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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살 예방..."인성교육이 대안 될 수 있어"
청소년 자살 예방..."인성교육이 대안 될 수 있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6.0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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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중학교 여학생 자살위험군 비율, 증가 추세
한국교육개발원, "인성교육으로 자살위험 줄일 수 있어"
학교가 주도, 부모-학생 함께하는 인성교육 필요성 강조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부모와 학교, 학생, 더 나아가 사회가 참여하는 인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도내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서·행동특성검사'에 따르면, 중학교 여학생의 자살위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설문에서 자살시도 관련 문항에 따른 결과를 합산해 파악한 내용으로, 자살위험군에 포함된 중학교 여학생은 2017년 91명(3%)에서 2018년 128명(4.4%), 2019년 158명(5.2%)으로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중학교 남학생의 경우 2017년 59명(1.8%)에서 2018년 75명(2.3%), 2019년 53명(1.6%)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자살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 2019년 54명(1.6%)이지만, 여학생은 94명(3%)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제주도교육청이 밝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자살위험 결과로 분류된 도내 학생 수. (괄호 안 수치는 전체 학생 수에서 자살위험 수치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임)

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2월에 발표한 '위기학생 지도와 인성교육의 중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위기수준의 기준은 총 4개로 나뉜다.

이는 전국의 16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그리고 전문가 합의를 통해 2006년 최종 확정된 기준이다.

<위기수준의 기준> 지승희 등, 2006

1수준(고위험군)은 자신과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파괴적인 위기상황이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면 자살시도나 집단 폭행, 왕따, 성매매 등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로 분류된다.

2수준(위험군)은 파괴적이지는 않지만, 위기상황이 나타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자살에 대한 잦은 생각, 왕따, 무단결석 등의 행동이다. 이는 심리적 문제를 개인 스스로 통제 못하는 상태로 분류한다.

3위험군(잠재적 위험군)은 위기상황이 나타날 잠재적 조건을 갖춘 경우다. 예를 들면 흡연이나 음주 등이다. 

마지막으로 4위험군(정상군)은 문제 혹은 잠재적 문제행동 조건을 보이지 않는 경우로, 가장 이상적인 경우다.

보고서에서는 위기학생의 조기 발견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학생은 어느 한 순간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불씨가 커져 위기의 정도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학생의 작은 위험신호를 제때 알아채고, 방치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사전에 다양한 지원을 통해 위기수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고서에서는 이를 위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위기학생은 유형에 따라 특성과 원인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학업성취도 △열악한 가정환경 △미흡한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질 △낮은 자아효능감 △낮은 동기, 어려움 극복의지 부족 △상대적으로 높은 우울과 불안 △사회성 부족 등의 특징이 위기학생에게서 발견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특성은 인성교육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정과 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학교와 가정이 연계하는 방식, 부모가 적극적으로 인성교육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학교가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2월에 발표한 '위기학생 지도와 인성교육의 중요성'의 내용.
학교가 중심이 되어 부모교육, 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 실시가 필요하다고 서술한다.

이와 관련된 도내 학부모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바로 지난 5월 30일 열린 '제3회 제주교육 비전 모니터단' 회의에서다.

제주교육 비전 모니터단은 제주교육정책의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교육발전방향을 찾기 위해 2018년 10월 결성된 도교육청 산하 조직이다. 도교육청 관계자 5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인원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제3회 회의 때 논의된 다양한 안건 중,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

현재 제주도교육청은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 공유의 장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동적인 형태의 참여가 아닌, 아이와 함께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관련 예산을 책정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업무 과다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음을 알렸다. 

그러자 의견을 제시한 학부모 위원은 도교육청 차원에서 정리한 프로그램, 혹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모와 아이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교육청이 개발한다면, 각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부담이 덜어질 거라는 의미다.

다만, 현장에서 답변한 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 차원의 프로그램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관계자는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학부모가 스스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한 뒤,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 사례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관련 예산이 있으니 이를 통해 학부모-학교 간 소통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6월 5일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과 함께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먼저, 도교육청은 위기학생에 대한 전문의 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하는데, 관심군 학생에게는 1인당 연간 50만원 이내(입원비는 300만원 이내)의 금액을 지원한다. 또 자살시도 학생에게는 300만원 이내에서 치료비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의 상담 후에는 상담교사를 통해 지속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며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 따라 위기학생을 조기 발견하고 단계별 상담, 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도교육청은 오는 6월 14일 초·중·고·특수학교 관리자와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위기학생 대응 역량강화 연수'를 실시한다

추후 관심군 학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45개 중학교에는 밀착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며, 밀착 지원을 위한 가정방문 매뉴얼도 제작할 방침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 한 명, 한명이 존중받는' 이석문 제주교육감의 교육 철학이 발현되기 위해. 도교육청 차원의 구체화된 정책과 동시에 학부모,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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