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12 (금)
속 시원한 국토부 답변 원했건만… 아쉬웠던 제2공항 공청회
속 시원한 국토부 답변 원했건만… 아쉬웠던 제2공항 공청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8.22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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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열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관련, 부실 용역 의혹 제기하는 의견 잇따라
오랜 기다림 끝에 마련된 공청회, 국토부의 명쾌한 답변 없는 점 아쉬워
8월 22일 오후 2시 성산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하 평가서)’을 놓고 열리는 첫 공청회가 22일 오후 2시 성산체육센터에서 진행됐다.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및 성산읍 주민들은 오랫동안 국토부에 공개 토론회 자리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매번 확답을 주지 않았는데, 인제야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청회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 측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내용을 또다시 거론했으며, 국토부는 여전히 주민들의 물음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내놓은 주된 의견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하 평가서)’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란,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전, 환경오염의 사전예방 수단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사업으로부터 유발될 수 있는 모든 환경영향을 사전 조사·예측·평가함으로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제2공항 건설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이에 국토부는 이에 대한 평가를 용역 업체에 맡겨 시행, 평가서를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가 평가서를 발표하자, 제주지역 환경단체 및 성산읍 주민들은 이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주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강정 해군기지 사례에서처럼. 국토부의 과거 행실을 봤을 때, 평가서 내용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번 공청회에서는 평가서에 대한 시민들의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평가서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토부는 평가서를 통해 제2공항 예정지역 내 동굴지질 현황조사 결과 총 8개의 숨골을 찾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제2공항 반대 주민 측의 의견은 다르다. 단기간 조사했지만 무려 69곳의 숨골을 찾았다는 것이다.

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

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평가서에 따르면, 용역 업체는 ‘숨골’을 8곳 찾았는데, 저희(참여환경연대 및 주민들)는 단시간에 69곳을 찾았다”라면서 국토부의 용역 조사단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서로의 조사 결과가 다르니, 공동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맡은 선진엔지니어링의 김현수 상무. 

이에 대해 조사를 담당한 선진엔지니어링 김현수 상무는 “공동조사라는 것은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발견된 숨골의 수가 8개뿐인 이유는) 용암동굴과 관련된 숨골로 제한해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사를 실시하기 전, 애초에 평가 대상지역을 너무 협소하게 설정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지적하기 위해 주민대표 토론자로 참여한 이영웅씨는 타지역의 건설사업 사례와 국토부 평가서 내용을 비교했다.

이영웅씨는 제주 제2공항의 '평가 대상지역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며, 타 지역 공항 사례를 제시했다.

이영웅씨는 국토부가 “매우 소극적으로 축소해서 평가범위를 설정”했다고 주장한다.

흑산공항 건설사업과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초안의 경우 평가대상지역이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5km까지 설정되어 있다. 또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초안에 따르면, 계획지구에서 12km 떨어진 낙동강 하구까지 조사범위에 포함된다.

하지만 제2공항 예정지의 경우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1km 범위만 평가대상지역으로 보고 있다. 식생, 양서, 파충류, 육상곤충 등 자연환경을 평가하는 지역 범위는 계획지구 경계로부터 300m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이영웅씨는 법 테투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설정이라 하더라도, 그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주민대표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웅씨.

이러한 지적에 선진엔지니어링 김현수 상무는 “(평가대상 범위를) 일부 축소하거나 임의로 한 것이 아니고, 환경영향평가 지침에 따라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해양생태환경 조사를 누락시킨 점 △현지조사 횟수가 적은 점(4회) △현지조사에서 하계조사(여름철새)가 누락된 점 △동물상 조사는 조류를 제외하면 1차례만 이뤄져 조사내용이 부실함 △곤충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인 봄과 여름철이 아닌 가을철 조사 1회만 진행함 △조류충돌가능성 분석에서의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평가서 내용이 부실하다며, 국토부의 조사 내용을 비판했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동안 각종 기자회견 및 성명문 등을 통해 도민 사회에 꾸준히 오르내린 이야기들이다. 특히 동굴과 숨골 관련된 조사의 부실 의혹은 지난 20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조목조목 거론됐다.

따라서 22일 공청회 자리에는 위 지적에 대한 명쾌한 답을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국토부 및 용역 업체 측의 답변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모습이다.

국토부의 전진 사무관.

한 주민은 국토부 전진 사무관에게 “국토부가 직접 제2공항 예정지 마을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 사무관은 “7월 3~4일, 성산읍주민센터에 상주하면서 의견 수렴을 했었다”라는 답으로 주민 요청에 즉답을 피했다.

2시부터 시작된 공청회가 5시까지 이어져도, 주민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상당수 방청석이 비어 있었지만, 여전히 국토부 측의 확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공청회를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사회자(이상문 교수)가 중재에 나섰고, 오후 5시 10분이 조금 안 된 시간, 공청회는 끝이 났다.

공청회 도중, 찬성 측 혹은 반대 측의 고성으로 발언이 수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사진은 제2공항을 반대하는 측에서 찬성 측 토론자의 이야기에 항변하는 모습.

이날 강석호 주민대표는 마지막 발언 기회를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사회는 정직하고 진실한 사회여야 합니다. 모든 것을 은폐하고 하려면 갈등이 생겨나고,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국토부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에게 모든 것을 풀어놓고 사업을 진행해왔더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텐데. 국토부는 피해지역 주민을 소외시했고, 압박했고,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번 평가서 초안이 공식 공청회를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로 작성이 완료되면, 제2공항 건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실시설계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실제 공사 착수까지 남은 단계가 얼마 없는 것이다.

지난 13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출범식을 올렸다. 제2공항 반대 운동을 ‘범도민 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한 연대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또 오는 8월 28일과 9월 3일에는 제주 제2공항 관련 TV 공개 토론회가 예고된 상태다. 특히 9월 3일에는 원 지사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제주의 주인은 제주도민이니, 제2공항 또한 도민 의견을 빼놓고 진행해선 안 된다'라는 하나 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터.

제주 제2공항 건설을 향한 절차가 잡음 속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도민과의 양방향 소통에 소홀했던 국토부가 앞으로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지적된 ‘평가서 부실 논란’ 사안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제주 사회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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