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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도민들은 단 한 차례도 당사자가 아니었다”
“제주 제2공항, 도민들은 단 한 차례도 당사자가 아니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7.29 1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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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 “기본계획 고시 전 주민의견 수렴은 의무”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방안 모색 토론회 주제발표, ‘심층여론조사’ 방식 제안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제2공항 사업 추진과 관련, 지금까지는 단 한 차례도 도민들이 권리 당사자로 인정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본계획 고시 전에 제주도지사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도지사는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강영진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은 29일 오후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제주공항 도민 의견수렴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이같은 발언을 통해 지금부터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의견수렴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영진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이 29일 오후 열린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영진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이 29일 오후 열린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영진 소장은 우선 제2공항 관련 갈등의 쟁점 사항에 대해 △제주의 미래 항공수요 예측에 따른 확충 규모의 적정성 여부 △기존 공항 확충 가능성을 다룬 ADPi 보고서에 대한 검증 여부 △제2공항 선정 기준과 입지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는지 여부 등 3가지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2공항 갈등의 본질적인 성격과 당사자들의 요구, 지역 정서 등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향후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갈등이 완화되거나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검증 등을 통한 문제 해결과 도민 여론 수렴에 의한 해결 노력 없이는 관련 당사자들과 사회 전반에 피해와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그는 공항시설법상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국토부 장관은 도지사 의견을 들은 후에 협의하도록 돼있다는 점과 시행령에 기본계획이 수립된 후 자치단체장은 14일 이상 주민들이 기본계획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국토부 장관을 지사 의견을 들어야 하고 지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기 전까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지사가 국토부 장관에게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작성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듣고 제주도 의견으로 정리해 제출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차원의 보고회나 설명회, 공청회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뤄진 행정행위가 번번이 무산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론 수렴에 실패한 외국의 공항 갈등 사례로 프랑스 낭트 신공항과 일본 나리타 공항 사례를 들기도 했다.

프랑스 중서부에 있는 관광도시 낭트의 경우 2008년 신공항 건설계획 승인 후 본격 사업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반발에 부딪혀 10년째 극심한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 1월 끝내 프랑스 정부가 낭트 신공항 건설계획을 철회했고, 1978년 개항 후 50년째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나리타 공항의 경우 완공 후에도 주민들이 공항 확충을 위한 토지 매도를 거부하면서 확장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활주로 한가운데 민가와 농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 벌어져 결국 최근에는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항공수요의 비중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제2공항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방법으로 공론조사, 주민투표, 심층 여론조사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공론조사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제주도가 부정적인 뜻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론조사 특성상 사업 추진기관에서 거부할 경우 거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면서 “도의회가 나서더라도 국토부 등 해당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진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또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현행 주민투표법상 제2공항 관련 주민투표는 국토부 장관의 요구가 있어야 실시할 수 있지만 법 취지대로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면 도민 여론으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모두 주민투표를 거부할 경우 부안이나 삼척, 영덕의 사례처럼 도민 주도로 민간 차원의 자율적 주민투표를 통해 정치적 효력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민투표와 공론조사를 해당 기관의 거부로 실시할 수 없는 경우 현실적으로 유효한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심층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그는 “제2공항 문제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조사 결과의 효력과 수용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질문과 응답으로 표층 의견을 수집하는 기존의 통상적인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보다 큰 규모의 심층적인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제2공항 관련 주요 문제에 대한 정보를 균형있게 제공하고, 찬반 양측의 핵심 요인을 두루 헤아려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정보제공형 심층 여론조사 방식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는 조사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3000~1만명 정도의 표본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조사기관에 의뢰, 3회 가량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주제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현재 단계에서는 적절한 여론수렴 방법을 정하는 것보다 도민들이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여론 형성과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토론회와 설명회,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민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론 형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론 수렴방법도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여론 수렴과는 별도로 사전에 기존 공항의 확충 가능성 등 핵심 쟁점을 다룬 ADPi 보고에 대한 검증과 의문을 해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토대로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9일 오후 3시부터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9일 오후 3시부터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 금창호 자치분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의견 수렴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사실상 책임을 떠넘긴 거다”라면서 “현재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한다면 발표자가 제안한 심층 여론조사 방법의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찬반 편차가 클 경우에는 굳이 숙의형 공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제2공항의 경우 최근 찬반이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 더 심층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강 소장의 심층 여론조사 방식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대휘 제주CBS 보도국장은 최근 ‘전문가의 영역을 비전문가들이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 국장은 “정치 지도자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최대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거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토부와 제주도가 지금처럼 간다면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국토부와 제주도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찬식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공동대표도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일을 중앙정부에 미뤄선 안된다”면서 “제주도와 도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업을 중앙정부가 알아서 하도록 한다면 자기 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이며, 헌법적 지위를 갖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주장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원 지사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성토했다.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9일 오후 3시부터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9일 오후 3시부터 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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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wnals 2019-07-30 11:46:49
민주주의의 기본이 안 지겨지는 제주도와 대한민국, 엄연한 위헌행위다. 이에대한 설명은 없고 미국을 위한 공군기지에만 목매고 있다면 국민이 반대하니 못한다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