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거장에게서 ‘공간’의 중요성을 배운다
건축 거장에게서 ‘공간’의 중요성을 배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8.26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 <1> 건축 이해하기

2015 교육과정에 맞춰 ‘학교공간 재구조화’ 작업
제주부설초,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에 도움의 손길
28일 거장 작품 보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 높여

우리 곁엔 획일적인 공간이 너무 많다.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야 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맞춰진 공간에 사람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특히 학교공간이 그랬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라는 기획은 제주 도내에서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이들의 활동과, 이를 통해 실제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15 교육과정은 교사와 학생간의 1대 1 교육방식을 지양한다.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꾸며졌다. 그러기에 학교공간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아직은 2015 교육과정이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어쩌면 공간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파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공간은 너무 뻔하다. 길게 난 복도를 따라 교실이 배치된 형태이다. 복도가 끝나는 지점엔 으레 계단이 나온다. 혹은 복도와 복도가 끝나는 곳에 별도의 공간이 마련된다. 지금까지는 그런 공간은 ‘단순 이동공간’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점을 털고, 2015 교육과정에 맞추기 위해 ‘학교공간 재구조화 작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학교공간 재구조화 작업은 ‘미래학교’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가. 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리모델링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을 줄 이들도 있겠지만, 획일화된 공간을 단순하게 리모델링 한다고 해서 학교공간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 25일 제주도내에 있는 건축 거장의 작품을 탐미하러 나선 제주교육컨설팅연구회 회원들. 미디어제주
지난 25일 제주도내에 있는 건축 거장의 작품을 탐미하러 나선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 회원들. ⓒ미디어제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학교공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건축물에 나타나는 ‘공간’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제주대부설초등학교이다. 부설초가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이하 연구회)’에 공간변화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면서 제주에서도 학교공간 재구조화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연구회는 제주도내 교사들이 중심이다. 교육과정팀, 건축팀, 총괄기획팀 등 3개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원하는 이들에게 맞춤식 컨설팅을 제공한다.

부설초 의뢰를 받은 연구회의 고민은 그들 스스로가 건축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있었다. 연구회는 공간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긴 했으나, 대체 어떤 공간으로 만들면 좋을까에 대한 물음이 앞섰다. 연구회는 답을 찾기 위해 건축물 답사를 택했다.

제주도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덕분에 뛰어난 건축 거장들의 작품이 많다. 연구회는 지난 25일 세계적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탐미하러 나섰다. 재일동포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 일본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 우리나라 근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중업의 작품을 바로 곁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은 “부설초 복도와 도서관을 탐구 및 소통공간으로 재구성하는데, 관련 컨설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면서 “이들 공간은 아이들을 위한 곳인데, 공간이 주는 의미를 찾기 위해 건축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둘러본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과 비오토피아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안도 타다오의 본태박물관은 자연의 빛과 물을 어떻게 건축에 도입했는지를 말해준다. 김중업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 건축팀장을 맡고 있는 건축가 권정우 소장(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왼쪽)이 25일 건축가 김중업 작품인 서귀중앙여중에서 건축공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학교컨설팅연구회 건축팀장을 맡고 있는 건축가 권정우 소장(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왼쪽)이 25일 건축가 김중업 작품인 서귀중앙여중에서 건축공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박희순 교장은 “포도호텔을 보니 안팎은 다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학교공간도 안팎을 하나로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보니 학생들에게 학교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건축답사 일정은 연구회의 건축팀이 맡았다. 현재 건축팀장은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의 권정우 소장이 맡고 있다. 권정우 소장을 팀장으로, 연구회 임원들이 공간 변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건축팀 일원인 제주도교육청 이민희 장학사는 “학교 공간을 들여다보는 힘을 키우고 있다. 이타미 준의 영상을 보기도 했고, 제주북초의 김영수도서관도 둘러봤다”면서 “건축은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부설초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가 바로 건축답사이다”고 강조했다.

학교공간 재구조화 작업은 이제 출발이다. 거장들의 작품을 탐미한 연구회는 실제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기회도 갖는다. 오는 30일 부설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축수업이 진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