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내가 가진 시간을 남에게 나눠주는 게 진짜”
“내가 가진 시간을 남에게 나눠주는 게 진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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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
농협 제주영업본부 윤재춘 경영지원단장과의 만남
청소년혼디학교 교사로, 지적 장애인과 부대끼는 삶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걸 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진정한 기부란 돈일까, 아니면 마음일까.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5060 인생학교-집중탐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들. 12일 농협제주지역본부를 찾은 그들이 기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를 가졌다.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은 이날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윤재춘 경영지원단장을 만났다. 윤재춘 단장은 10년 넘게 야학 활동을 하고 있고,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그가 말하는 기부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돈을 기부하면 가장 좋겠죠. 그러나 최대의 봉사는 자신이 가진 시간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시간을 기부하고 있답니다. 직장에서 야근도 많이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나눠주려고 합니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이 12일 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윤재춘 경영지원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이 12일 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윤재춘 경영지원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내가 지닌 것을 줄 수 있다는 것. 윤재춘 단장은 그건 ‘돈’이 아닌, 자신이 가진 ‘시간’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시간을 나누는 일을 해오고 있다.

윤재춘 단장은 학업중단 학생을 위해 학교를 만들었다. 동려야간학교를 오가며 오랜시간을 봉사활동하던 그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려야간학교는 아무래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비중이 높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선생님들끼리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는 공간을 만들자고 2012년부터 논의를 했어요. 2년 후인 2014년에 청소년ᄒᆞᆫ디학교를 만들게 됐어요.”

청소년혼디학교는 퇴직 교사도 있고, 현직 교사도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도 포함돼 있다. 모두 12명이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학업중단 학생들은 매년 300명 가량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학업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 애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100%은 아니지만 합격을 한 학생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돼요.”

그는 학생들에게 꿈을 준다고 했다. 수능에 도전하는 꿈을 주고, 직업학교나 대학진학에 대한 꿈도 꾸게 만든다. 어른들이 보기엔 큰 꿈이 아닌 것 같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 꿈을 선물하는 셈이다.

청소년혼디학교를 운영하며 38명이 검정고시를 통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윤재춘 단장 등이 활동하는 청소년 학교는 검정고시만 준비를 할까. 물론 아니었다.

“한명이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시간 학교를 운영하고, 다른 날은 체험활동도 해요. 학교에서 하지 못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한답니다. 인성교육도 하고 있죠. 매달 둘째주 일요일은 교사회의를 열어서 학생들의 특성을 공유해요. 개개의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교사들끼리 공감을 하게 하죠. 교사 스스로도 교육을 받습니다. 갈등에 대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전문 교사들도 두 분이 계세요. 정서문제도 커버가 가능해요.”

윤재춘 단장은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만 하는 게 아니었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그는 지적 장애인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들과 함께해오고 있다.

“장애인들은 교감을 원해요. 제 경우엔 장애인들이랑 대중탕을 이용합니다. 지적 장애인들이 대중탕을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장난도 치고 하죠. 마치 어린이처럼요. 대중탕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들은 불편하다고 해요. 실제 목욕탕을 3번이나 옮겨 다니기도 했어요. 그런 때는 비장애인들을 설득시킵니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고 똑같은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대중탕은 장애인도 오고, 비장애인도 오가는 곳이라는 사실을요. 주변 분들도 많이 동참하면 좋겠어요.”

청소년을 위한 교육봉사, 장애인과 어울리는 교감활동에 빠진지 오래됐다. 윤재춘 단장이 하는 일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지역혁신가 활동’도 한다고 했다. 주변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이 직접 해결하거나, 그런 해결 방안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바로 ‘지역혁신가’들이다.

“지역혁신가는 가이드 역할입니다. 사회에 어려운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그걸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겁니다. 외국인근로자인 경우 딱한 경우가 많아요. 불법체류도 많은데 발각되면 곧바로 강제추방됩니다. 그럴 경우 월급을 챙겨가지도 못하는데, 제가 각서를 쓰고 찾아주기도 합니다. 여차하면 변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생기면 기부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어제도 한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 임대료를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분이었어요. 그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알아보고 있어요.”

5060 인생학교에 참가한 이들은 윤재춘 단장에게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다.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1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청소년혼디학교는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늘 안고 있다. 그 부담을 줄이게끔 도교육청 소속 유휴시설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도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봉사에 대한 개념은 물론, 실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도움은 크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그는 ‘아메리카노 한잔’이라고 했다. 실제 도움을 주는 이들은 매달 3000원, 5000원 기부자들이 많다고 했다. 큰 액수의 기부는 자칫 청소년혼디학교 운영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정말 짧은 1시간. 윤재춘 단장도, 5060 인생학교 참가자 모두가 참된 봉사자라는 사실을 서로 교환한 하루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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