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홈스테이 교류 보고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기고 [일본 홈스테이 교류 보고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6.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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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문중학교 2학년 3반 강해인

솔직히 다른 친구들은 각자의 일본 짝궁과 헤어질 때 많이 울었고 학교에서 인사할 때도 운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나는 울지 않았다. 물론 끝까지 환송해주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속에 뭔가 울컥한 것이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울음을 참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보고서를 쓰고 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몇 일 밖에 안 되는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울고 있다. 이렇듯 뒤돌아서 더 그립게 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 아닌가 싶다.

평소 쓰는 일기장을 가져가지 않아서 메모지 형식으로 중간 중간 돌아다니면서 기록해 두었던 것을 바탕으로 순서 상관없이 적어보려 한다.

나리타공항에 발을 들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말로만 듣던 ‘노인 일자리’였다. 한국에서는 시골 마을 등지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외국인 여행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공항뿐만이 아니었다. 홈스테이 짝꿍과 마을의 슈퍼마켓을 구경할 때에도 백발의 노인 분들이 한 손엔 지팡이를, 한 손엔 장바구니를 든 채로 유유히 장을 보고 있었다. 물론 일본이 고령 사회에 접어들어서 그러한 면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나이 드신 분들이 당당히 활보하고 다니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또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전통 문화 보존의 차이를 들 것이다. 한국과 차선이 반대로 나 있는 일본의 도로를 달리며 수많은 일본의 전통 목조 가옥을 볼 수 있었다. 홈스테이를 하며 묵었던 홈스테이 짝꿍 미키의 집도, 전통 가옥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전통 문화가 깃들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다미방이다. 내가 이틀 동안 잔 방은 현관 바로 앞에 붙어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벽 두 개, 문 두 개짜리 방이었는데, 네다섯 장의 다다미가 모서리 틈을 꼭 메우며 정확히 깔려 있었다. 전통을 보존하려는 그들의 노력 덕에 내가 느끼는 일본은 분명 방금 올려 지은 새 건물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느낌이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신축 건물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노력이 꾸준히 빛을 발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는 일본만의 독특한 화장실 구조이다. 보통 변기, 세면대, 샤워기(혹은 욕조)가 한 방 안에 들어 있는 것과 달리 변기 따로, 세면대와 씻는 곳 따로였다. 그러니 젖은 바닥을 피해 슬리퍼를 신을 필요도 없이 바닥에 물기 한 점 없는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의 화장실을 사용하며 구조 말고도 또 다른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욕조 문화와 변기 문화. 욕조 문화는 흔히 다들 아는 그것일 테지만, 변기 문화(?)는 나도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다. 먼저 일을 본 다음 물을 내리면, 물탱크에 있는 물이 ‘콸콸콸’ 흘러 내려가는 게 아니라 변기 뚜껑에 달려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졸’ 나온다. 그때를 이용해 손을 간단히 씻고, 옆에 걸려 있는 수건 등에 손을 닦으면 손을 씻은 물로 변기 물을 내림으로써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너무나도 생소했지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닿지 않은 깨끗한 맹물로 변기 물을 내린다는 게 훨씬 더 아까운 것 아닌가? 왜 진작 그 생각은 해보지 못했을까? 늘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상쾌하다고만 생각했지 물 낭비라는 생각은 그닥 해보지 않았던 듯. 일본까지 와서야 그걸 생각해보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항상 따뜻한 변기 시트도 그렇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뜨뜻한 시트에 걸터앉으면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이왕 화장실 문화에 대해 쓰는 참에 더 써 보자면, 일본의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한국과 달리 각 칸 문에 ‘사용 중’ 표시등이 없어 엉뚱한 문을 열어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처음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은 채 매끈한 일본의 공공 화장실 문을 보았을 때, 순간 당황했지만 호스트 패밀리의 말을 들어 보니 매우 단순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었다. 문이 닫혀 있으면 사용 중, 문이 열려 있으면 비어 있는 칸-고로 들어가도 되는 칸인 것이다.

너무 화장실 얘기만 했나? 그만큼 화장실 사용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는 했던 듯 하다. 아무튼 그럼 화장실 문화에 대해서는 이만 하도록 하고, 조금 더 쾌적한 특징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일본에는 자판기와 편의점이 많아 음료수나 간단한 마실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굉장히 많은데, 그래서인지 차 문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음료수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한국과는 달리 차의 모든 자리마다 음료수를 꽂을 수 있는 홈이 하나씩 있었다. 식사를 할 때에는 물을 적게 마시되 식후에는 녹차나 음료수를 대접하여 마무리를 했다.평소 차라면 종류 불문 다 좋아하시고 늘상 마시는 엄마가 일본 태생인가 싶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대접에 대해서도 적어 보자면, 일본은 한국보다 ‘손님이 왕’이라는 개념이 훨씬 더 깊숙이 박혀 있는 것 같다. 홈스테이 패밀리도 그렇고, 일본에 있는 동안 들른 모든 가게의 주인이나 점원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민폐를 끼치는 상황에서도 절대 언짢은 기색을 보이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는 계산을 하던 물건을 살 돈이 모자라 다시 반품을 하는데도 끝까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손님에게 뿐만이 아니다. 편의점같이 사람들끼리의 접촉이 많은 좁은 공간에서는 ‘스미마셍’과 ‘아리가또 고자이마쓰’가 수백 번은 반복된다. 일본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신조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라던데, 정말로 그런 것이 항상 예의 바른 얼굴로 인사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상당히 중요시 여긴다. 예전 엄마 친구인 일본 교포 국영이 이모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사말과 비교해서 일본어 자체가 인사할 때 하는 말들이 ‘안녕’이라는 간단한 한국어에 비해 말 자체가 길기 때문에 그냥 덜렁 스치듯 인사하고 지나갈 수가 없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그렇게 그들은 말의 힘을 받아서 그런지 인사 하나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의 예의바름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묻어 있었다. 특히나 손님이 혼자 있을 때에는 반드시 문을 닫거나 아예 안에서 잠그도록 해 주고,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많이 보였다.

배려 하니 또 생각이 나는데, 일본인에게(특히 손님의 입장에서) ‘무언가가 없다’는 건 ‘무언가를 달라’는 말과 같다. 아무리 사양을 해도 반드시 손님의 요구를 완벽히 이수해야 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것이 엿보였다. 홈스테이 가족분들이 내가 쇼핑을 할 때에도 다 계산을 해 주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일본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선물’이라고 하니 정말로 그런 마음이 보여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남은 부분은 홈스테이도 그렇지만, 아마도 우리가 여행 삼 일째 방문한 오노 중학교에서의 추억일 것이다.

처음 오노 중학교에서 본 모습, 그러니까 전교생이 모인 듯한 환영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모습은, 학생들의 엄격한 교칙 준수 정신이었다. 물론 한국의 중학교에도 치마 길이, 화장 제한 등의 교칙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안 지키는 학생들이 하도 많아 교칙이 아니라 거의 가이드라인 정도로 변질되었고, 이제 한국 여학생들 사이에서 틴트는 화장도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오노 중학교에서는 어쩜 복장 불량이나 화장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지! 학생회의 각이 정확히 진 절도 있는 동작도 그렇다. 학생회는 원래 그 학교의 학생들을 대표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나도 장난처럼 변해 버려 그 본질을 잊고 있는 듯한 우리의 모습이 언뜻 생각났다.

물론 한 시간이라도 영어 수업을 참관한 바에 따르면, 아무리 좋게 말해도 영어 교육에서만큼은 일본이 한국보다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체육대회 우승팀이 선보인 시범 댄스나, 다 같이 췄던 합동 댄스도 그렇다. 그보다 몇 배는 더 잘 추는 한국 학생들은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다. 대표의 본질을 잊지 않는 학생회 학생들처럼, 댄스부나 어쨌든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추고 있었다. 내 눈에는 검은 옷 맞춰 입고 화장 잔뜩 해 놓고서 손이며 머리카락이며 모자로 얼굴 다 가리고 창피해서 죽을 것 같은 표정과 동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한국의 몇몇 학생들보다 훨씬 더 좋게 보였다. 겉포장보다 진실된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는 건 어쩔 수 없었던 듯.

또한 오노 중학교에서 본 또래 아이들의 너무나도 순수한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있는 학급에서처럼 2분 30초에 한 번씩 우렁찬 쌍욕이 울려 퍼지는 곳은 아닌 듯 했다. 세상에, 학급 교훈이 ‘We are friends’라니. 그런 교훈 때문인지는 몰라도, 모두가 친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볼 수 없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학생들이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손짓 발짓을 이용해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정말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문이었다. 언제나 추억은 미화된다지만, 이건 정말로 내가 느낀 감정 그대로를 옮겨 적는 것뿐이다. 다들 웃는 얼굴로 태극기를 흔들며 환대해주던 환영식과,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흔들며 같이 아쉬워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떠날 때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눈물 나는 아이들이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워 온 여행이다. 처음에 이 기회에 참가해본다고 하니 국영이 이모가 처음에 한 말이 정말 ‘잘 되었다’였다. 그냥 어쨌든 여행가는 거니까 좋게 말해주는가 보다 했는데 이어지는 이모의 말은 ‘나도 일본 교포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내가 봤을 때 일본에게 정말 배울 것이 많아. 그런데 그런 것들은 가이드 따라 다니는 여행에서는 쉽게 놓치기가 쉬울 수 있는데 특히나 홈스테이나 더군다나 학교 수업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정말 잘 되었어. 한국 사람들은 일본 얘기만 나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얘기나 경쟁의식부터 갖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가적인 면에서 말고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라는 작은 단위로 들어가 보면 배울 게 많고 생각할 점도 많을 거야.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니 내가 다 기쁘다.’지금 와서 이모의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이번 여행에 가기로 한 것은 너무나 잘한 선택이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자 소중한 경험이다.

11월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미키짱,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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