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마블의 위기, 어벤져스로 극복..."그렇다면 제주는?"
마블의 위기, 어벤져스로 극복..."그렇다면 제주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5.06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산 위기에서 히어로 영화의 대명사로... 마블의 위기탈출비법은?

-스파이더맨 잃었지만, MCU 세계관 구축 후 위기 극복한 마블
-'자연'이라는 미래 가치 포기한다면, 제주에 미래가 있을까?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믿고 보는 마블'이라는 말이 있다. 마블이 제작하는 영화라면 무조건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의 시리즈,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국내 개봉 13일 만에 관객 110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5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누적 흥행 수익은 20억 달러를 넘겼고 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처럼 어벤져스를 포함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영화만 냈다 하면 무조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는 마블.

그런데, 이러한 마블에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2009년 디즈니에 인수되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마블이지만, 불과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마블은 자금난과 부실경영으로 부도 위기에 허덕이는 회사였다.

그렇다면 마블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리고 이 사례를 제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 마블 코믹스, 파산 위기에 놓이다

마블은 1940년대 코믹스 출판물 사업을 시작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풀 네임은 ‘마블 코믹스’이지만, 기사 편의상 ‘마블’로 통합해 기재하겠다. 여기서 코믹스란, 미국의 만화책을 뜻하는 용어다.

만화책 사업을 시작한 마블은 1960년대 천재 작가 '스탠리(Stanley)'가 창조해낸 스파이더맨, 엑스맨의 인기를 바탕으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판타스틱4 등의 코믹스를 계속해서 히트시킨다.

이러한 인기 캐릭터를 필두로 마블사는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되는데, 이는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등을 탄생시킨 DC코믹스와 견줄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 '데드풀'에 카메오로 등장한 마블의 명예회장 '스탠리(Stanley)'. 히어로물을 사랑하는 어른이들에겐 '히어로'와 같은 존재랄까.

하지만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마블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갑자기 찾아온 출판만화 시장의 불황이 1980년대 이후부터 장기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방만한 경영을 계속한 마블은 연이은 투자 실패로 1989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반면 DC코믹스는 슈퍼맨(1978), 배트맨(1989)의 영화화로 큰 성공을 거둔다.

마블은 계속된 재정난으로 기업 주가는 1달러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스파이더맨, 헐크, 엑스맨과 같은 인기 캐릭터들의 저작권이 매각되기도 한다. 결국 1990년대 마블은 영화화 판권을 20세기폭스, 유니버설스튜디오, 소니픽쳐스 등의 제작사에 판매하며 기업의 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이른다.

 

# 위기탈출비법 ①영화 판권과 함께, 캐릭터 상품 판매

수십년 동안의 세월을 파산 위기 속에서 보낸 마블. 부활의 전략으로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바로 '플랫폼 다변화'였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마블의 사업창구, 사업영역을 뜻한다.

만화책 회사였던 마블은 1997년부터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콘텐츠 회사'로 변화를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이선싱(Licensing) 사업'이다. 라이선싱 사업이란, 저작권을 빌려주는 댓가로 일정 금액을 받는 ‘재산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선싱 사업은 기업이 가진 기존 자산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금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래 가치가 있는 라이선싱을 판매할 경우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헐값에 넘겨버리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이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과감한 선택과 동시에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마블의 라이선싱 사업 전략은 결과적으로 기업을 살리는 ‘위기 탈출구’가 됐다.

마블은 자사의 캐릭터의 판권을 팔아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만들어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얻은 라이선싱 수입은 2000년 1900만 달러에서 2007년 2억700만 달러로 늘어난다. 7년 동안 14배를 뛰어넘는 수입을 얻게 된 것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공식 웹자보.

마블의 라이선싱 사업 중, 대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바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영화 수익의 5%만 챙긴다"라는 내용의 계약을 소니픽쳐스와 맺게 되는데, 안타깝게도(?)이 스파이더맨 영화가 6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마블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새로운 수익 창구로 찾은 방안이 있다. 바로 캐릭터 상품이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캐릭터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스파이더맨이 개봉된 2002년 마블의 캐릭터 상품 매출은 1억55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은 "마블이 디즈니와 같은 거대 라이벌들을 때려눕힐 기세"라고 평가하기도 했단다.

 

# 위기탈출비법 ②인기 캐릭터가 대거 등장! MCU의 탄생

마블의 위기 이후, 새롭게 꾸려진 경영진은 마블 수퍼히어로 캐릭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5000여 개나 넘는 마블의 수퍼 히어로들 어딘가에 상품성을 갖춘 '히든카드'가 존재할 것이라 믿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자사의 캐릭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찾은 캐릭터가 바로 '아이언맨'이다.

2008년, 마블 코믹스는 자체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마블 스튜디오'를 통해 '아이언맨'을 세상에 선보이는데, 이로써 마블 코믹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바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시작이다.

2008년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10주년을 기념해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 79명이 한 자리에 모여 영상을 찍었다.
(사진=Marvel 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갈무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는 마블 스튜디오가 만드는 모든 작품들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 내용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방식이다. 그렇게 마블의 모든 작품은 서로의 세계관이 연결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참신한 제작 방식을 위해 마블은 2006년 유니버설 픽처스로부터 헐크의 판권을 되찾아오기도 했는데, 소니에 넘긴 스파이더맨의 판권만큼은 아직 찾아오지 못했다.

현재 스파이더맨의 판권은 소니 측이 가진 상태다. 그런데, 마블이 제작하는 영화 '어벤져스'에는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이유는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저작권을 이유로 묵혀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양 기관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표하는 영화마다 흥행 기록을 세우는 MCU에 스파이더맨이 빠지면, 스파이더맨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소니 측의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MCU라는 세계관 덕분에 마블이 발표하는 영화를 '모두' 관람하게 되는 관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아이언맨과 헐크, 호크아이 등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단편 영화들을 모두 관람하는 것이다.

모든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각각의 영화를 이해함에 있어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MCU의 팬들은 모든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이들 캐릭터 간 연결고리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각 영화마다 다른 히어로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팬들의 기대를 키운다.

이러한 마블의 전략은 어쩌면 영화 팬들의 심리를 잘 이해한 고도의 기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은 마블이 기존에 가진 다양한 캐릭터와 그 가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 마블 위기탈출비법 ③급할수록 한 걸음부터!

마블은 위기를 극복하려 서두르지 않았다. 단숨에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전술을 세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이언맨’이다.

마블은 '아이언맨'의 성공적인 영화 사업 진출을 위해 캐릭터의 설정부터 캐스팅까지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제 우리의 경쟁력은 '캐릭터 브랜딩(Character Branding)'에 있다.
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캐릭터를 깊숙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배역과 콘텐츠를 선정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마블 엔터테인먼트 CEO '에릭 롤만

캐릭터 브랜딩의 예로,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연기할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캐스팅한 사례가 있다.

토니 스타크는 죽을 고비를 넘긴 백만장자로 등장한다. 마블은 이를 연기할 배우로 마약 중독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재기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선정했다. 이 선택은 결국 엄청난 홍보 효과와 함께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현재 흥행 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 공식 웹자보.

2009년, 디즈니는 MCU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마블을 4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마블은 그야말로 ‘꽃길’만 걷고 있다.

마블이 파산 위기에 놓였던 당시,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DC. 지금은 'DC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배트맨, 슈퍼맨 등의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지만, 발표하는 영화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수익을 보이기 때문이다.

마블과 DC의 사례는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자사의 강점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 마블의 미래 가치는 '캐릭터', 제주의 미래 가치는 '자연'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팔아 더 큰 수익을 낼 기회를 잃었던 마블의 과거.

아이언맨의 판권을 되찾은 이후 MCU 세계관으로 발표하는 대다수 영화를 흥행시키는 마블의 오늘.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시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제주의 오늘과 내일이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송악산 뉴오션타운이 개발될 경우, 인근 경관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주에서, 미래 가치란 무엇일까.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혹여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미래 가치'라는 말로 난개발을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마블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을 팔아치운 것처럼 말이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을 되찾으려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하지만 소니 측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마블은 '스파이더맨'이라는 거대한 미래 가치를 잃었다. 물론, 마블에는 다행히 아직 히어로가 많다.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앤트맨 등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만 하더라도 수를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마블의 미래 가치는 스파이더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에 있었고, 덕분에 MCU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는 어떤가.

'자연'이라는 제주의 미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자연을 대체할 가치가 제주에 또 있을까?

'뭣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을 잃고 후회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