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동헌 배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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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8.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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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연구위원·제이투 건축사사무소

# 이아터를 둘러보고

초가을 으스스한 날 제주 구도심 내에 있는 이아 터를 둘러보았다. 이아는 목관아에 버금가는 관아라는 뜻으로, 목사가 근무하는 영청이 있는 관덕정 북쪽의 관아군을 상아(上衙)라고 부르는데, 이와 구분하기 위해 불린 이름이다.

이아는 제주를 다스리는 판관이 정사를 맡아보는 관아였다. 판관은 또한 중앙에서 부임해 내려오는 목사와 달리 제주를 잘 아는 제주 출신들이 많이 맡았으며, 종5품인 판관은 군사적으로 중군의 일도 맡았다. 제주에서는 드물게, 판관의 근무처인 찰미헌(察眉軒)을 이아라 불리게 되었으며, 현재의 직위로 보면 제주도 부지사가 업무를 보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이아동헌 터는 현재 ‘예술 공간 이아’로 사용하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지하마저 파헤쳐져 기단부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구전으로 예전에 이아동헌 자리라고 전해지고 있

다. 이아터와 그 주변을 둘러보면서, 예전 목관아가 복원되었듯 여기에 이아동헌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 단서찾기

이아동헌이 표현된 자료를 찾아보면 대표적으로 탐라순력도와 제주목도성지도를 참고할 수 있다. 탐라순력도에 표현된 이아동헌의 그림을 보면 각각의 편마다 다른 표현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표현의 정교함을 보면 탐라순력도의 ‘제주전최’(그림1)가 가장 또렷하게 표현되어 있어, 이를 검토해 보았다.

그림 1(왼쪽) : 탐라순력도 '제주전최'에 표현된 이아동헌​​​​​​​그림 2(오른쪽) : 보존 녹나무(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 제34호)
그림 1(왼쪽) : 탐라순력도 '제주전최'에 표현된 이아동헌
그림 2(오른쪽) : 보존 녹나무(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 제34호)

찰미헌 뒤편에 아름드리 큰나무가 있고 우측편에 좋은 나무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목도성지도에도 역시 아름드리 나무가 표현되어 있다. 지금은 예술 공간 이아로 쓰이고 있는 건물 주출입구 옆에 지방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는 녹나무(그림2)와 주출입구 좌측면에 아름드리 큰 나무가 있는데, 그 위치 및 형상이 탐라순력도 ‘제주전최’에 표현된 나무와 유사하다.

녹나무의 위치를 지적원부에 표기해 보면(그림3) 이아동헌의 그림 형상과 유사한 지적형상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적원도에 표기되어있는 이아터 전면 앞마당의 크기와 비교해 보아도 이아동헌의 크기 및 배치를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아동헌은 탐라순력도 그림에서 보면 전면 앞마당을 통해 외대문을 지나 입구마당, 내대문을 건너서 찰미헌으로 통하는 구조를 하고 있다.

# 배치하기

탐라순력도 각편에 표현된 이아 동현의 배치 구조는 거의 유사하다. 찰미헌 전면(동향)의 넓은 마당을 두고 그 마당을 감싸는 회랑이 배치되어 있는 것 역시 동일하다. 전면에서 찰미헌까지 이르는 공간의 위계가 당시 제주도를 다스리는 판관의 권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나 찰미헌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상당한 규모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찰미헌 오른쪽 건물 역시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고, 좌측에는 맞배지붕의 건물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 구조를 조사해 보면 탐라순력도 제주전최에서는 주건물인 찰미헌이 전면 2칸, 측면 1칸으로 그려져 있다. ‘제주조점’에서는 전면 3칸 측면 5칸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건포배은’에서는 전면 3칸 측면 2칸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나 구조적으로 칸수가 맞지 않고, 찰미헌 그림의 칸수는 그림마다 표현이 달리한 것으로 보아 큰 의미를 두기는 곤란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통 동헌 건물은 관원이 나랏일을 보는 곳으로 관덕정과 달리 단아한 건축으로 지어지고 보통 정면 6~7칸, 측면 4칸 의 장방형 평면에 두리기둥, 익공식공포,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중앙에 대청을 두고 양쪽에 온돌방을 만들었으며, 앞에 툇마루를 꾸몄다.

그림 3(왼쪽) : 이아동헌 터에 있는 현존 나무들그림 4(오른쪽) : 이아동헌 추정 배치도
그림 3(왼쪽) : 이아동헌 터에 있는 현존 나무들
그림 4(오른쪽) : 이아동헌 추정 배치도

제주 목관아에 있는 연희각은 이아동헌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아동헌의 참고가 될만한 형식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붕구성 역시 일반적인 동헌 건축이나 제주 목사가 근무를 하는 기능으로 축조된 연희각의 사례와 유사하다. 우람한 지붕형식을 고려할 때 측면은 3칸 이상은 되어야 하며, 전면 역시 5칸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정은 탐라순력도 상의

관덕정 그림을 보면 전면 3칸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 5칸인 것을 고려할 때 단순화시킨 형태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칸수는 연희각과 동일한 전면 5칸 측면 3칸으로 가정함이 타당하고, 지붕구조 역시 연희각과 동일한 2고주 5량구조로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치도를 작성해 보았다. 작성된 배치도를 검토해 보면 이아 마당에서 지금 삼도이동 주민자치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를 가로질러 예전 관덕정으로 연결되는 길이 상당히 중요한 길이였다는 것으로 확인이 되며, 이아 동헌이 제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예술공간 이아 건물의 상당부분이 예전 이아동헌 터에 속해 있음이 보인다. 만약 이아동헌을 복원한다면 ‘예술공간 이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될 수밖에 없다.

# 정리하기

이아터에 대한 호기심에 시작한 연구가 꽤 진지하게 진행이 되었다. 물론 이 연구를 바탕으로 이아터 전체에 대한 복원도를 작성하고, 찰미원을 비롯하여 모든 건물에 대한 가상의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모습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 연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제주향교 마당의 표토를 걷어냈더니, 온통 박석들이 나왔다고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 건축 역사의 진실들이 우리의 외면 속에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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