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축제와 스위스 바젤 축제의 차이는 뭘까?
고사리 축제와 스위스 바젤 축제의 차이는 뭘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5.17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혈세 투입되는 제주의 축제, 현장 진단]
<3>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고사리보단, 공산품 판매장이 주를 이룬 고사리 축제 현장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어 행사 주도하는 스위스 바젤 축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 지역의 축제 사례에 대한 현장 진단 기획기사를 진행하며, <미디어제주>에서는 지난 2탄 기사를 통해 서귀포 은갈치 축제 현장을 진단했다.

이번에는 '좋은 축제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매년 축제에 들어가는 세금은 느는데, 축제의 내용과 질은 비슷비슷한 현상.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도 그렇다. 올해 1억원 세금이 들어간 고사리 축제 현장 진단과, 스위스 바젤 축제의 모범 사례를 알아보자.

# 제주의 축제에 투입되는 세금, '매년 증액'

제주에는 수많은 축제가 있다. 그리고 이들 축제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들도 많다.

매년 회를 거듭하며 열리는 제주 곳곳의 축제들.

이 축제에 제주도가 보조금 혹은 후원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축제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오름이나 밭에 불놓기를 해 해충을 죽인 조상들의 지혜,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화약으로 오름에 생채기를 만드는 축제가 됐다.

서귀포 은갈치축제는 제철이 아닌 5월에, 냉동고에 쌓여있는 은갈치 재고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다.

최근 토요일마다 제주시 산지천 일원에서 열리는 놀젠놀장 콘서트는 4월 20일부터 5월 25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행사인데, 가수들의 공연이 주가 된다. 제주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축제인데, 콘서트가 없는 날의 산지천은 늘 텅텅 비었다. 그리고 이 한달 간의 단발성 행사에만 총 16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도가 밝힌 ‘제주특별자치도축제육성위원회 평가대상 축제현황’에 의하면, 올해 평가대상에 포함되는 축제는 총 29개, 지원되는 예산 규모는 62억1200만원이다. 그리고 최근 5년 간의 자료를 비교했을 때, 금액은 점점 늘고 있다. (아래 표 참고)

그리고 한가지 더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위 축제현황 자료에는 앞서 언급한 은갈치축제나 산지천 놀젠놀장 콘서트는 포함되지 않는다. 평가대상 축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평가대상 축제에서 제외된 축제까지 합친다면, 도내 축제에 투입되는 세금은 훨씬 많아진다.

 

# 심도 있는 고민 없이 탄생한 양산형 축제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멈춰서 생각해보자.

제주의 축제들에 투입되는 세금은 매년 늘고 있다. 이들 중 주제만 다르고, 막상 축제 현장의 내용은 비슷한 축제도 많다.

예를 들면, 유채꽃 축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장터와 행사 부스만 즐비한 축제 현장이 그렇다. 이는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7일부터 28일까지,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가 열렸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4월 27일부터 28일까지 남원읍 일대에서 열린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 현장에 방문해 축제 내용을 살폈다.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에는 올해 1억원의 예산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4500만원의 예산이, 2016년에는 1억2740만원이 지웠됐다.

올해 지원된 1억원 예산 규모는 서귀포 은갈치축제의 작년 지원금과 같은데, 축제 내용은 이보다 빈약한 수준이다.

올해 축제에서 고사리와 관련된 행사는 지역 농수산물(고사리 포함) 이색경매와 고사리꺾기 체험, 고사리 음식만들기, 고사리 염색체험, 고사리 삶고 말리기 시연 등이 있었다.

한라산 고사리축제 현장에 있는 '고사리 사진 전시장' 모습.

기자가 방문한 4월 28일 축제 현장에는 고사리 사진 전시장, 고사리 음식 체험관, 고사리 판매 부스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고사리 사진 전시장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었고, 음식 체험관은 빙떡을 1000원에, 고사리부침개는 4000원에 만들 수 있는 곳이지만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자 체험이 불가능했다. 

어느 축제건 오후 3시 30분은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피크 시간대다. 저녁에 공연이 예정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때 고사리 음식 체험관은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른 철수의 이유를 물으니 비 예보 때문에 이만 마무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이 비 때문에 빠른 철수를 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고사리 음식 체험관이 철수하자, '고사리 축제'의 즐길거리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에 있다.

2019년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장의 부스 모습. 고사리와 관계 없는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고사리 축제장에는 다양한 부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수십개의 부스 중, 고사리와 관련된 부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자가 그 수를 세본 결과, 대략 7개 내외였던 기억이 난다. 그마저도 위 고사리 음식 체험관이나 판매장 부스, 사진 전시장을 합산한 결과다.

결국 기자는 취재를 위한 탐방을 마친 후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축제라면, 취재를 빙자(?)하고 마음껏 즐길 의향이 있었지만, 그럴만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주차장 부근에서 고사리 한 봉지를 들고 서성이는 어르신 부부를 만났다.

제주를 여행 중이라는 두 어르신은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왔다고 했다. 고사리를 직접 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축제를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축제장 부근에는 꺾을 수 있는 고사리가 많이 없었다. 올해 고사리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아쉬운 김에 말린 고사리 한 봉을 구매하고 축제장을 나설까 고민 중이었다고 했다.

이들에게 축제장 방문 후, 전반적인 소감을 묻자 "그저 그랬다"는 답을 얻었다. 고사리 축제라고 해서 왔는데, 막상 고사리에 관련된 것은 찾기 힘들고, 화장품이나 장난감, 햄 같은 상품이 많은 것 같다면서.

기자는 조심스레 물었다. 축제장을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느냐고.

두 어르신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은행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주지역 축제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내용을 살피면, 제주지역 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논의가 없는 점”이라고 한다.

제주도의 특수한 지형학적 요소, 역사적 전통, 지역문화적 특성, 관광산업전략 등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축제 속에 조화롭게 녹여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 좋은 축제란?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

언어학 박사이자,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인 고영림 회장은 “좋은 축제는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라고 말한다.

행정이나 특정 기관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축제장을 방문했다는 고 회장은 기억에 남는 사례로 하나의 축제를 꼽았다. 바로 스위스에서 매년 초 열리는 바젤(Basel) 카니발이다.

스위스 바젤 지역에서 열리는 ‘바젤 카니발’은 2월의 어느 날 월요일 오전 4시부터 목요일 오전 4시까지, 정확히 72시간 동안 열린다. 그리고 축제의 시작은 늘 ‘모르게슈트라이흐(Morgestraich)’라는 이름의 거리행진이다.

2018 스위스 바젤 축제 현장 모습. (사진=바젤축제 공식 홈페이지)

약 17만1000여명(2017년 기준)의 인구가 거주하며,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도시 바젤은 축제 기간 중, 어둠에 휩싸인다. 3일 동안 바젤의 주민들은 도시의 불을 끄고, 창문에 커튼을 친다.

축제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둠 속 새벽 4시가 되면 바젤의 주민들은 하나둘씩 거리로 나온다. 모두 가면을 쓰고, 등불을 들고 있다.

가면의 모양은 모두 제각각이다. 지난해 바젤에서 벌어진 사건사고와 관련된 모양이 있는가 하면, 도통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운 괴상한 형상의 가면도 있다. 또, 마을 사람들만 아는 '지역민을 패러디한' 가면도 존재한다.

2018 스위스 바젤 축제 현장 모습. (사진=바젤축제 공식 홈페이지)

가면을 쓴 바젤 마을 사람들은 동이 틀 때까지 조용히 거리를 걷는다. 이때 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소리를 내면 손가락 모양으로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받게 된다. 화려한 가면을 쓰고 어두운 도시를 걷는 이들의 모습은 매우 몽환적이며, 삶과 죽음 어느 한 가운데 놓인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때 주의사항이 또 있다. 축제 현장 사진을 찍고 싶다면, 플래시를 절대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플래시 기능이 켜진 지 모른 채 사진을 찍었던 자신의 후일담을 전하며,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만약, 바젤 축제에 가게 된다면 사진은 꼭 플래쉬 기능을 끄고 찍으라면서.

다시 바젤 축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시간이 흘러 동이 트기 시작하고, 마을의 가로등이 꺼지면, 침묵은 깨진다. 마을 사람들은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밤을 깨운다.

스위스 바젤 축제에서 북을 든 시민의 모습. (사진=바젤축제 공식 홈페이지)

바젤 축제의 핵심은 ‘마을 주민들이 가면을 쓰고, 동이 트지 않은 새벽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관광객은 이들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참여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은 바젤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도 명시되어 있다. 바젤 주민들이 만드는 축제를 관람하고 싶다면, 그들의 법을 따라야 한다.

축제에 별다른 체험 행사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은 바젤 축제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리고 지역민이 오롯이 주인공이 된 바젤 축제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로 성장해 현재 유럽 50대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 회장은 바젤 축제를 소개하며 “축제는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고 했다. 축제에서 얻은 에너지는 힘든 일상을 치유하고, 새롭게 나아갈 힘을 준다면서.

이어 고 회장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

“우리의 축제는 과연 누가 주인인가.”

고 회장은 약 40여년 전, 어린 시절 경험했던 제주에서의 축제 하나를 회상했다. 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과거 모습과는 다른 ‘한라문화제’다.

당시 한라문화제는 동네 삼춘이 각설이 분장을 하고, 동네 어르신들이 풍물놀이를 하는 마을 잔치였다. 지역민이 주인공인 일종의 놀이터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제주도, 도의회 등이 후원하며 축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마을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진행하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주최측이 기획한 몇몇 공연이나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형식의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올해 탐라문화제에는 제주도에서만 1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작년에는 15억4000만원, 재작년에는 14억5000만원의 도민 세금이 축제에 투입됐다.

고 회장은 “탐라문화제의 민속경연대회나 동 대항대회처럼 지역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축제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행사 부스로 가득한 현장은 마치 장터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끝으로 고 회장은 ‘과거에는 소박한 골목길 하나하나가 만남의 장이었는데, 이것이 파괴되어 사라지니 주인의식을 가진 축제도 많이 소멸한 것이 아닐까’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역민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자리가 점차 사라지며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대한 주인 의식도 함께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제주 지역의 축제 사례는 없을까.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야만 좋은 축제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다음 기사에서는 지역민이 주인이 된, 훌륭한 제주지역의 문화행사 사례를 소개하겠다. 바로 한림읍에 위치한 한수풀도서관의 <제11회 북카페> 행사다.

단 700만원의 예산으로 일주일 동안의 지역 축제를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음 기사에서 만나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