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덥다면서 녹지는 왜 없애는 겁니까”
“덥다면서 녹지는 왜 없애는 겁니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5.2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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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가 있어야 사람도 산다] <4> 도심 열섬②

1980년대 열대야 18.4일에서 2010년대는 ‘한달’ 초과
제주도는 있는 가로수 없애고…대구시 가로수는 ‘빽빽’
도로 등 ‘불침투성’ 개발 열풍은 ‘더 더운 여름’ 재촉

서귀포 도시 우회도로를 두고 논란이 많다. 행정이나 주민들은 도로 개설을 요구하지만, 도로가 개설될 경우 서귀포의 ‘교육 벨트’는 치명상을 입게 돼 있다. 더구나 여기엔 대규모 녹지가 자리잡고 있다. 녹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따라서 <미디어제주>는 삶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살피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편집자 주]

계속 더워진다.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더위는 차츰 빨라진다. 봄이 왔나 싶으면 곧바로 여름이 된다. 올해도 그렇다. 사상 최고기록이 벌써 5월을 달구고 있다. 지난 24일 제주지역 낮 최고기온은 섭씨 33도를 넘어섰다. 5월 관측 최고기록이다.

산업화, 도시화는 개발을 동반한다. 그 개발은 녹지의 상실을 말한다. 나무를 베고, 숨쉬던 땅도 사라진다. 그 자리는 도로와 주차장이 대신한다. 이른바 ‘불침투성 표면’은 더 늘게 되어 있다. 이런 현상을 줄이지 못한다면 인간은 더위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도심의 최고 고민거리인 열섬현상을 줄이려면 녹지를 확보하는 일이 ‘최상’이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녹지를 보존하지 않고, 없애는데 혈안이 돼 있어서 그렇다. 행정도 그렇게 하려 하고, 주민들도 그걸 원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녹지를 없애고, 도로를 내달라는 사람들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날씨.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제주도 전체적으로는 산림이 많은 것 같지만 도심은 그러지 못하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곁에서 녹지와 호흡을 해야 정상이지, 녹지의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한라산에 매일 올라야만 할까. 그건 정상적이지 않다. 출퇴근하듯 가볍게 걸어서 오가는 그런 녹지공간이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올해도 하루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열대야 일수는 2010년대와 그 전 시기는 엄청 차이를 보인다. 2010년대 들어 제주도내 열대야 평균 일수는 30일이 넘는다. 1990년대는 평균 23.2일이었고, 1980년대는 이보다 적은 18.4일이었다.

개발이 지속되는 한 시원한 여름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상의 방법은 여름철 기온 상승폭을 줄이는 일이다.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나무를 많이 심고, 그늘을 대대적으로 늘려줘야 한다. 바로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표적인 도시를 들라면 늘 덥다고 하는 대구시가 아닐까. 대구시의 여름은 늘 덥지만 그 속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대구시는 산림녹화 100년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2줄, 3줄의 가로수도 많다. 제주도는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가로수를 뽑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제주도는 2줄 가로수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대구시는 어떻게 해서든, 여름을 이기려 한다. 산림청 지침에 따르면 가로수는 ‘노폭이 5m 이상 인도 중에서 가능하면 2줄로, 간격은 8m’로 심도록 권장한다. 대구시는 이보다 빽빽한 6m 간격이다.

제주도는 더위를 이기는데 너무 무관심하다. 기자가 임의로 전국 6개 도시의 8월 평균 기온을 분석했다. 5년 단위로 끊어서 분석한 결과 예상 외로 제주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열대야 현상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냥 이대로 둬야할지 걱정이다.

전국 8개 도시를 골라내 8월 평균 기온을 분석해봤다.
전국 8개 도시를 골라내 8월 평균 기온을 분석해봤다. ⓒ미디어제주

최근엔 주춤하지만 개발 열풍은 더 더운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도내 건축허가 통계는 건물 개수로 7만개를 넘는다. 그만큼 숨쉬는 땅이 사라지고 불침투성 면적이 늘었다고 보면 된다.

관련 기획에서 다룬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본다. 한 구획당 가로수를 10그루 더 심으면 연간 개인소득이 1만달러 늘거나, 평균소득이 더 많은 동네로 이사했을 때 느끼는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다고 했다. 11그루를 심으면 더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답은 나온다. 나무를 심는 게 좋을까. 나무를 없애고 도로를 내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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