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제주를 사랑했던 거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주를 사랑했던 거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8.17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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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타미 준의 바다’ 제작자 김종신 PD
“경계인임에도 거장이 된 자신만의 세계 구축”
다음주부터 제주도내 영화관에서도 만날 수 있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의 작품으로 기린그림 김종신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았다. 정다운 감독과 김종신 프로듀서는 부부이기도 하다. 부부가 세계 건축계 거장인 고(故) 이타미 준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며 작품을 만들었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지난 15일 개봉됐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16일엔 제주에서도 1회 상영을 가졌다.

마침 김종신 프로듀서가 제주에 내려왔다. 그는 제주 출신이기에, 이타미 준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 보인다. 이타미 준은 제주를 가장 사랑했던 건축가로, 제주 출신 건축가들보다 더 제주다운 건축물을 제주에 남긴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기린그림의 김종신 프로듀서. 미디어제주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기린그림의 김종신 프로듀서. 미디어제주

“영국 유학을 다녀와서 비오토피아를 가게 됐어요. 거기서 수·풍·석박물관 등 이타미 준이라는 건축가의 작품을 보게 된 겁니다. 처음엔 일본인인 줄 알았는데,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솟아올랐어요.”

부인인 정다운 감독은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에 함께 유학을 갈 때 정다운 감독은 캠브리지대학교 건축대학원의 ‘건축과영상’ 부문의 석사를 마쳤다. 졸업전 작품도 공간을 다룬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이타미 준이라는 인물에 더 끌리게 됐다.

“정다운 감독은 이타미 준이라는 인물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려는 생각을 지녔으나, 건축가 이타미 준은 워낙 유명한 인물이었잖아요. 기회만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차에 그만 이타미 준의 부고를 접하게 됐어요. 이타미 준의 따님을 찾아갔죠.”

이타미 준의 딸은 우리나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유이화 건축가이다. 그를 만나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허락을 얻어냈다. 그때가 2011년이다. 올해가 2019년이니 9년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셈이 됐다.

“일본 촬영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제작비가 문제였거든요. 사업서를 제출해도 계속 떨어지기만 했어요. 심사위원들은 ‘주인공도 없는데 가능하겠느냐’며 문제를 지적했죠. 다행히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 포함됐고, 일본 현지 제작이 가능해졌어요.”

일본내 촬영은 도쿄 자택과 M빌딩, ‘주주’라는 이름의 불고기집 등을 찍게 된다. 일본내 이타미 준이 남긴 흔적을 찾아갔다. 비오토피아를 있게 만든 김홍주 회장도 직접 만났다. 이타미 준을 잘 아는 일본 건축 거장 반 시게루도 만났다. 이타미 준의 고향인 시미즈도 들렀다.

“제가 제주 출신이잖아요. 일본 촬영을 위해 시미즈에 들렀는데, 풍광이 너무나 제주와 닮았어요. 그가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에만 초점을 두진 않았다. 경계인으로 살아왔던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을 그리고 싶었다.

“이타미 준은 디아스포라라는 한계를 지녔음에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어요. 그러면서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려 나간 과정이 너무 감동적이잖아요. 그걸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나누고 싶어요.”

김종신 프로듀서는 ‘재일한국인’보다는 ‘한국인’ 이타미 준을 보았다고 말한다.

“한국계라고 부르는 건 ‘한국인’이 아닌 거죠. 한국계 일본인이라면 일본인을 말하잖아요. 이타미 준은 그러지 않았어요. 한국인이었어요. 프랑스 기메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때도 ‘한국인 건축가’라고 드러냈어요. 나중엔 전시를 끝내고 기메미술관 한국관에 모든 작품을 다 기증을 하잖습니까. 비록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무척 컸던 인물입니다.”

김종신 부부는 이타미 준을 만난 적은 없으나 흔적을 쫓아다녔고, 그 흔적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타미 준을 아는 이들은 ‘따뜻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의 불고기집 ‘주주’를 지키는 할아버지는 이타미 준이 그 집을 위해 만들어준 공간 하나하나를 다 기억했다. ‘주주’를 찾은 김종신씨 부부에게 고마움을 표할 정도였다.

만일 이타미 준이 살아있다면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작품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

“좋아했을 것 같아요. 만일 이타미 준을 생전에 만났더라면 이런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는지, 바람미술관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어떻게 건축물에서 구현을 했는가 등을 물었겠죠.”

<이타미 준의 바다>는 전국 55개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 제주도엔 상영관이 없지만, 다음주부터는 제주도내 영화관에서도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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