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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유정 사건’ 재판, 범행 동기·계획성 여부 규명 쟁점
‘제주 고유정 사건’ 재판, 범행 동기·계획성 여부 규명 쟁점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8.1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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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변호인 측 졸피뎀·인터넷 검색 기록 등 주장 팽팽
“피해자 향한 적개심 때문” vs “먼저 몸 만지기 시작해”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여러 곳에 나눠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여)에 대한 첫 재판이 12일 열렸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가 맡은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 고유정의 계획적인 범행을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사체 훼손 및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계획적인 살인은 부정했다.

향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사안에 대해 검찰의 주장은 공소사실 내용으로, 변호인의 주장은 이날 첫 재판에서의 모두진술 내용으로 비교해 본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지난 6월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6월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범행 동기

검찰은 피고인 고유정이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동기가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주된 이유로 추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과 피해자인 전 남편 강씨는 약 6년간의 연애를 거쳐 2013년 6월 11일 결혼하고 3년 뒤인 2016년 6월 별거를 시작했다.

피해자는 같은해 11월 2일 고유정의 폭행과 자해행위 등을 사유로 제주지방법원에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고유정은 이듬해 3월 9일 피해자의 경제적 무능과 육아 소홀 등을 사유로 같은 법원에 이혼 청구를 제기했다.

법원은 재산분할과 친권자 및 양육자로 고유정을 지정하며 매달 40만원의 양육비를 피해자가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했고 2017년 6월 2일 이혼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결혼 생활의 파탄 책임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렸다고 보고 있다.

근거로 고유정이 피해자를 '쓰레기', '저 놈' 등으로 지칭하며 '저런 XX 집안하고는 다신 엮이지 않고 싶다' 등의 호언을 들었다.

또 피해자와 아들의 면접교섭 결정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자신의 아들을 지금의 남편의 친자식처럼 키우겠다는 계획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점도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2일 지금의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불안한 재혼생활에서 주기적인 면접교섭은 가정불화를 겪게 할 것이라고 판단,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사건 당일 피해자의 '잘못된 행동'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하기 전 6년간의 연애와 혼전순결 및 결혼 기간 부부생활을 거론했다.

면접교섭에 의해 아들과 만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혼 후 단 한 번도 여자를 만난 적이 없음을 강조했고 함께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 갈 때 마트에서 산 음식도 아이에게 먹이기 위한 것임을 피력했다.

범행에 이르게된 경위도 아들이 수박을 먹고 싶다고 해서 피고인이 펜션 내 싱크대에서 수박을 씻고 있는데 피해자가 뒤에서 다가가 몸을 만지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의 고유정(36.여)이 12일 오전 10시 2분께 제주동부경찰서 현관 문을 나서자 유족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 경찰 관계자들이 막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의 고유정(36.여)이 지난 6월 12일 오전 10시 2분께 제주동부경찰서 현관 문을 나서자 유족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 경찰 관계자들이 막고 있다. © 미디어제주

▲졸피뎀

검찰은 고유정이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졸피뎀 성분이 있는 약물(졸피드정)을 미리 구입해 범행에 쓴 것으로 지목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오르기 전날인 지난 5월 17일 자신이 살고 있는 청주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의원에서 감기약 5일분과 졸피뎀 성분이 있는 수면제인 졸피드정 7정을 처방받아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에서 구입했다.

그리고 범행 당일인 5월 25일 저녁 카레 등 음식물에 졸피드정을 희석해 먹인 뒤 피해자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자 같은날 오후 8시 10분께부터 9시 50분께 사이에 펜션 내 다이닝룸, 주방, 거실, 현관 등에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변호인 측은 이를 부정했다.

공소사실에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여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자 흉기로 수회 찔러 살해했고, 고유정의 오른손 상처는 피해자 저향 과정에 생긴 것으로 적시됐으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저항 및 몸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혈흔에서의 졸피뎀 검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증거로 제시한 이불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고 하지만 해당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는 것이 증거기록에 없는데다 검찰이 누구의 혈흔인지 DNA 추가 검증 후 회신하겠다고 했으나 회신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이는 피해자 이외의 혈흔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되레 해당 혈흔이 피고인의 혈흔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변호인 측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이라고 일축해 다음 공판에서 객관적인 증거로 제시될 지 주목된다.

검 “비극적 사건 단초가 피해자 행동 주장 책임져야”

변 “기울어진 운동장 균형 찾도록 재판부 결단 필요”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의 차량이 완도항을 빠져나가다 비상등을 켠 채 대기하고 있다. 차량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의 차량이 지난 5월 28일 저녁 완도항을 통해 빠져나가다 비상등을 켠 채 대기하고 있다. 차량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인터넷 검색 기록

검찰은 피해자와 아들의 면접교섭이 결정된 지난 5월 10일부터 대략 일주일간 고유정이 스마트폰과 청주 주거지 PC를 이용한 검색 기록을 주목하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졸피뎀 ▲키즈펜션 CCTV ▲대용량 믹서기 ▲제주 렌트카 블랙박스 ▲제주 키즈펜션 무인 ▲혈흔 ▲실버클라우드 갑판 ▲김장비닐 매트 ▲호신용 전기 충격기 ▲니코틴 치사량 ▲수갑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피해자를 살해한 뒤 사체를 손괴 및 은닉하기 위한 각종 범행 도구와 장소를 물색했다는 추론이다.

변호인 측은 범행 준비를 위한 치밀한 정보 검색이 아닌 단순한 연관 검색, 혹은 아이를 위한 펜션 검색이나 안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맞섰다.

변호인 측은 '졸피뎀' 단어 검색은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버닝썬 사건'을 들여다보다, '혈흔' 검색은 피고인이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오래된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니코틴 치사량' 검색은 지금의 남편의 흡연 때문에 전자담배를 찾다가 연관 검색어로, '뼈 강도'와 '뼈 무게' 검색은 현 남편의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찾다가 연관 검색으로 찾았다는 것이다.

'실버클라우드 갑판'은 차를 배에 싣고 가다보니 안전한지 확인을 위해, '호신용 전기 충격기'는 3개월만에 만나는 여동생 선물용으로, '수갑'은 지금의 남편과의 색다른 시도로, '제주 바다 쓰레기'는 인천항 환경보호 운동의 연관 검색어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이 범행 추정시기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모 마트에서 표백제와 세정제 등을 환불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이 범행 추정시기 사흘 뒤인 지난 5월 28일 오후 제주시 모 마트에서 표백제와 세정제 등을 환불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범행 도구 사전 구매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도구를 미리 산 것으로 전제했다.

먼저 범행 닷새 전인 지난 5월 20일 고유정은 피해자에게 "25일 제주에서 만나자. 제주에서 보는게 아들한테 더 좋을 것 같다. 어디갈지 고민해봅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애초 5월 25일 면접교섭 장소는 청주로 법원이 정했으나 고유정이 바꾼 것이다.

고유정은 같은날 인터넷으로 휴대용 가스버너, 몰카패치, 곰솥, 핸드믹서기를 주문하고 제주시에 있는 친정으로 배송을 요청했다.

이어 이틀 뒤인 5월 22일 제주시 소재 모 마트에서 세제, 표백제, 곰장갑, 김장백 및 고추백, 부탄가스, 카레, 식도 등을 사서 자신의 차량에 실었다.

5월 24일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을 친정에서 받아 차에 실어 놓았다.

검찰은 이를 범행 준비 과정으로 봤다.

고유정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인 지난 5월 28일 '목공용 테이블 전기톱'을 검색해 친정이 소유하고 있는 김포시 아파트로 배송을 요청하고 29일 수령했다.

변호인은 김장백 등의 경우 주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25일 펜션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뒤 27일 펜션 퇴실 전까지 사체 훼손에 도구를 쓴다면 전기톱을 미리 샀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전기톱을 5월 28일 구매하고 29일 수령, 범행에 쓰기 위해 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검찰과 변호인은

검찰은 고유정의 계획적인 범행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과 인터넷 검색 기록 및 범행 도구 사전 준비 등으로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변호인 측이 피해자가 먼저 고유정에게 다가가 신체를 만졌다는 주장을 피자 "이번 비극적 사건의 단초가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피고인과 변호인 측이) 주장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고유정의 변호인은 계획적인 살인은 부정하며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변호인은 이날 첫 재판에서 "피고인이 자신을 (지금의 남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인식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없었다"며 "상식에서 벗어난 추측"이라고 항변했다.

더불어 "(만약) 계획대로 (범행이) 성공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어떤 이득이 있겠느냐"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추정으로 이 사건을 봐달라. 검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유죄로 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공정한 재판 절차로 복귀할 수 있도록 결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고유정 사건에 대한 차기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 속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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