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자연과 똑닮은 놀이시설은 어떤가요”
“여러분, 자연과 똑닮은 놀이시설은 어떤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7.2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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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 제주도교육청의 새로운 시도

옛 회천분교에 가칭 ‘제주유아체험교육원’ 시동
23일 전문가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의견 접수
마을 협조도 중요…주민들 적극적인 도움 피력

잘 놀아야 한다. 논다는 건 창의적 생각의 가장 밑바탕에 있다. 놀이는 어쩌면 모든 사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제주는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 있는 놀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관련 기획 연재를 수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매년 기획보도물을 만들어 <놀아야 공부다>라는 두 권의 책으로도 만들어냈다. 미디어제주는 올해 역시 놀이와 관련된 기획보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만들어낸 책 제목인 ‘놀아야 공부다’를 올해 기획물의 제목으로 삼는다. ‘놀아야 공부다’는 “잘 노는 것이 공부를 비롯한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게 공부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다들 “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러긴 할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노는 게 뭔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놀이를 강조하는 세상이 이상할 노릇이다. 논다는 건 가르쳐서 될 게 아니라 몸에 배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몸에 녹아든 놀이가 몸 밖으로 스스로 나올 수 있다.

놀지 못하게 되고, 놀이를 강조하게 된 이유는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개발을 한다며 놀 장소를 없애고, 놀 아이도 차츰 사라졌다. 덩달아 아이들의 가방은 무거워졌고, 스스로 놀이를 찾는 아이들은 사라졌다. 놀이환경을 없앤 당사자는 사회였고,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의 평범한 아빠·엄마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도 사라졌다. 예전 익히 알던 놀이방법은 그야말로 낯선 단어가 돼 있다. 대신 정형화된 틀을 지닌 놀이시설이 놀이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놀이터는 안전한 바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놀이시설은 어디를 가나 똑같다. 같은 모양의 미끄럼틀, 같은 재질의 놀이시설. 어른들은 그런 놀이시설을 갖춘 곳에 우리 아이들을 ‘툭’하고 갖다 놓는다. 과연 그런 곳에서 놀게 되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기나 할까. 그런 곳에서의 놀이는 똑같은 패턴의 반복일 뿐이다.

가칭 '유아교육체험교육원'으로 계획이 잡혀 있는 옛 회천분교. 미디어제주
가칭 '유아교육체험교육원'으로 계획이 잡혀 있는 옛 회천분교. ⓒ미디어제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창의적인 놀이’를 강조하게 됐다. 지난 2015년 전국의 교육감들이 모여서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후 각 지자체는 놀이다운 놀이를 찾는 노력을 해왔다. ‘기적의 놀이터’를 만드는 곳도 생겼다.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놀이에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다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옛 회천분교장이 있던 곳을 눈여겨봤다.

제주도교육청은 옛 회천분교장에 (가칭)‘제주유아체험교육원’은 건립하기로 하고, 23일 회천분교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가졌다. 마을 주민들, 생태전문가, 수목조경 전문가, 제주도 유아교육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회천분교에 어떤 놀이환경을 갖출지에 대한 고민들을 나눴다.

이석문 교육감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유치원 놀이기구는 똑같다.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은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만들지 않겠다. 놀이라는 정답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정답을 하나만 만드는 교육에서 벗어나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바라보고 만들어보자. 제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해보자”고 제주유아체험교육원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석문 교육감이 놀이시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석문 교육감이 놀이시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전문가 그룹으로 참가한 제주대 강봉수 교수도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도민들의 삶을 규정한 측면이 강하다. 아이들이 제주인으로서 자질을 습득하도록 해야 하는데, 주입식의 교육을 배제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습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은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하다. 오는 2022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천분교가 지닌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회천분교 주변은 ‘역적수월’로도 불리는 곶자왈인 ‘새미숲’이 있다. 자연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엔 금상첨화이다. 때문에 마을과의 관계도 무척 중요하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9년간 선흘마을에서 역할을 해왔다. 선흘1리 마을 주민들이 교사가 되기도, 학생이 되기도 했다. 이젠 조천읍 전체를 습지도시로 만들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회천분교가 유아교육의 터가 된다니 고맙다. 회천동을 출발해서 전역으로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인 채종국 동회천마을회장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그는 “여기는 몇 년 방치됐다. 이제 진주를 찾았다. 여기는 환경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새미숲과 연계된다면 최고가는 교육센터가 되리라본다.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마을에서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가칭 '제주유아체험교육원' 구성을 위해 회천분교를 찾은 전문가들이 인근에 있는 곶자왈인 '새미숲'을 둘러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가칭 '제주유아체험교육원' 구성을 위해 회천분교를 찾은 전문가들이 인근에 있는 곶자왈인 '새미숲'을 둘러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가칭 '제주유아체험교육원' 구상을 위해 회천분교에 모인 전문가들. 미디어제주
가칭 '제주유아체험교육원' 구상을 위해 회천분교에 모인 전문가들. ⓒ미디어제주

회천분교는 9620㎡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시설이 들어서면 제주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1만4782명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낼까에 있다. 2022년이면 시일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공간을 어른 시선으로 맞춰서는 안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공간이라면 어른도 좋아하는 공간이 된다. 아이들에게 보다 가깝게 디자인을 한다면 좋은 장소가 되지 않을까”라며 답했다.

이제 첫 발을 뗐다. 놀이터에 관한 한 선두주자인 전남 순천시는 ‘기적의 놀이터’로 승부를 걸고 있다. 모두 10개의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놀 공간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순천과 환경이 다르다. 제주도만이 지닌 놀이 시설은 어때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마음껏 가져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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