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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1100도로 모노레일카의 ‘어설픈 논리’
<우리의 주장> 1100도로 모노레일카의 ‘어설픈 논리’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6.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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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끌어온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설치 불가' 선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도지사의 종결선언 소식이 나가자 제주도내 환경단체에서는 일제히 환영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 결정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환경부의 지침에 따랐고,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도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데는 백번 잘한 결정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런데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불가' 결정 만으로, 제주도 당국의 한라산 보호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풀리지는 않는다. 논란 종결선언이 있은지 1시간 후 제주도청서 열린 1100도로 모노레일카 설치 검토위원회 회의는 제주도의 보호의지에 또다른 의구심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노레일카를 왜 추진하려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설명하는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시원한 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 회의에서 김태환 지사와 관계공무원은 모노레일카 설치를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탐방객 증가에 따른 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선 들었다.

또 1100도로의 경우 겨울철 아름다운 설경을 뽐내는데도 이를 관광자원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한 이유로 제시했다.

#사업목적부터 엉성한 ‘모순’
그러나 주차장 확보차원이라는 이유는 어딘가 모르게 어설픔이 많아 보인다. 제주도는 회의자료에서 밝힌 한라산국립공원의 일반적 현황에서 1100도로를 이용하는 교통량은 2002년 3583대에서 2004년 2480대로 현저하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등반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통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음에도 주차장 확보를 모노레일카 설치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한 검토위원이 1년중 주차공간이 부족한 일수 등을 조사해봤느냐는 물음에 관계공무원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면 어느정도 부족한지 과학적으로 조사해볼만도 한데도 제주도는 그러지 않았다.

 '막연한 추정'만으로 모노레일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또 적정 등반객수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모노레일카 설치 필요성을 논하는 것 또한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연간 등반객수가 42만명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되나, 현재 67만명 정도가 이용하면서 다소 포화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모노레일카는 등반객 분산은커녕 오히려 집중화현상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한쪽에서는 ‘적정 등반객수’의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모노레일카를 통한 ‘흥행’을 기대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라산 보호의지 ‘의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주도 당국의 마인드이다.

1100도로 모노레일카가 ‘환경보호적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관광자원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제주도 당국의 한라산 보호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라산은 오래전부터 훼손지 복구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 훼손지를 복구하는데만도 막대한 재정이 필요해 예산문제로 이의 복구사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하고 ‘찔끔씩’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라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의 훼손문제를 우려한다. 케이블카도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체적 입장에 있는 제주도가 어떻게 하면 한라산을 이용한 ‘돈벌이’를 할까하는 생각에 젖어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모노레일카 설치를 추진하려면 분명한 명분과 필요성이라도 제시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주차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이다, 모노레일카가 있으면 겨울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등 막연한 생각만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에 다름없다.

회의에서 한 검토위원은 모노레일카의 경우 ‘도시교통형’과 ‘관광형’으로 구분해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도시형으로 설치해야만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의 예상 설치비는 자그마치 1400억원이다. 제주의 열악한 재정형편을 고려하고, 지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제주월드컵경기자 건설사업시 겪었던 재원확보 어려움을 생각하면 ‘1400억원’은 아무리 민자유치가 잘 된다 하더라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아무리 관광자원화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를 소요하면서 굳이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제주도는 첫 검토위 회의에서 지적된 것처럼 모노레일카 추진에 있어 목적부터 다시한번 생각하고 검토해야 한다.

왜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있은 후,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주도 당국은 이번 기회에 한라산 보호의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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