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가로경관에 내재된 지역성
서귀포 가로경관에 내재된 지역성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7.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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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범(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연구위원회 위원)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가 발간하는 <제주건축> 제2호에 실린 글이다. 김상범 도건축사회 연구위원회 위원은 해외의 가로에 감명을 받고, 자신의 고향의 가로도 그런 느낌이 드는지를 직접 연구하기로 한다. 이 글은 시작점에 해당하는 글이다. 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편집자주]

 

# 가로경관과 도시 이미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행길에 낯선 도시를 걷다 보면 거리에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아, 내가 익숙한 우리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에 와 있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은 그 도시의 이미지로 나에게 기억된다. 땅거미가 진 저녁, 낙엽이 떨어져 운치 있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적한 가로를 걷고 있을 때의 일이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1~2층짜리 낮은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건물들에는 작은 소매점, 커피숍,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귀포 안에서도 볼 수 있음직한 스케일의 풍경이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나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꺼내어 거리의 풍경과 그 안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남기기 위해 셔터를 바쁘게 눌러대고 있었다.

필자가 만난 포틀랜드의 가로.
필자가 만난 포틀랜드의 가로.

그때 그 거리에서 우리가 느꼈던 분위기,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던 그 가로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거창하고 화려한 서양식 건물이나 눈이 부신 화려한 인테리어의 커피숍, 상점들로 채워져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소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 있는 그 거리의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방문자에게 호감을 주는 가로 경관은 반드시 독특한 랜드마크가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고 소박하지만 무언가 그 지역의 느낌을 지닌 요소들이 조합을 이루어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서귀포의 가로경관은?

포틀랜드에서의 경험처럼 도시 내 가로의 경관은 방문자에게 그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방문자가 본 가로경관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경우 방문자에게 그 도시의 이미지는 좋게 남을 것이고, 그 반대로 가로경관이 특색 없이 너저분한 경우 그 도시는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서귀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도시이다. 하지만 서귀포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중문 관광단지, 천지연폭포 등 관광명소가 아닌 서귀포 시내의 일반적인 가로에서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를 느끼고 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방문자가 서귀포의 길을 걸으며 느끼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서귀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포틀랜드에서 내가 느꼈던 그런 호감을 서귀포에서도 가지게 될까? 과연 서귀포의 가로경관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을까? 이렇듯 서귀포의 가로경관을 생각하면 수많

은 물음표(?)가 쏟아진다. 누군가가 문득 이런 질문을 한다면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도 똑 부러지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그래,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연구를 위한 질문

질문들 대한 답을 찾는 방법으로서 연구의 형식을 취해 보기로 했다. 이왕 답을 찾기로 한 것이니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연구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질문을 정리해보았다. 서귀포의 가로경관을 생각했을 때 나온 수많은 질문들을 곱씹어보니, 그것들은 ‘과연 서귀포의 가로경관은 서귀포만의 독특한 느낌(그 독특한 느낌이라는 것이 좋은 이미지에 대한 것이라면 더 좋겠지만)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아주 기초적인 의

문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연구형식에 맞게 풀어서 연구주제를 ‘서귀포 가로경관에 내재된 지역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잡아보았다. 사전적 풀이로 지역성은 그 지역의 특별한 성격을 의미하므로 ‘서귀포의 가로경관에 지역성이 내재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용해서 서귀포의 거리를 걸을 때 서귀포만의 느낌을 받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 연구의 의의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시작하기 전에는 예측이 힘들다. 서귀포 사람 입장에서는 내 고장의 가로경관이 지역성을 담고 있었으면 하지만, 방문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해본다면 과연 현재의 서귀포 가로경관이 그럴지는 쉽게 예측이 안 된다.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공간의 이미지가 실제로 방문자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알아보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서 도시공간을 채워나가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연구가 끝날 때쯤 도출될 결론은 어쨌든 우리가 서귀포 가로경관에 지역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만약 서귀포의 가로경관에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가로경관 유형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가?’ 또는 ‘그런 느낌을 주는 가로경관 내 시각적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추가로 던질 수 있을 것이며 가능하다면 연구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답도 찾아보려 한다.

예비조사에 사용된 사진.
예비조사에 사용된 사진.

반대로 만약 서귀포의 가로경관에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이 없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인위적으로라도 서귀포의 가로경관에 (제주특별자치도 경관기본계획에서 요구하는 바와 같이) 지역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각적 요소를 끼워 넣는 방법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연구의 시작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예비조사를 해보았다. 가로공간의 스케일, 건물의 크기/스타일, 수목의 크기 및 밀도 등의 조건이 비슷한 서귀포의 가로사진과 부산시/양산시의 가로사진을 각각 5장씩 무작위로 배치하고 서귀포의 가로사진을 맞혀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서귀포의 가로 사진을 맞춘 비율은 평균 66%이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좀 더 세밀한 조사계획과 설문용 사진의 조건설정을 가지고 조사를 수행할 것이다. 연구는 1년 여의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진행할 생각인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연구과정을 몇 차례의 투고를 통해 순차적으로 보여드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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