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자료를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잘 활용해야”
“향토 자료를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잘 활용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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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역문화를 가늠한다] <1> 인천 화도진도서관

올해초 우리나라 곳곳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글을 쓰곤 했다. 당시엔 ‘도시재생’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봤다. 도시재생은 쇠퇴한 지역을 어떻게 바꿀지가 관건이다. 거기엔 도서관이라는 키워드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엔 가볼만한 도서관이 널려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그런 아쉬움에 다시 도서관을 둘러보게 됐다. 이번은 지역문화를 이끄는 관점으로 도서관을 바라봤다. [편집자주]

 

인천시 동구에 있는 화도진도서관. 미디어제주
인천시 동구에 있는 화도진도서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새롭다는 건 ‘창조’의 개념이다. ‘창조’가 가지는 속성 중 하나는 만들어내는 일이다. 없던 걸 만들어내는 일도 창조이며, 존재하고 있는 걸 다르게 보이게 하는 일 역시 창조에 해당된다. 어쨌거나 뭔가 다르게 만들어내는 ‘창조’야말로 매력적이고, 마력도 뿜어낸다.

대부분 ‘새롭다’는 말을 꺼낼 땐 ‘갓 태어난’이라는 말이 동반된다. 도서관도 그런 편이다. 요즘 새로 등장하는 도서관은 널렸다. 건물만 새로우면 콘텐츠도 새로울까? 그건 아니다. 중요한 건 내용이기에,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읽어내야 한다.

개항 등 인천 관련 자료 수집해 아카이브 구축

2차 가공 자료 만들고 연구자 등에도 자료 제공

늘 닫혀 있는 제주도서관 향토자료실과 비교돼

첫 순서로 만날 도서관은 건물은 새롭지 않지만, 내용은 늘 ‘새것’을 추구하는 도서관이다. 태어난지 한 세대는 된 도서관으로, 뭔가 창조해내는 능력을 지녔다. 소개할 도서관은 인천시 화도진도서관이다.

화도진도서관은 인천 동구에 있다. 1988년 문을 연 도서관으로, 건축된지 30년을 넘었다. 이 도서관이 지닌 매력은 하나로 압축된다. 인천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바로 인천이 지닌 ‘개항’의 역사를 풀어냈고, 관련 자료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화도진도서관만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이 도서관에 가면 반드시 둘러볼 공간이 있다. ‘향토·개항문화자료관’이다. 특화된 공간이다. 화도진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이 만들어진 10년 후, 1999년 특화도서관으로 공모를 한다. 인천이라는 특성을 살린, 개항자료를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특화도서관 추진을 이끌었다. 이후 지금까지 자료 축적은 계속되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1층에 마련된 개항전시관. 미디어제주
화도진도서관 1층에 마련된 인천개항자료전시관. ⓒ미디어제주
화도진도서관 2층에 있는 향토개항문화자료관. 제주도서관과 달리 열람이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화도진도서관 2층에 있는 향토개항문화자료관. 제주도서관과 달리 열람이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특화도서관으로 추진하고, 지금도 자료를 모으는 데는 독서문화과 박현주 과장의 역할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그는 1984년 사서직 공무원으로 발을 디뎠으며, 화도진도서관 근무만 4번째가 된다. 개항 관련 자료관이라는 역작도 그의 노력에서 나왔다. 올해 6월 퇴임을 앞두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자료를 구입한 이야기, 엽서 사진 등 비도서를 확보하려고 한 시간들, 도서관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입을 통해 빠져 나왔다.

“도서관이 마을의 구심점이긴 하죠. 그렇게 말은 하지만 도서관을 단지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면 사서들은 혼란을 겪게 된답니다. 사서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도서관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해요.”

박현주 과장은 특화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말하고 있다. 책이나 빌려주는 도서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도서관이 그 사회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도서관은 정신적 안전망이기도 해요. 도서관은 공간의 소비 장소는 아닙니다. 지식이나 정서적인 소비를 하는 곳이죠. 특히 향토자료는 마을공동체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로서 공공도서관이 지녀야 할 의무이기도 해요.”

낡으면 버리는 게 일상이다. 책도 그렇다. 오래되면 버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은 함부로 버리는 대상은 아니다. 버리려는 그 책 속에, 그 자료 속에 수많은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도서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원문자료를 PDF로 만드는 등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어요. 사라진 지역신문 자료도 가지고 있죠. 앞으로 화도진도서관은 시대를 넓혀 한국전쟁 이후의 자료도 확보하려고 합니다.”

화도진도서관을 지역 특화 도서관으로 자리잡게 만든 박현주 과장. 자료를 구축하고, 그 자료를 지역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제공된다. 미디어제주
화도진도서관을 지역 특화 도서관으로 자리잡게 만든 박현주 과장. 자료를 구축하고, 그 자료를 지역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제공된다. ⓒ미디어제주

개항에서 향토자료로, 다시 한국전쟁 이후로 확대하는 이유는 있다.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은 자료를 확보해서, 그 자료를 많은 이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화도진도서관이 확보한 자료는 연구기관 등이 활용하고 있다. 비영리라면 누구에게나 자료를 건네준다. 그만큼 열린 도서관이 되고 있다. 인천 관련 자료는 무조건 받을 준비도 돼 있다.

그렇게 확보한 자료는 특별전 등을 통해 또다른 책자로 만들어내고 있다. 개항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도록으로 내놓고, 인천의 근현대 특별전을 통해 그 역시 책자 형태로 발간하기도 했다. 어쩌면 자료를 2차 가공하고, 다시 여러 사람들이 활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향토자료 활용은 이런 것이라는 점을 화도진도서관을 통해 읽게 된다.

화도진도서관을 보면 제주에 있는 제주도서관이 들어온다. 같지만 다르다. 화도진도서관은 ‘개항’을 특화시켰다. 제주도서관은 ‘향토자료실’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점에서 화도진도서관과 제주도서관은 같다. 다르다면 활용에 있다. 제주도서관의 향토자료실 문은 늘 잠겨 있다. 개인이 들어가서 열람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PC 검색을 해서 “이 책을 보여주세요”라고 해야 열람이 된다. 관련 키워드를 모르면 어떤 책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닫힌 도서관과 열린 도서관, 지역 문화를 어떻게 다루는지 두 도서관은 보여준다. 지역 특화 도서관으로서 화도진도서관이 하고 있는 일은 다음 편에 계속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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