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지만 그때 성장해요”
“마음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지만 그때 성장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05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훈의 동화속 아이들 <27> 김미희의 ‘마음 출석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글을 쓴지 이렇게 오래된 줄 몰랐어요. 세상에나 1년 넘게 동화속 아이들이랑 만나지 않았다뇨. 분명 동화를 읽고 글을 써오긴 했어요. 그런데 왜 글이 없죠? 지면에만 올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건 독자들에겐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 글을 기다리지 않는 독자들도 있었겠지만, 글을 보아왔던 독자들에겐 약속을 어겨도 한참 어긴 셈이죠. 아니면 연재를 이쯤에서 끝내야 하는지.

끝내려니 아쉽고, 동화에 대한 욕심도 있기에 책속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간간이 올려볼 참입니다. 동화를 읽는다는 건 굉장히 즐거워요. 때문에 연재를 끝내기가 아쉬워요. 동화는 읽기도 쉽지만, 어린이들의 심정을 그토록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과연 있을까 싶네요.

사람들은 핑계가 많아요. 약속에 좀 늦어도 핑계, 과제물을 제때 제출하지 못해도 핑계, 주차위반을 해도 핑계…. 오늘도 사람들은 수많은 핑곗거리를 머리에 담고 다닙니다. ‘대체 무슨 핑곗거리를 댈까’ 그러면서요.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온갖 구상을 합니다. 핑곗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텐데, 사람들은 오만가지 핑계를 대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생각해보면, 핑곗거리가 있어야 사람 맛이 날 때도 있어요. 핑곗거리를 자주 대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오늘 이야기는 핑곗거리를 다루려는 게 아닌데, 핑계만 주저리주러리 떠드네요. 솔직하게 말하면 글을 쓰지 못한 핑곗거리를 찾느라고 그래요. 핑계를 대자면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동화속 이야기를 올리지 못했다고 말을 해보렵니다. 바쁘다 보니 피곤도 했고요. 정말 핑계 맞아요.

핑곗거리를 찾는 일은 ‘나’라는 존재가 가진 ‘마음’이 합니다. 마음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사람을 조정하겠죠.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대체 그 마음은 몇 가지 색깔을 지녔을까요. 수많은 핑곗거리를 대려면 생각이 무척 많아야 하겠죠.

태이 엄마가 할머니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마음 출석부'를 집안 곳곳에 붙여두고 갔다. 미디어제주
태이 엄마가 할머니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마음 출석부'를 집안 곳곳에 붙여두고 갔다. ⓒ미디어제주

마음 얘기가 나왔으니, ‘마음 출석부’에 담긴 이야기나 해보죠. ‘마음 출석부’라!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사회엔 주민번호가 있듯, 학교엔 출석부가 있어요. 누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1번부터 끝번호까지 매겨둔 게 출석부랍니다. ‘마음 출석부’는 온갖 마음에 숫자를 매겨둔 거랍니다. 마음 출석부가 만들어진 건 20년 가까이 된다고 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교감을 하려고 만들었다고 해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얘들아, 선생님 마음은 지금 1번이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죠. 아이들은 “저는 35번이에요.” 이런 식으로요. 마음 출석부는 1번부터 36번까지 있답니다.

그렇게 마음 놀이용으로 쓰이던 ‘마음 출석부’가 책이 되어 나왔어요. 김미희 작가가 쓴 <마음 출석부>라는 책이죠. 왜 지금까지 ‘마음 출석부’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오지 못했을까요. 작가들의 마음이 1번부터 36번까지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작가의 마음이 다들 25번이어서 그럴까요. 숫자만 대니 이상하죠. 마음 출석부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공개를 하면 재미없잖아요. 여기서 마음 출석부를 얘기하면 책을 쓴 지은이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공개하기 꺼려지네요. 그래도 한가지만 불러볼래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1번이랍니다. 1번은 “행복하다”죠.

<마음 출석부> 주인공은 양태이랍니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아주 오래전에 지어놓은 이름이라고 해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라면 증조할아버지라고 하는데, 책에선 그냥 ‘왕할아버지’라고 불러요. 얼굴도 모르는 왕할아버지가 태이라는 이름을 미리 지어뒀다는군요.

태이의 아빠와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랍니다. 방학을 맞아 네팔에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떠나면서 태이를 할머니가 있는 제주도에 맡기고 갑니다. 엄마는 태이를 맡기면서 ‘마음 출석부’도 함께 전달을 해요. 엄마는 눈에 보이는 곳이면 어디에든 마음 출석부를 다닥다닥 붙여놓았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할머니 주머니에도 넣어주면서 언제든 출석부를 불러주라고 해요. 할머니는 신났어요. 번호를 부르며 태이와 마음을 터놓습니다. 그런데 출석부에 없는 말을 태이가 하네요. “몰라, 몰라.” 태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몰라’는 마음 출석부에 없기에, 37번을 부여받습니다. 그러고 보면 마음 출석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수만 가지 마음이 사람에겐 있으니까요.

태이는 늘 '몰라'만 외친다. 마음출석부엔 36번까지만 번호가 부여됐는데, 할머니는 태이가 자주 쓰는 '몰라'에 37번을 새로 부여했다. 미디어제주
태이는 늘 '몰라'만 외친다. 마음출석부엔 36번까지만 번호가 부여됐는데, 할머니는 태이가 자주 쓰는 '몰라'에 37번을 새로 부여했다. ⓒ미디어제주

동화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이야기꾼입니다. <마음 출석부>에 나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게 진짜인지 가까인지 구분이 가질 않아요. 그래도 흥미있게 할머니는 이야기를 진행하죠. 할머니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닭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닭은 사과에서 나왔고, 그 사과는 애초엔 귤이었다죠. 그 귤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귤나무에서 나왔어요. 그 귤을 까면 사과가 나오고, 사과에서 병아리가 나오고, 병아리가 나중에 커서 닭이 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할머니가 들려준 것이죠.

태이는 ‘뻥’인걸 알면서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그 귤나무를 만나러 갑니다. 할머니는 태이에게 귤을 까먹으라는데, 태이는 귤을 까는 순간 뭐가 나올까 생각하며 엄지손가락으로 귤을 꾸욱 누릅니다. 그때 태이의 가슴은 20번으로 가득찼어요.

20번이 어떤 마음인지 여기서 밝히진 않겠어요. 중요한 건 시시때때로 변하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대표적인 시기는 어릴 때죠. 마음은 그때 커집니다. 속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이 들기도 하고, 생쾌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밉기도 합니다. 심통나는 때도 많고요, 아플 때도 있어요. 물론 화나고 두렵기도 하죠.

태이는 여느 아이랑 똑같이 숱한 마음을 지닌 어린이랍니다. 어린이는 분위기에 따라 마음이 바뀐답니다. “몰라”만 외치던 태이는 할머니의 재밌는 이야기에 푹 빠지더니 “몰라”라는 말이 입에서 쑥 들어가고 말았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큰 애가 자주 쓰던 말이 “싫어”였는데 마음 출석부엔 없군요. 큰애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91번이라고 정해줬을텐데. 91번이라고 정한 이유는 비밀입니다. 둘째는 <마음 출석부> 주인공인 태이처럼 “몰라”를 많이 써왔어요. 어릴 때 저 역시 자주 쓰던 말은 37번, 즉 “몰라”였어요.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여러분의 마음은 몇 번입니까. 궁금하군요. 마음 출석부를 한번 들여다보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