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엔 개발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사람들이 있어요”
“남미엔 개발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사람들이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0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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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 여행작가의 <남미 히피 로드>가 건네는 조언들
‘제리코아코아라’ 주민들은 개발 반대하며 국립공원 지정
“제 심장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판다면 자본주의 창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도는 어떻게 변할까. 5년 후, 10년 후, 50년 후…. 지금 그대로일까? 그럴 리 없다. 한창 ‘개발중’이라는 팻말을 내건 제주도를 바라보면 앞으로 급변할 모습이 그려진다. 개인적으로는 개발로 인해 바뀔 제주도를 그려보는 일이 썩 내키진 않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개발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땅을 들여다보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만은 같지 않을까. ‘제주도는 아껴야 할 땅’이라는 사실 말이다.

어떻게 아끼면 좋을까. 얼마 전 완독한 책 한 권이 제주의 미래 모습에 대한 일말을 제공한다. 책은 제주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책은 개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책은 여행을 즐기는 노동효 작가가 써낸 <남미 히피 로드>(나무발전소 간, 1만7000원)이다.

우선 해변을 지켜주는 영국 여성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 여성을 만나려면 우루과이로 떠나야 한다. 우루과이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축구’로 알려져 있다. ‘핵 이빨’로 통하는 축구스타 수아레스의 나라이다. 그다지 좋은 평가는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우루과이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남미 히피 로드>는 그런 편견을 깬다. 책을 통해 우루과이를 새로 알게 됐으니, 노동효 작가가 고마울 뿐이다.

우루과이 작은 도시 푼타델디아블로 풍경.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지닌 곳이다. 한 영국 여성의 고집이 이곳 바다 풍경을 지켜내고 있다. 나무발전소
우루과이 작은 도시 푼타델디아블로. 개발의 바람을 이겨내는 지역이다. ⓒ나무발전소
우루과이 작은 도시 푼타델디아블로 풍경.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지닌 곳이다. 한 영국 여성의 고집이 이곳 바다 풍경을 지켜내고 있다. 나무발전소
우루과이 작은 도시 푼타델디아블로 풍경.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지닌 곳이다. 한 영국 여성의 고집이 이곳 바다 풍경을 지켜내고 있다. ⓒ나무발전소

우루과이는 깜짝 놀랄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여권만 있으면 외국인 여행자라도 우루과이 땅을 살 수 있다. 정말 이상하다. 제주도가 그런 땅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중국인을 향해 벌벌 떠는데, 여권만 있으면 제주도 땅을 살 수 있다면 정말 어떻게 되나. 다들 중국 땅이 되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루과이는 외국인이라도 여권만 있으면 된다니,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루과이 사람들은 주로 해안에 산다. 주요 도시들은 바다와 가깝다.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동쪽으로 300㎞를 달리면 ‘푼타델디아블로’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평상시 인구는 900명이지만 여름 성수기엔 2만명이 몰려드는 곳이라고 한다. 작은 어촌인 푼타델디아블로는 지난 2008년 <론니 플래닛>이 꼭 가봐야 할 20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아름답다. 세계에서 ‘톱 20’이라면 개발의 바람이 불고도 남아야 한다. 노동효 작가가 밟은 푼타델디아블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영국 여성의 사례를 들었다.

이렇게 멋진 해변에 리조트 하나 없다니, 놀라운걸.”

하하하, 그게 이유가 있지. 리조트 회사가 해변의 땅을 사긴 했어. 그런데 마을에서 이 해안으로 오려면 조금 전 우리가 걸어온 땅을 반드시 지나야 해. 땅주인이 영국 여자인데 리조트 회사가 아무리 땅값을 높게 쳐주겠다고 해도 팔지 않아. 그녀는 자기 땅을 팔면 해변이 망가질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리조트에 묵을 수 있는 부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이 해변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

노동효 작가가 독일인 세바스찬이랑 나누는 대화이다. 세바스찬도 외국인이지만 우루과이에 땅을 가지고 있다.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노동효 작가에게 이처럼 설명하고 있다.

둘의 이야기를 접하고선 제주 도내 해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전 고운 풍광은 사라지고 해변 곳곳이 리조트로 바뀌었고, 여전히 그런 개발이 진행중 아닌가.

브라질에도 푼타델디아블로를 닮은 곳이 있다. ‘제리코아코아라’라는 도시이다. 브라질 북동부에 자리잡은 제리코아코아라는 <워싱턴포스트>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베스트 10’ 가운데 한 곳이다. 관련 기사가 나가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개발만 하면 되는 수순이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나섰다. 그들의 노력으로 이곳은 200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신축건물은 제한됐고, 차량통행도 제한됐다.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로도 없다. 거 참 이상하다. 우리는 개발만 해달라고 아우성인데.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제리코아코아라. 세계 10대 아름다운 해변에 꼽혔으나 개발이 아닌, 자연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거기엔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크다. 그들의 노력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아스팔트도 없다. 나무발전소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제리코아코아라. 세계 10대 아름다운 해변에 꼽혔으나 개발이 아닌, 자연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거기엔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크다. 그들의 노력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그 흔한 아스팔트도 없다. ⓒ나무발전소

사실, 책은 푼타델디아블로나 제리코아코아라와 같은 도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다양한 남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평화를 갈망하는 히피의 심정으로 풀어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 스스로가 히피로 보인다. 그러기에 더 평화를 찾고, 개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건넨다.

작가는 남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는 ‘800일간의 방랑’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곳에 수개월 머물며 그 나라 사람들의 속을 관찰했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쿠바 등 여러 나라의 히피와 정주민들.

알바로도 그 사람 중 하나이다. 작가는 칠레의 푸콘에서 알바로와 알바로 친구들을 만났다. 알바로는 금속공예품을 팔면서도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한다. 작가는 알바로가 그에게 했던 말을 책에 옮겨두었다. 다음처럼.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창부와 창부가 아닌 사람. 몸 파는 걸 얘기하는 게 아냐. 난 금속공예품을 팔고, 넌 색소폰 연주를 팔고, 넌 글을 팔 듯이 모두 시간이든, 물건이든, 능력이든 무언가를 팔며 살아가지. 그러나 사랑, 진리, 자연, 우정그게 무엇이든 제 심장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걸 파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본주의의 창부야.”

자본주의의 창부라. 보물섬이라 불리는 제주도. 지켜야 할 자산이라고 떠드는 사람들. 제주에도 심장이 있다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무엇일까. 우린 이미 ‘자본주의의 창부’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자본주의의 창부’를 꺼낸 알바로가 제주도를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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