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은갈치 축제 주인공은 "나야,나! 냉동갈치"
서귀포 은갈치 축제 주인공은 "나야,나! 냉동갈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5.0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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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투입되는 제주의 축제, 현장 진단]
<2> 제2회 서귀포 '냉동' 은갈치 축제

제철 아닌 5월에 열려… 냉동 재고 판매 목적
냉동 은갈치 축제에 세금 1억9000만원 지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생태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축제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지역 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끈다.

사람들이 지역 특산물 축제를 찾는 이유는 있다. 바로 싱싱하고, 맛 좋은 특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맛보고 즐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대다수의 지역 특산물 축제는 제철에 열리는데, 제주의 경우 한라산 고사리 축제(4월 말)와 방어축제(11월 말~12월 초)가 그렇다. 가장 맛 좋을 때 열리는 축제여야 소비자에게 질 좋은 상품을 선보일 수 있고, 지역 특산물에 대한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지역 특산물 축제장에서 파는 특산물이 제철이 아닌 엉뚱한 계절에 열린다면 어떨까.

제주에 그런 축제가 있다. 바로 서귀포에서 열린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다. 지금부터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의 현장 진단을 시작한다.

 

# 제철 피해 열리는 은갈치 축제, 도대체 왜?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가 열렸다.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서귀포항 자구리해안 일대에서는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제주 은갈치’의 제철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경으로 본다. 조금 관대하게 기간을 잡자면, 7월부터 11월 사이로 볼 수도 있다.

서귀포 수협에서는 제주 은갈치 판매 페이지를 통해 ‘갈치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겨울(11월~1월)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때 잡히는 갈치는 살집이 도톰하기 때문이란다.

어찌됐건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가 열린 5월 초를 갈치의 제철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왜, 갈치 제철이 아닌 시기에 축제를 진행한 걸까? 제철이 아니라면, 갈치 어획량이 그리 많지 않거나 값이 비쌀텐데 말이다.

이유는 있었다. 바로 작년에 잡아 보관 중인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축제 목적은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의 사업계획서에 잘 나와 있다.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 사업계획서 내용.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개선이 축제의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축제 주최측에서는 '선상냉동갈치'가 생물갈치 못지 않게 뛰어난 맛을 가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조리 방법에 따라 냉동갈치도 맛있게 먹을 수는 있다. 튀겨먹는 조리법이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갈치를 그냥 구워먹는다고 한다면, 갓 잡아올린 생물갈치와 비할 바는 못 된다.

선상냉동갈치란, 갈치를 잡자마자 배(선상)에서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한 갈치를 말한다. 급속 냉동해 진공포장했기 때문에, 유통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매우 긴 편이다.

또, 선상냉동갈치는 일반 생물갈치보다 가격이 약 30~40% 저렴한 편이다. 이유는 냉동이 생물보다 살이 부드럽지 못하고, 맛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연 설명 없이도, 모든 생선은 냉동보다 생물이 신선하고 맛있다. 수산물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선도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누구나 안다.

자, 다시 서귀포 은갈치 축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 도민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방문했다.
2018년 5월에 열린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 도민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축제장을 방문했다.

2018년 5월 5일 <미디어제주>는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했다.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장에는 냉동갈치만 가득했고, 생물갈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생물 안 파는 제1회 “냉동” 은갈치 축제?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아무리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열린 축제라 하더라도, 명색이 ‘은갈치 축제’인데 생물갈치도 판매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쉽게도 이번 축제장에서도 생물갈치는 만날 수 없었다. 생물갈치는 오전에 잠깐 열리는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현장 관계자의 답변도 같았다.

은갈치 축제인데, 생물갈치가 왜 없느냐 물으니 관계자는 “갈치가 많이 잡힐 때가 아니라서 물량이 없다”라고 말했다.

서귀포 은갈치 축제가 갈치의 제철이 아닌 때에 열린다는 점을 관계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 냉동고에 쌓인 갈치 판매하려 만든 ‘은갈치 축제’

결국 은갈치 축제는 선상에서 잡아 급냉한 냉동갈치의 재고를 갈치 제철이 오기 전에 판매하겠다는, 수협의 야심찬 포부(?)가 담긴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갈치 제철에 많이 잡히는 싱싱한 생물갈치를 두고, 굳이 선상냉동갈치를 살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선상냉동갈치도 맛있다’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2017년과 2018년은 이례적인 갈치 풍년이 계속됐는데, 어업인 입장에서는 냉동 중인 갈치를 갈치 제철이 다시 오기 전,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축제로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면 제주 어업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축제장에서 파는 갈치가 ‘언제’ 잡힌 갈치인지, 얼마나 냉동고에 보관된 갈치인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장에서 판매 중인 해동 갈치. 냉동된 갈치를 해동한 상품이다.
언제 잡아서, 얼마나 냉동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소비자는 알 수 없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5일 축제 현장에서 은갈치를 구매해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들 중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소비자는 먹거리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해당 먹거리가 싱싱한지, 언제 수확된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곳 은갈치 축제장에는 그러한 설명이 전혀 없다. 축제장에서 팔리는 은갈치 중, 작년 제철에 잡은 것들이 상당수일 텐데 아무런 설명 없이 이를 판매하고 있다.

관광객이나 제주 은갈치 제철을 잘 모르는 소비자라면, 이것이 작년에 잡힌 갈치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제2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장의 판매장 옆에 마련된 '은갈치 홍보 부스'. 갈치에 대한 설명이 있으나, 축제의 주인공인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기자는 축제장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축제장에 마련된 뿔소라 잡기 체험장에서 소라 구이를 함께 나눠먹으며 맺은 인연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귤 농사를 짓는다는 아주머니. 그는 은갈치 축제의 의미를 알까? 일반적인 도민은 제철 아닌 시기에 열리는 은갈치 축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거 다 냉동갈치라 맛이 없어. 사지 마. 냉동도 바로 먹으면 맛있는데, 축제장에서 파는 건 오래돼서 그냥 구우면 퍼석퍼석 해. 튀기면 좀 나은데, 생물이랑 달라. 난 생물만 먹어.”

그는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갈치는 냉동된 지 오래되어 맛이 없다며, 기자에게 ‘사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무리 냉동이라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싼 맛(?)에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으니 “별로 싼 가격도 아니”라며 시장에 가면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꿀팁(?)도 전해주었다.

 

# 소비자 우롱하는 축제에 도민 세금 1억9000만원 쓴다고?

서귀포 은갈치 축제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갈치 축제는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에서 주최하고, 서귀포 은갈치축제 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수협중앙회가 후원하는데, 이번 축제에만 무려 1억9000만원의 도비가 보조금으로 지원됐다. 이는 올해 축제의 총예산 3억8000만원의 50%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작년에 열린 제1회 은갈치 축제에는 도민 세금 1억원이 보조금으로 투입됐다.

도민들은 알까. 냉동고에 있는 갈치 재고를 판매하려는 목적의 축제에 세금 1억9000만원이 쓰인다는 사실을.

만약, 사업계획서에 밝힌 대로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인식 제고’가 축제의 목적이라면 이를 알리는 홍보관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축제장에는 갈치보다는 먹거리나 공산품 판매 부스가 주를 이룬다.

그나마 있는 행사 부스 중 하나를 체험하려 하니, 부스에 앉아있던 관계자는 “담당자가 없어서 체험이 불가하다”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담당자가 언제 오느냐 물으니, 그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축제의 질적인 측면을 살펴도 작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체험 프로그램이 늘기는 했지만, 상당수가 체험비를 받고 있어 수익을 내기 위한 일종의 '장사'로 보여진다. 예를 들면, 체험 부스의 상당수는 3~5000원의 체험비를 내야 체험이 가능하다. 그나마 기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가장 '제주의 축제'다운 체험은 3000원에 뿔소라 10마리를 잡을 수 있는 ‘뿔소라 잡기 체험’이었다.

 

# 냉동갈치 판매 목적의 축제, 세금을 꼭 지원해야 하나요

작년 은갈치 축제의 사업계획서의 ‘프로그램 원칙 항목’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었다.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 프로그램 원칙>

원칙1. 은갈치 명품화를 통한 고부가 경제관광 축제를 만들다.

원칙2. 사람, 역사, 자연을 기반으로 한 서귀포다운 문화 축제를 만들다.

원칙3. 어디가나 있는 복사판 같은 축제는 철저히 배제하다.

은갈치 명품화를 꾀하고, 복사판 같은 축제를 배제한다는데... 실상은 냉동갈치를 소진하기 위한 숨은 목적이 있었던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였다.

그리고 제1회 서귀포 은갈치 축제의 사업계획서 어디에도 ‘선상냉동갈치’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열린 2회 축제는 어떤가. 1회 때도, 2회 때도 축제가 열린 기간과 냉동고의 갈치를 판매하겠다는 목적은 같다. 그런데 사업계획서 내용만 전혀 다르다. 올해는 앞서 밝혔듯 ‘선상냉동갈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 홍보의 기회 제공’이라고 축제 목적을 명시했다.

올해부터 '은갈치 축제는 선상냉동갈치를 판매하려는 목적의 축제'라는 사실을 대놓고 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선상냉동갈치를 시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그 회수가 많지는 않다.
무료 시식은 3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총 5회(회당 1시간)만 진행된다.

도비 1억9000만원이 지원되는 축제라면, 도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주가 되어야 한다.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리는 축제에 도민 세금이 지원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낸 세금은 지역의 갖가지 축제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된다. 그러니 도민이라면, 이러한 축제들을 관리하고, 감독할 권리가 있다.

세금이 지원되는 축제에서 문제가 보인다면, 주저 말고 제주도 및 관련 부서에 항의하도록 하자. 그래야 이처럼 ‘이상한’ 축제에 아까운 세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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