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폭군과 성군 사이 '광해'..."제주에서의 삶을 조명한다"
폭군과 성군 사이 '광해'..."제주에서의 삶을 조명한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8.1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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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광해, 제주에 유배오다> 기획전
8월 20일~11월 20일..."광해군, 제주 유배지에서의 삶"
광해군 이야기와 함께 헌마공신 김만일 등 관련 인물 전시
8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광해, 제주에 유배오다> 기획전이 열린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폭압 군주과 현명한 군주. 절대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평을 동시에 받고있는 왕 ‘광해군’.

이 광해군이 제주에 유배를 왔었고, 제주에서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아는가.

의외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기에,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정세호)은 개관 35주년을 맞아 광해군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을 개최한다.

전시의 제목은 <광해, 제주에 유배오다>.

8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성군과 폭군 사이 엇갈리는 평을 받고 있는 광해군이다.

조선 왕조에서 반정으로 쫓겨난 왕은 연산군과 광해군 둘 뿐이다. 하지만 연산군이 ‘폭군’으로 기록되고, 인식되는 것과는 달리 광해군은 지금까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매번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광해군의 삶 전반과 함께, 그가 1637년 제주로 유배된 후 숨을 거두기까지 4년여 시간을 재조명한다.

임진왜란 때 광해군은 왕세자의 신분으로 분조를 이끌었다.
분조(分朝)란, 임진왜란 때 임시로 세운 조정을 뜻한다. '조정을 둘로 나누다'라는 의미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세자 결정을 미뤄왔던 선조는 부랴부랴 둘째 광해군을 세자로 세우게 된다. 그리고 이때 광해군은 전쟁에서 업적을 세우는 등 자신의 능력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선조의 시샘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광해군의 성장을 견제한 선조는 광해군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양위(讓位)선언을 하게 된다. 양위란, 왕이 살아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뜻한다.

광해군을 견제하면서, '왕위를 물려주겠다'라는 선언을 한 선조.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당시 상황을 살피면 된다.

조선 시대에, 한 나라에 두 왕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선조의 양위선언에 동조하게 되면,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위험이 따르게 된다. 

이에 신하들은 너무나 당연히 '양위 취소를 해달라'는 상소를 선조에게 올리게 되는데, 광해군 또한 선조에게 양위선언을 거둬달라며 석고대죄를 하기에 이른다.

이때 선조는 무려 15번이나 양위선언을 했다고 한다. 전쟁 중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양위선언을 한 선조의 행동은 오늘날까지 질타를 받는 반면, 이를 거부한 광해군의 처신은 매우 현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양위(讓位)를 하겠다는 선조에게 광해군이 석고대죄를 하며 용서를 구하는 모습.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의 정세호 관장은 광해군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며,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광해군에 대한 사료 혹은 유물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는데 걸린 기간은 장장 10여개월. 광해군의 이야기만 담기에는 분량이 다소 아쉬워 광해군과 관련된 인물 전시도 준비된다. 말을 바쳐 국가의 위기를 타계하려 한 헌마공신 김만일. 광해군을 비판하여 유배온 동계 정온, 간옹 이익, 그리고 광해군 복위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유배온 규창 이건의 이야기다.

한편, 딱딱한 전시를 벗어나 광해군의 이야기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9월과 10월 중에는 광해 영화가 무료 상영된다. 이 기간에는 관련 강연회도 열린다.

아이들을 위한 재미난 아동극도 있다. 10월 총 2회 진행될 ‘광해 아동극’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창작극이다.

전시의 개막식은 8월 20일 오후 4시에 시작된다. 광해 시조 낭송과 ‘광해빛 바다’ 노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8월 25일까지는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와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개발한 ‘광해밥상’ 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광해밥상’은 광해군이 제주에서 실제로 먹었던 음식들을 모형이 아닌, 조리된 실물로 만날 기회다.

정 관장은 제주에서 생을 마감한 조선의 왕 ‘광해군’이 전시 이후에도 원도심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렇다 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원도심 지역에 광해군이 가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더한다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거란 의미다.

끝으로 정 관장은 “9월 중 박물관의 해양관 리모델링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새롭게 변화할 박물관의 모습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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