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자기결정권’ 운운할 자격 없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자기결정권’ 운운할 자격 없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7.16 1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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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 도의회 부결에 대한 단상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자기결정권’.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인 지방분권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내놓은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2월 올 연말까지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2022년까지 부처별 추진 방안과 2019년도 추진 일정 등을 확정한 바 있다.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보면 지방정부 형태와 계층구조, 선거제도 등에 대한 자기결정권 부여를 포함한 주민 중심의 분권 모델을 마련하고 제주형 자치경찰제의 완성도를 제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올 연말까지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지방의회 전문인력 확충, 인사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의 도의회 기능 강화 방안도 올 12월까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이 확정됐고, 제주특별법 위임 조례를 확대, 자치입법권을 강화하는 부분도 올 12월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산업, 복지 분야 등 사무의 권한 이양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작업과 재정분권 방안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올 12월말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민 중심의 분권모델이라는 과제는 내년까지, 자기결정권 부여 등의 과제는 2022년까지 완성한다는 것이 자치분권위원회가 제시한 추진 일정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분권 모델 완성을 향한 로드맵을 다시 복기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나 제주도의회, 도내 정당 등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제주도가 ‘자기결정권’을 갖게 되더라도 이를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자치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를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해법을 놓고 원희룡 지사도, 도의회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도민사회의 공론조사 요구를 아예 무시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 얘기는 이미 수차례 시민사회 진영과 정치권에서 다뤄왔기에 이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지난 11일 제37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2공항 찬반 프레임으로 변질돼버린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된 상황을 살펴보자.

제주도의회에서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이 부결된 데 따른 도내 정치권의 비판 논평이 쏟아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열린 본회의 표결 장면.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지난 11일 오후 열린 제37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된 당시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홍명환 의원이 대표 발의, 환경도시위원회에서 통과된 이 조례 개정안의 심사보고서 내용을 보면 환경도시위는 “관리보전지역 1등급 지역은 절대보전지역에 준해 관리하는 지역임에도 도의회 동의 없이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돼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항으로 조례 개정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환경도시위는 “관리보전지역 1등급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에 준해 관리하고자 하는 취지로 비춰볼 때 공항, 항만이 도민 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대규모 자연환경 훼손과 변경이 불가피한 사업에 해당한다”면서 “도의회 동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만 제2공항 관련 도민사회 의견이 분분하고 계획 수립을 위한 관련 용역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절차를 변경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관리보전지역 1등급 지역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항만, 공항을 제외하고 사업 추진을 위해 관리보전지역 등급 변경이나 해제가 필요할 경우 도민 대의기관인 도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40명 중 찬성 19명, 반대 14명, 기권 7명으로 부결됐다.

심사보고서의 취지와 표결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날 도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국토부의 국책사업으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발표 후 예타조사, 기본계획 수립 용역 등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도의회가 도민 대의기관으로서 관리보전지역에 대한 해제 동의를 받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앞서 얘기한 ‘자기결정권’을 운운할 자격이 도의회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제주도 섬 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 기껏 동의 절차를 갖고자 하는 이번 조례 개정안을 스스로 포기한 도의회다.

도민사회의 공론조사 요구를 아예 무시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정도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자치단체 스스로 지방정부 형태와 계층구조, 선거제도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분권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작 도와 도의회는 도민들의 뜻을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최소한의 도의회 동의 절차도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에서 주는 사업은 특별한 시혜인 것인 양 감지덕지하면서 받고, 안 주면 떼를 쓰다 포기해버리는 식으로 제주의 미래를 끌고 가겠다는 거라면 차라리 특별자치도를 반납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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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07-19 16:48:51
지당하신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