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국비 남고, 도비 다 쓰는 해비치축제, “도비 지원 더 해달라니?”
국비 남고, 도비 다 쓰는 해비치축제, “도비 지원 더 해달라니?”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6.26 2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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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투입되는 제주의 축제, 현장 진단]
<5>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제2탄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도비는 다 쓰면서, 국비는 잔액 발생”
강연호 서귀포시 표선면 의원, "해비치축제, 도 지원 너무 적다"
도비 지원 논하기 전에, 매년 발생하는 국비 잔액부터 활용해야
쇼케이스와 세미나 등이 열렸던 해비치호텔 지하 1층 현장 모습. 행사장 위치가 어디인지 알리는 이정표가 없어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
쇼케이스와 세미나 등이 열렸던 해비치호텔 지하 1층 현장 모습. 행사장 위치가 어디인지 알리는 이정표가 없어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국민 세금 6억1400만원이 들어가는 대형 축제. 바로 2019년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축제)이다.

제12회 해비치축제에 투입된 도민 세금은 총 2억원. 축제 예산인 약 10억원의 20%에 준하는 금액이다.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밝힌 29개의 평가대상축제 중, ‘억’ 단위의 도비가 지급되는 축제는 총 13개. 이들 중 보조금이 2억원을 초과하는 축제는 6개뿐이다. (해비치축제는 평가대상축제에 포함되지 않음)

이러한 사실을 본다면, 제주도의 다른 축제와 비교하더라도 해비치축제에 지급되는 2억원의 지원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7일 열린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73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리에서 강연호 의원(표선면, 무소속)의 관련 발언이 있었다. 해비치축제의 도비 예산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다.

강연호 의원: 아트페스티벌을 대표적인 아트페스티벌로 육성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 주신 것처럼 전체적인 행사 비용에 대해서 도에서 지원하는 게 너무 적은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주시기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조상범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저희가 지향하는 목표가 문체부에서도 그렇고 저희도 그런데 영국에 있는 에든버러 축제 급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위원님들이 도와주시면 저희도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강연호 의원은 해비치축제에 투입되는 도비가 너무 적다고 말한다. 해비치축제를 제주의 대표 아트페스티벌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제주도민과 도내 문화단체의 참여를 좀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보다 많은 도비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강 의원의 말처럼, 도비 지원 확대를 논의해야 할만큼 축제 예산이 부족한 실정일까?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해비치축제는 ‘예산이 남아서 다시 국고로 환수되는'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밝힌 아래 정산서를 살펴보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정부 지원금 및 정산서.
잔액 부분을 살피면, 매년 거액의 국비가 남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산서에서 주목할 내용은 ‘잔액’ 부분이다. 매년 3~5억여원의 국비가 문예진흥기금 형식으로 지급되는데, ‘쓰인 돈’이 ‘들어온 돈’보다 적어 매년 잔액이 발생하고 있다.

년도별 잔액은 최소 734만1817원에서 최대 1억751만9901원으로, 매년 평균 4972만2750원의 국비가 잔액으로 남는다.

돈을 아껴서 사용했기 때문에 잔액이 남은 거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 아니냐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사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

자, 이번에는 해비치축제에 지원된 제주도비 명세를 살펴보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제주도 지원금 및 정산서.<br>2018년 100만원을 제외하면, 도비는 알뜰하게 모두 사용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제주도 지원금 및 정산서.
2018년 100만원을 제외하면, 도비는 알뜰하게 모두 사용되고 있다.

도비 지원금 정산서에 따르면, 2018년 100만원 잔액을 제외하고, 아무런 잔액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비에서는 매년 잔액이 발생하는데, 도비는 알뜰하게 다 쓰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해비치축제를 ‘예산이 모자란 축제’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매년 국비가 잔액으로 남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강 의원은 왜, ‘예산이 남는 축제’에 도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 걸까.

조 국장은 왜,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를 해비치축제의 목표로 잡으며, 강 의원의 말에 부정하지 않은 걸까.

해비치축제는 올해 12회째를 맞이했다. 12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즉, 해비치축제는 꽤 장수한 축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제주도에서 해비치축제를 잘 아는 도민은 많지 않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해비치호텔&리조트 일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 축제 방문을 꺼려하는 도민도 상당수다.

강 의원의 논리처럼, 해비치축제가 과연 ‘도비 지원금이 적어서’ 도내 문화예술 유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다음 기사를 통해 관련 문제를 좀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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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afkatlaks 2019-06-28 09:59:52
도민은 언제까지 행정과 권력의 따까리만 해야하는 건가? 언제면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낼것인가?

도민 2019-06-26 20:44:46
기자님의 지적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현재 제주에서 개최되는 축제 대부분이 마을 부녀회 등등 관련돼 축재인지 마을 잔치인지 구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잡상인들의 대거 몰림으로 인한 축제 이미지 저하이다.
축제는 주민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가하는 신명나는 놀이문화로 돼야한다.
정치적이지 말고 정책적인 축제가 되려면 우선 축제 개최 목적에 부합된 콘텐츠 개발이 먼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