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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고 해서 편견 갖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다르다고 해서 편견 갖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06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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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5060 인생학교’ 참가자들
새터민이면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박용국씨와 만남
“작은 도움에도 ‘고맙다’고 할 때 감동과 행복 느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5060세대들이 아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북한이탈주민(이하 새터민)과의 만남이었다. 우린 왜 벽을 두르고, 선을 긋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는 그런 기회였다. 스스로를 ‘헌터민’이라고 부르는 이와 만나면서 고정관념처럼 박혀버린 벽은 하나둘 무너졌다.

지난 5일이다. 은성종합사회복지관의 사례관리팀장으로 활동하는 박용국씨를 마주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새터민이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주최로 진행되는 ‘5060인생학교-집중탐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들이 박용국 팀장을 마주했다.

새터민과의 만남. 아니다. 사회복지사로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주는 이와의 만남이다. 5060세대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던졌다. 그 물음에 박용국 팀장이 웃음을 보태며 설명했다.

은성종합사회복지관 박용국 사례관리팀장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5060인생학교-집중탐구 프로젝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은성종합사회복지관 박용국 사례관리팀장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5060인생학교-집중탐구 프로젝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박용국 팀장은 우리나라에 온지 11년이란다. 은성종합사회복지관 생활은 7년이다. 그의 대한민국 살이는 길지 않지만, 짧지도 않다. 그는 열정적으로 살았다. 어쩌면 사회복지 업무는 그를 위해 만들어둔 자리같았다.

“새터민들이 대한민국에 오면 잘 살고 다양한 문화생활도 접할 수 있는 서울을 원하지요. 저는 어머니랑 함께 왔어요. 북에 가족은 없고요. 어머니 나이가 많으셔서 서울로 1순위가 정해졌는데, 저는 제주도로 가자고 했어요. 어머니가 아프셨고, 제주도는 환경도 좋고 공기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어머니의 남은 여생을 제주에서 보내드리도록 하고 싶었어요.”

서울에서 살 기회를 버리고 제주에 온 그는 ‘제2의 고향은 제주도’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만큼 제주살이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반대’라는 표현을 쓰며 제주에 왔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서울이 아닌, 제주를 택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제주를 선택했고, 또다시 어머니를 위한 선택을 해야 했다. 사회복지사의 길은 그렇게 열렸다.

“요양보호사가 있더군요. 자격증을 땄어요.”

아프신 어머니를 위한 첫 선택이 요양보호사였다. 그는 요양보호사로 만족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다.

그는 제주에 와서 많은 걸 이루게 됐다. 요양보호사를 거쳐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가정도 꾸렸고, 아이들의 재롱에 웃음 짓는 ‘딸바보, 아들바보’인 아빠도 됐으니. 그는 지론이 있다.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여긴다.

“가정에서 자녀를 볼 때 가장 행복해요. 제가 부모가 되니 그런가 봅니다. 어릴 때 아픈 기억이 있는데 그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이라는 말을 했거든요. 제가 부모가 되니 그렇군요. 애들을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애들이 좋은 환경에서 노는 걸 보니 정말 행복해요.”

그는 어려운 이들을 많이 만난다. 사례관리팀장이기에 더 그렇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나선다. 제주에도 상상하지 못할 어려움을 지닌 이들이 있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회가 새터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도와줘야 할 상대’로 느낀다는 점이다. 그는 어떤 생각일까.

“북한에서 온 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고맙죠. 그에 앞서 새터민들도 남을 위해 나눠주고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런데 편견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새터민도 많은데,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본다 말이죠.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은 더 많아요. 결국은 편견이거든요.”

그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다. 이주여성과의 삶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새터민에 대한 편견과 아울러 이주여성이라는 편견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기다림’이라는 말로 모든 걸 정리했다.

“서로 존중해줘야 합니다. 서로 다르잖아요. 새터민도 정착을 하기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다문화도 마찬가지랍니다. (새터민과 다문화에 대해) 모르고 던진 한마디가 가슴 아프게 만들어요.”

어쩌면 그는 사회복지라는 업무를 하기 위해 태어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주에 정착을 해야 하는 운명이랄까. 사회복지 업무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아주 작은 걸 해줬는데도 고맙다고 하십니다. 저는 체구가 작아요. 작은체구를 가지고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데 그분들이 ‘고맙다’고 해줄 때 너무 감동적이고, 너무 행복해요.”

우리가 못나 보인다. 왜 선을 긋기만 하려는 걸까. ‘작은체구’ 박용국 팀장의 말만 새긴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엔 행복만 가득하지 않을까. 나와 다르다고 해서 편견을 갖지 말고, 기다려주는 일. 아울러 가정의 행복에 푹 빠져야 하는 이유. 5060세대들에게 던지는 사랑스러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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