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통보, 후 검토..."공공기관 정보공개에서 이래도 되나"
선 통보, 후 검토..."공공기관 정보공개에서 이래도 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7.09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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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투입되는 보조금 사업 들여다보기] <1-3>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세금 지원되는 사업인데 "사업계획서 비공개"
비공개 통보한 답변서 보니...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비공개' 처리"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공공기관의 보조금 사업, 도민은 그 내용 '알 권리' 가진다

공공기관의 보조금 사업,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도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데, 사업에 대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면. 당신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같은 이상한 일이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상한 일을 자행하며, 의혹을 키우는 기관은 다름아닌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진흥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이 말은 즉, 도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진흥원은 많은 일을 한다.

대표적으로 제주의 영상 및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내 여러 단체에 필요한 기금을 지원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바로 ‘보조금 사업’이다.

공공기관이 보조금 사업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공공기관의 보조금 사업 진행 과정>

사업 공고 > 사업계획서 및 신청서 접수 > 심사 > 결과 발표 > 보조금 교부 > 사업 시행 > 보조금 사용내역 정산

1. 기관은 사업의 목적, 이유, 지원 범위 등을 상세히 기재한 공고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2. 공고문을 접한 도내 각 단체들이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접수한다. 일반적으로 이 신청서에는 단체가 진행하려 하는 ‘사업계획서’가 포함되어 있다.

3. 접수된 단체들의 사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4. 보조금 사업의 수혜 단체, 즉 선정 단체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다.

5. 보조금을 각 단체에 교부한 뒤, 사업을 시행. 사업 후 보조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내용을 살핀다.

공공기관이라면, 사업 공고부터 결과 발표까지 모두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진흥원의 보조금 사업

그런데 진흥원이 집행하는 보조금 사업 중, 사업 공고부터 심사, 결과 발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사업이 있다. 무려 1억6200만원 규모의 사업이다.

사업의 이름은 ‘2019년도 영상문화 육성지원 공모사업’.

앞서 <미디어제주>에서는 아래 두 개 기사를 통해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7월 4일자 보도 / 정부 산하 기관은 정보공개, 제주 산하 기관은 비공개?

7월 5일자 보도 /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사업, "보조금 중복·지원자격 논란"> 기사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는 7월 4일자 보도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더 해보려 한다.

문제가 되는 진흥원의 보조금 사업 이름은 ‘2019년도 영상문화 육성지원 공모사업’. 기사에서는 편의상 ‘보조금 사업’이라고 지칭하겠다.

이 보조금 사업의 수혜자로 선택된 단체는 총 4곳이다. 행사별 지원금은 크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5500만원까지다.

행사 당 최소 15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보조금 사업인데. 과연 각 행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행사의 지원금은 적절하게, 정당하게 쓰여지는 걸까?

도민이라면 이 질문에 대해 누구나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내가 낸 세금’이 지원되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4개 단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진흥원 측에 정보공개 청구했고, 2주 간의 기다림 끝에 ‘공개할 수 없다'라는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진흥원 측이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리며, 기자에게 전달한 문서가 있다. '정보공개 답변서'라는 이름의 한 장짜리 문서다.

오늘 다룰 내용은 이 문서에서 비롯된 문제다. 과연 무엇일까? 차근차근 알아보자.

 

공개해야 할 사업계획서, 진흥원 측 일방적으로 '비공개 처리'

앞선 기사에서 밝혔듯, 기자는 6월 19일자로 진흥원에 보조금 사업에 선정된 4개 단체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본다.

<기자→진흥원, 정보공개청구 과정>

2019.06.19 진흥원에 '2019 영상문화육성 지원사업' 선정 단체들에 대한 사업계획서 정보공개 청구

2019.07.03 진흥원, '사업계획서 정보 비공개' 통보

2019.07.04 <미디어제주>, 진흥원 측에 비공개 사유 상세히 문의. 진흥원의 정보공개 담당자는 '업체(단체)의 기밀사항'이 포함되어 있어서' 공개가 불가하다고 답함. 이에 기자는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해당 내용이 담긴 계획서 공개가 불가능한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항변. 같은 날 수 차례 관련 문제로 담당자와 통화했고, '비공개' 통보에 대한 명확한 법적인 근거를 요구하자, 담당자는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라고 답변. 

2019.07.05 진흥원 정보공개 담당자로부터 다시 전화 옴. 담당자는 "4개 단체들이 동의할 경우 정보공개 가능할 것"이라고 말함.

2019.07.08 진흥원 정보공개 담당자로부터 전화 옴. 4개 단체들에 '사업계획서 공개 여부'를 물으려면, 청구인(기자)의 기본정보(이름, 주소지)를 공개해야 가능하다며 동의 여부를 묻는 내용임. 기자, 관련 법규를 알려달라 말하고 일단 동의함.

2019. 07.09 진흥원이 8일 통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의 개인메일로 관련 법을 송부함.

위 진행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기자는 '비공개 통보'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진흥원에 요구한 바 있다. 기자가 받은 '정보공개 답변서(비공개 결정통지서)'에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진흥원은 7월 3일 기자에게 '사업계획서 비공개' 통보를 내렸다. 당시 통보 문서에는 '제3자와 관련된 정보라서 공개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래 이미지 참고)

(좌)진흥원이 기자에게 전달한 정보공개 답변서. 비공개 통보를 하면서도 그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정보공개 안내서에 있는 '비공개 결정통지서' 예시. 근거가 되는 법률이 존재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정보공개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정보 비공개'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법적인 근거 없이 공공기관이 임의대로 '정보 비공개' 처리를 한다면, '정보공개법'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3일 정보공개 답변서를 받은 뒤, 4일 진흥원 관계자에게 해당 사유를 뒷바침하는 '법 조항' 또는 '진흥원 내부 규칙'이 있는지 물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고, 기자가 재차 묻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노라 밝히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7월 9일 오전 전달된 것이 아래 메일이다. 관련 법 조항과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7월 9일,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전달한 메일 내용 중 일부.
정보공개 관련된 법 조항 및 규칙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진흥원은 기자에게 3일 '정보 비공개' 통보를 할 당시, 명확한 법 조항을 근거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가 여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담당자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9일이 되어서야 관련 조항을 찾아 기자에게 전달했다.

즉, 관련 법 조항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먼저 비공개 통보를 한 뒤, 법 조항 검토'를 한 셈이다.

그 누구보다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제도'.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단체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 기사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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