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33 (금)
미디어제주 소개글 100% 베낀 ‘철면피’ 언론(?)
미디어제주 소개글 100% 베낀 ‘철면피’ 언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7.08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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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인터넷신문 <뉴스N제주>, 본사 소개글 몰래 가져가
내용은 물론 제목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100% 똑같아
부끄럼없이 창작물 도용…기자윤리강령도 똑같이 베껴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까. 거의 없지 않을까.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하나를 소개한다.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뛰어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위대한 예술가인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세상에, 피카소라는 인물의 입에서 “베끼다”와 “훔치다”가 스스럼없이 나오다니.

단어만 보면 피카소가 이상하게 보인다. 단어 이면을 잘 들여다 봐야 피카소가 의도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피카소가 예술가들을 향해 베끼고, 훔치라고 말한 건 아니다. 예술의 바탕 자체는 100% 창조가 아니라는 점을 피카소는 말하고 있다. 때문에 혹자는 한술 더 뜨기도 한다. 피카소의 작품 자체가 ‘모방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관련 예술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강연자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온 말이 “피카소도 모방”이었다.

피카소가 말하는 핵심은 ‘모방’이나 ‘베끼기’를 뜻하는 ‘카피(copy)’가 아니다. 피카소는 ‘베끼기’가 아닌, ‘훔치다’에 중점을 두고 말했다. 좋은 예술가는 베끼는 수준이지만, 뛰어난 예술가는 다른 이들의 작품을 베끼는 수준을 뛰어넘어서 다른 이들의 머리에 있는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피카소가 말하는 창조 개념이다.

창조는 예술에만 있지 않다.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활동엔 창조가 따라붙는다. 다만 그 창조는 예전에 있던 걸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발전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날 때부터 글을 잘 쓸리는 없다. 뛰어난 작품을 많이 읽고, 많이 베끼는 과정이 동반된다. 오래도록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엔 자신의 작품이 된다. 많이 베낀 사람은 좋은 글쟁이가 되고, 아이디어를 많이 훔친 사람은 뛰어난 글쟁이가 된다.

피카소를 끌어들여 길게 얘기를 한 이유가 있다. <미디어제주> 신문사 소개 글이 다른 인터넷언론사 소개 글이 되었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신문사소개' 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신문사소개' 글.

<미디어제주> 신문사 소개 글은 몇 년 전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할 때 전면 손질을 봤다. 기자가 직접 작성한 창작물이다. <미디어제주> 신문사 소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디어제주는 뉴미디어 패러다임에 발맞춰 언론의 자유, 언론혁신을 실천하고, 공정·정확·신속한 뉴스 전달 및 탐사·기획·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언론 및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창간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신문사 소개 글>
 

뉴미디어 패러다임 사회혁신 추구

뉴미디어 패러다임에 발맞춰 언론의 자유, 언론혁신을 실천

미디어제주는 뉴미디어 패러다임에 발맞춰 언론의 자유, 언론혁신을 실천하고, 공정·정확·신속한 뉴스 전달 및 탐사·기획·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언론 및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창간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언론 패러다임을 필두로 한 언론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뉴미디어 시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감각적인 뉴스 보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미디어제주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등록된 인터넷신문으로, 제주지역 언론의 혁신적 대안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제주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스포츠 등 각종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각종 현안 및 이슈에 대한 심층기사를 전문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미디어제주는 사람중심의 보도문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시민기자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살아있는 생생한 뉴스보도를 해 나가겠습니다.

시민과 학생, 회사원, 공무원 등 미디어제주의 보도방향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민기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는 기자가 일방적으로 기사를 전하는 식의 보도를 지양하고, 편집국과 독자(네티즌)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올바른 인터넷문화 정착에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미디어제주는 항상 어려운 이웃과 소외받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사회발전 및 올바른 의견형성을 위해 필요할 경우 개혁·진보적 언론 또는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연대해 희망을 밝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미디어제주>는 소개 글을 쓰면서 ‘뉴미디어 패러다임 사회혁신 추구’라는 제목도 달았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 글이 다른 곳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담겨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창작물을 그대로 가져간 셈이니 범죄행위가 아니고 뭐겠는가. 채 1년이 되지 않은 <뉴스N제주> 신문사 소개 글이 <미디어제주>랑 똑같다.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뉴스N제주> 신문사 소개 글의 제목과 내용은 <미디어제주> 것이랑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다. <미디어제주>와 <뉴스N제주>라는 차이만 있다. 더 들라면 <미디어제주> 소개 글의 두 단락은 뺀 점이다.

뉴스N제주 '신문사소개' 글. 미디어제주
뉴스N제주 '신문사소개' 글 / 뉴스N제주 홈페이지 화면 캡쳐.

<뉴스N제주 신문사 소개 글>
 

뉴미디어 패러다임 사회혁신 추구

뉴미디어 패러다임에 발맞춰 언론의 자유, 언론혁신을 실천

뉴스N제주는 뉴미디어 패러다임에 발맞춰 언론의 자유, 언론혁신을 실천하고, 공정·정확·신속한 뉴스 전달 및 탐사·기획·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언론 및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창간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언론 패러다임을 필두로 한 언론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뉴미디어 시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감각적인 뉴스 보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뉴스N제주는'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등록된 인터넷신문으로, 제주지역 언론의 혁신적 대안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제주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스포츠 등 각종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각종 현안 및 이슈에 대한 심층기사를 전문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뉴스N제주는 사람중심의 보도문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시민기자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살아있는 생생한 뉴스보도를 해 나가겠습니다.

시민과 학생, 회사원, 공무원 등 뉴스N제주의 보도방향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민기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내 언론사는 올해 4월 현재 100곳이 넘는다. 신문 28곳, 인터넷신문 64곳 등 모두 합치면 109곳이다. 지금도 더 늘고 있다.

언론이 늘어나는 건 탓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을신문 등 특징 있는 신문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세상 곳곳의 억울한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100곳을 넘는 언론사의 자질에 있다. <뉴스N제주>를 닮은 언론사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끄럼없이 베끼기를 자행한다.

신문사 소개 글은 해당 언론사의 ‘얼굴’에 해당한다. 소개 글은 해당 언론사의 이념이기도, 가치이기도, 생명처럼 지켜야 할 약속이다. <미디어제주>는 <뉴스N제주>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어떻게 신문사 소개 내용은 똑같을까. <미디어제주>와는 가치도, 이념도 전혀 다른 곳이다. 베껴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차마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하겠다. 베끼기를 자랑삼는 언론사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부끄럽다. <뉴스N제주>는 <미디어제주>의 소개 글만 베낀 줄 알았는데, 기자윤리강령 등도 똑같이 베껴서 가져갔다. 발행인 인사말 역시 100%는 아니지만 베꼈다.

어쩌면 우린 정말 부끄러운 언론 행태를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레기’라고 욕먹는 이유가 다 있었다. 언론은 단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줘야 하고,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게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거짓이 없고,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름지기 언론은 그래야 한다. 그런데 ‘언론’이라는 탈을 쓴 이들이 남의 창작물을 100% 가져가고 있다. 과연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이들을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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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2019-07-08 17: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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