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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목록 350개·기록 3700여쪽’ 고유정 재판 시작됐다
‘증거목록 350개·기록 3700여쪽’ 고유정 재판 시작됐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8.1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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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12일 살인·사체훼손 등 혐의 첫 공판
검찰 계획적 범행 입증 초점…변호인 조목조목 반박
피고인 1시간 10여분 동안 머리 숙인 채 얼굴 가려
방청석 깊은 탄식·조롱·비난·욕설 목소리 터져 나와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여러 곳에 나눠 버린 혐의의 '고유정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첫 재판부터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고유정 측의 반박과 이에 대한 재반박 등이 벌어져 앞으로 진행될 여러 차례 공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12일 살인, 사체훼손 및 은닉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이날 재판은 취재진 외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많아 좌석이 아닌 일부 입석까지 허용됐다.

방청석에서는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읽을 때는 깊은 탄식이, 변호인 측의 모두진술 때는 조롱과 비난, 욕설 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피고인 고유정은 1시간 10여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머리카락을 내려 얼굴을 가린 채 퇴정때까지 한번도 머리를 들지 않았고, 재판부의 질문에도 방청석에서는 듣지 못 할 정도의 목소리로 답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10페이지에 이르는 고유정 사건의 공소사실을 모두 읽었다.

지난달 23일 공판준비기일 당시 검찰 측은 고유정 사건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이 출석한 자리에서 읽겠다고 재판부에 밝힌 바 있다.

검찰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읽기 전 "사건의 무거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낭독한다. 무서운 진실을 직시하면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기 바란다"고 전체 낭독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측은 공소사실을 통해 고유정의 계획적 및 고의적 범행 입증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목록만 추가된 것을 포함해 350건에 이르고 증거기록도 3700여페이지에 달한다.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이 12일 자신의 첫 재판에 참석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미디어제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이 12일 자신의 첫 재판에 참석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미디어제

검찰은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이혼 과정에서 형성된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피해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재혼한 남편의 친자식처럼 키우겠다는 집착, 현 남편과의 불화를 겪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아들의 면접 교섭으로 인한 재혼 생활의 장애 작용 우려 등을 지목했다.

증거로는 피해자인 전 남편에 대해 적개심을 표현한 가족과의 문자 메시지, 자신의 아들을 재혼한 아들의 남편 친자처럼 키우려 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문자 메시지, 인터넷으로 범행 도구를 물색하고 준비한 점, 인터넷 검색 기록, 가짜 문자 메시지 조작 등을 제시했다.

검찰 10페이지 달하는 공소사실 전문 읽어

“무서운 진실 직시하면서 준엄한 심판 받길”

고유정의 변호인은 검찰 주장(공소사실) 중 사체 훼손 및 은닉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계획적인 살해 부분은 부정했다.

오히려 피고인 고유정의 범행이 피해자인 전 남편의 성폭행에 방어하기 위한 우발적인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듯, 결혼 생활 중에 있었던 '부부 관계'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범행이 발생한 지난 5월 25일 오후 범행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 내 싱크대에서 수박을 씻고 있는 피고인 고유정의 뒤쪽에 다가간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모두발언이 길어지자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부인하는 부분에 대한 입증 계획 등을 간략히 설명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의 지적을 받은 뒤 우선 공소사실에 집중하며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먹여 항거 불능 상태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데 대해 반박했다.

검찰 측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 고유정이 피해자가 졸피뎀에 의해 항거불능 상태일 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고 하면서도 고유정의 오른손 상처에 대해서는 '몸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이 12일 자신의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여)이 12일 자신의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미디어제주

졸피뎀 투약 여부에 있어서도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는 증거기록이 없다"며 "피고인의 혈흔에서 검출됐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검찰 측이 고유정의 범행 계획 증거로 제시한 인터넷 검색 기록 역시 "연관 검색어를 따라가다 단순하게 검색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졸피뎀' 단어 검색은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버닝썬 사건'을 들여다보다, '혈흔' 검색은 피고인이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오래된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니코틴 치사량' 검색은 지금의 남편의 흡연 때문에 전자담배를 찾다가 연관 검색어로, '뼈 강도'와 '뼈 무게' 검색은 현 남편의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찾다가 연관 검색으로 찾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이와 함께 "피고인이 범행 당시 자신이 임신한 것으로 인식했으며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었다"며 "만약 살인을 계획했다면 도피가 쉬운 공항 인근 펜션을 빌렸어야 했다.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피고인 ‘우발적 범행’ 부각에 초점

“인터넷 검색 기록은 연관 검색한 것일 뿐”

변호인의 발언이 끝나자 검찰 측이 재반박에 나섰다.

검찰 측은 졸피뎀 성분이 피해자 혈흔에서 나온 것이 맞고 인터넷 검색도 연관 검색어 혹은 '링크' 기능을 쫓은 게 아니라고 역설했다.

검색한 특정 단어를 피고인이 인터넷 검색 창에 직접 입력해 검색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이번 비극적 사건의 단초가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피고인과 변호인 측이) 주장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고유정 사건의 수사 기록에 대해 "(앞서 선임됐던) 국선변호인 외에 열람 및 등사가 없었는데 지금의 변호인 측이 어떻게 수사 기록을 입수했는지를 밝혀달라"는 요청도 했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고유정(36.여)이 지난 6월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진술녹화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는 지난 6월 5일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재판부는 이에 따라 변호인 측의 수사 기록 입수 경위와 증거채택 여부 등을 위해 다음달 2일 오후 2시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인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같은달 29일까지 여러 곳에 나눠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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