”
그나마 작년까지 쇼케이스 팀당 200만원 지원하던 금액, “올해 전액 삭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에서는 세 차례 기사를 통해 올해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 축제’)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해비치 축제는 ‘공연유통 활성화, 공연 문화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다. 따라서 공연을 펼치는 예술인들은 이 축제의 ‘꽃’이며, 이들이 없다면 축제 또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해비치 축제는 분명 공연예술이 주가 되는 축제인데, 쇼케이스 무대에 선 35개 공연팀이 공연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점은 이와는 정반대로, 축제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 회원사인 전국 각지의 문예회관 및 공연장 관계자들에게는 4인 1실, 리조트 숙박의 기회가 제공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난 6월 17일자 기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좀더 'FACT(사실)'에 근거해서 문제를 다뤄본다.

 

FACT1, 2019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지원된 세금, 6억1400만원

제주특별자치도가 밝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국고 및 제주도 보조금 지원금.

올해 해비치 축제에 지원된 세금은 총 6억1400만원. 여기에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 후원금을 포함한 축제의 총예산은 약 10억원이다. 이쯤이면 제주에서 열리는 축제 중 꽤 큰 규모라고 본다.

그런데 앞서 밝혔듯, 올해 축제에 참여한 35개의 쇼케이스 공연팀은 공연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못 받고’ 공연을 펼친 것이다.

한문연은 도대체 10억여원 예산을 어디에 썼기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까지 와 공연을 펼치는 공연팀에게 ‘소정의 실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걸까?

이를 살피려면 세입세출내역 정산서를 봐야 한다.

하지만 올해 축제의 세입세출내역은 아직 정산 중인 상태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축제와 규모가 비슷한 작년 자료를 참고삼아 문제를 풀어보겠다.

 

FACT2. 한문연, “해비치 축제에 세금 어떻게 쓰였는지 공개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밝힌 해비치축제 지원금 내역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해비치 축제의 지원금은 동일하다. 작년과 올해 모두 국고(문예진흥기금) 4억1400만원, 도 보조금 2억원이 지원됐다.

그리고 축제의 지원금이 동일하다면, 축제의 규모나 프로그램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작년 해비치 축제의 총예산은 9억1600만원이며, 이는 올해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작년 예산에서 한문연 회원사의 숙식비로 쓰인 돈은 얼마일까?

<미디어제주>는 이를 밝히기 위해 한문연 측에 ‘세입세출내역 정산서’를 요구했다. ‘정보공개 청구’ 제도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한문연 측은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밝힐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로는 ‘정보공개법 제9조 7항’을 들었다.

정보공개법 제9조 7항의 내용은 이렇다.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공공기관은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문연 측은 비공개 사유로 ‘청구인이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는 업체별 영업상 비밀이 포함되어 동 사업에 참여한 기업 및 업체의 동의 없이는 공개가 불가’하다면서 ‘해당 업체에서는 영업상 이익 침해 등으로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해비치축제 예산의 사용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다.
한문연 측에서는 '업체의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통보를 했다.

기자가 문체부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영업상 이익’을 이유로 정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기관은 해비치 축제가 열리고, 관계자들이 숙식하는 해비치호텔&리조트다.

그리고 한문연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제3자인 호텔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리조트 숙박비가 공개된다면, 추후 해비치호텔&리조트가 타 기관과 계약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가 아주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아니라서, 기자는 1박 숙박비가 아닌, 전체 숙박비 예산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몇 명이 몇 개의 객실을 사용했는지, 몇 박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면 업체 측의 불이익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문연 측은 이 또한 거절했다.

 

FACT3. 올해와 규모 비슷한 2018 해비치 축제, 관계자 숙박비 2억여원 지원

그런데 숙박비 전체 예산은 아니더라도, 일부 예산을 알아낼 방법이 있었다. 바로 한문연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연간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에 관련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8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총 2억960만5016원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숙식비 등’으로 쓰였다. 여기에 덧붙여 제주해비치페스티벌 초청인사 항공료 등으로는 1751만8980원이 사용됐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2018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 일부 내용.
2018년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숙박비 등'으로 2억960만5016원이 사용됐다.

이는 작년 해비치 축제 예산 9억1600만원원 중 관계자 숙식비로 2억원이 넘는 금액이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올해에 도입해보면 어떨까. 축제의 규모, 프로그램 내용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생각한다면, 올해의 한문연 관계자 숙식비 총액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는 ‘세출내역정산서’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 아니므로, 아주 정확한 정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한문연 측이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이를 알아낼 다른 방법이 없다. 이 같은 ‘합리적인 추론’으로 사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기자의 ‘추론’에 힘을 싣는 근거가 하나 더 있다.

한문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축제에서의 관계자 숙식비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한다. 회원사(기관)당 리조트의 4인 1실 3박을 제공했고, 한끼당 1만8000원인 식사비 중 1만원의 금액을 지원했다. (축제기간 중 식권 신청 수만큼 금액 지원)

올해 축제에 참여한 기관 수가 예년보다 월등히 많거나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해의 관계자 숙식비 예산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소 1억에서 2여원일 것이다.

작년 해비치 축제의 경우, 한문연은 쇼케이스 공연팀당 200만원 수준의 공연비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쇼케이스 공연팀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반면 관계자들에게는 예년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 한문연 관계자는 "그동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각 지역의 문예회관) 기관당 최소 4인, 3박까지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자꾸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여진다면 이쯤에서 문예회관 자부담으로 오시는게 낫겠다 생각은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그것도 협의가 되고 해야 하는 거지, 이렇게 (결정)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회원사 지원을 축소하고 예술인을 좀 더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확답을 당장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연예술을 유통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원사들, 그리고 예술인들.
이들은 평등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갑'과 '을'의 위치에 있다.
공연을 올릴 극장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전국 문예회관의 연합 모임인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잘 보여야' 한다.
이에 대한민국의 공연 시장은 기관이 '갑'이 되고, 예술인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

한문연은 대한민국의 공연예술 시장을 보다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한 조직이다.

그런데 한문연이 개최하는 공연예술 축제에서. 회원사인 문화예술회관 및 극장 관계자들은 호화리조트에서 숙식하고, 공연인은 홀대 받고 있다.

이는 마치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이 ‘갑’이 되고, 예술인들은 ‘을’이 되어버린 기형적인 대한민국의 공연문화 생태계의 모습과 흡사하다.

부디 올해 지적된 문제들이 제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연문화예술계를 꾸리는 기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안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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