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는 야단 떨면서 도심 녹지는 무관심한 사람들”
“비자림로는 야단 떨면서 도심 녹지는 무관심한 사람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5.0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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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가 있어야 사람도 산다] <1> 녹지의 중요성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 공사로 대규모 녹지 사라질 위기
교육벨트인 4개 교육기관 바로 앞 관통해 6차선 도로 예정
시카고대 교수진 “나무 심으면 젊어지고 삶 더 윤택해져”

서귀포 도시 우회도로를 두고 논란이 많다. 행정이나 주민들은 도로 개설을 요구하지만, 도로가 개설될 경우 서귀포의 ‘교육 벨트’는 치명상을 입게 돼 있다. 더구나 여기엔 대규모 녹지가 자리잡고 있다. 녹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따라서 <미디어제주>는 삶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살피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사람들은 막연한 상상을 한다. 자연환경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건강도 챙겨줄 것이라고. 그런 상상은 사실이다. 유럽이나 미주 각국은 녹지를 늘리려 애를 쓴다. 그것도 도심에 대규모 녹지를 만든다. 이유는 자연환경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환경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필수요건이다. 서귀포 도시 우회도로 추진을 바라보면 그에 배반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극히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여타 도시의 경우도 녹지 확보에 애를 쓰는데, 서귀포시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도시 우회도로 사업이 진행되면 7000㎡에 가까운 녹지는 사라진다. 100여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도 사라진다. 둘레만도 2m를 넘는 소나무가 즐비한데, 소나무숲은 통째로 날아간다.

녹지는 사라져도 좋을까. 왜 녹지를 없애려 할까. 이유는 재산 가치에 있다. 주민들은 그런다. 녹지를 없애고 도로를 만들어야 재산 가치가 되고 지역이 발전한다면서.

지하차도로건설 결사반대 위원회가 내건 현수막. 멀리 뒤로는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지하차도를 만들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하차도로건설 결사반대 위원회가 내건 현수막. 멀리 뒤로는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지하차도를 만들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미디어제주
왼쪽이 제주유아교육진흥원 건물이다. 지하차도를 개설해달라는 인쇄물이 부착된 곳부터 도로가 시작된다.
왼쪽이 제주유아교육진흥원 건물이다. 지하차도를 개설해달라는 인쇄물이 부착된 곳부터 도로가 시작된다. ⓒ미디어제주 

도시 우회도로 개설에 포함된 소나무 숲은 서귀포시 교육벨트의 핵심이다. 소나무 숲 남쪽으로 서귀포도서관, 서귀포학생문화원,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교육 관련 4개 기관을 찾는 이들에게 숲은 여유를 주고,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계획된 도로는 35m 6차선 도로로 이들 기관 바로 북쪽을 지난다.

그건 그렇고, 녹지를 없애고 도로를 만들면 재산 가치가 높아지긴 할까. 외국 연구사례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례를 하나 보여주고 싶다. 지난 2015년 시카고대학교 오미드 카르단 교수 등 4명의 교수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이 있다. 논문은 ‘대도시 중심의 주변 녹지와 건강’이라는 제목이다. 그 논문에 따르면 녹지가 많아야 삶은 윤택해진다고 나온다.

논문을 좀 들여다보자. 논문은 캐나다 토론토 지역의 녹지를 분석했다. 가로수를 일일이 점을 찍어 분석을 시도했다.

토론토 도심에서 한 구획당 10그루를 심으면 연간 개인소득 1만 달러가 상승하거나, 1만 달러 더 높은 동네로 이사했을 때 느낌을 받는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또한 11그루를 더 심으면 연간 개인소득이 2만 달러 상승하거나, 2만 달러 더 높은 동네로 이사했을 때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아울러 신체적 나이도 1.4세 더 어려졌다.

시카고대 연구진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 녹지(가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건강해지고, 더 젊어지고, 소득 수준도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제주
시카고대 연구진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 녹지(가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건강해지고, 더 젊어지고, 소득 수준도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제주

녹지는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단순히 ‘그렇지 않느냐’는 상상이 아닌, 실제 논문에서 드러났다. 연구진은 나무 밀도가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고, 심장 대사 상태도 좋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논문을 종합하면 “사람이 사는 주변에 나무가 많으면 건강도 좋아지고, 더 젊어진다”고 정리 가능하다. 녹지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논문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서귀포 교육벨트를 관통할 도시 우회도로 개설은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주민들은 녹지를 없애서라도 35m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반면, 4개 교육기관은 그러면 안된다고 항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지는 살려야 한다는 게 답이어야 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녹지가 많으면 더 잘사는 삶이 되고, 더 젊어진다는데 왜 사람들은 도로를 뚫어달라고 할까. 비자림로에 베어지는 삼나무는 살리라고 하면서, 정작 도심지에 있는 녹지를 없애는 데는 잠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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