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윤동주를 만나고 싶어 발걸음을 멈춘다
윤동주를 만나고 싶어 발걸음을 멈춘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2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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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역문화를 가늠한다] <3>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올해초 우리나라 곳곳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글을 쓰곤 했다. 당시엔 ‘도시재생’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봤다. 도시재생은 쇠퇴한 지역을 어떻게 바꿀지가 관건이다. 거기엔 도서관이라는 키워드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엔 가볼만한 도서관이 널려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그런 아쉬움에 다시 도서관을 둘러보게 됐다. 이번은 지역문화를 이끄는 관점으로 도서관을 바라봤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시 한 편을 읊으며 글을 써보련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새로운 길’ 전문을 읊조린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다닐 때 현재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을 거쳐 불광동을 오갔다고 한다. 물론 함께 거닐던 친구는 있었다.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은 시인이 걷는 길이 매번 다름을 말한다. 윤동주 그는, 신사동을 거쳐 불광동 친구 집으로 가곤 했으리라. 민들레가 보이는 날도 있고, 까치가 날아다니는 날도 있다. 어느 날은 봄볕처럼 화사한 아가씨도 지나간다.

서울시 은평구 구립도서관인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전경. 미디어제주
서울시 은평구 구립도서관인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전경. ⓒ미디어제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2층의 시문학자료실. 여기에서 윤동주를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2층의 시문학자료실. 여기에서 윤동주를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거길 가면 신사근린공원이 있다. 여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하나 보인다. 도서관이다. 이름도 특이하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이다. 이름을 보니, 윤동주를 닮았다. 그렇다.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 도입부에 나오는 시어를 도서관 이름으로 정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17년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다. 이곳 도서관은 윤동주를 가까이에서 만나도록 꾸몄다. 2층 시문학자료실은 민족시인 윤동주가 걸어간 길을 잘 풀어내고 있다. 윤동주의 행적과 윤동주의 주변 인물들, 육필원고를 비롯한 윤동주 관련 자료가 있다.

2층 시문학자료실에서 만나는 윤동주 전시는 딱히 기한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윤동주를 위한, 윤동주만을 위한, 윤동주를 찾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윤동주를 특화시킨 도서관이라는 특징을 읽게 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은 은평구 구립 공공도서관이다. 언덕을 배경으로 지어졌기에 1층과 지하의 구분은 애매하다. 1층은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이 있고, 지하층을 닮은 공간엔 어린이자료실이 있다.

계단으로 된 도서관 지붕. 콘서트를 열기에 제격이다. 미디어제주
계단으로 된 도서관 지붕. 콘서트를 열기에 제격이다. ⓒ미디어제주
도서관 내부. 미디어제주
도서관 내부. ⓒ미디어제주

도서관 지붕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지붕도 아니고, 빗금 치듯 사선으로 된 지붕도 아니다. 사선 형태이긴 하지만 지붕에 계단을 만들었다. 춥거나 덥지 않으면, 혹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지붕에서 멋진 콘서트를 할 수도 있다.

윤동주로 특화된 도서관, 아름다운 계단 지붕을 지닌 도서관. 나름 특색이 있어서 좋다. 그렇다고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도서관이 너무 조용하다. 발걸음을 옮기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좀 더 시끄러웠으면 참 좋을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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