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축가가 필요했어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축가가 필요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4.3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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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준공된지 5개월된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제주시 원도심을 찾는 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등장
교육 관련이나 도서관 관계자들에겐 필수코스로 ‘인기’
“건축가와 건축주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솔직히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 아무도 몰랐다. 지난해 12월 7일 문을 연 ‘김영수도서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건축이 무엇인지를 이 도서관은 보여준다. 그렇다면 건축이란 무엇일까. 답은 서로 다르다. 건축가마다 다르고, 그걸 바라보는 이들마다 다르다. 공통적인 게 있다면 ‘사람’이다. 건축은 인간을 담는 그릇이기에 ‘사람’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건축이 늘 그렇듯, 사람을 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건축활동이 아닌, 건설활동이 되는 건축물을 바라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같은 재료라고 할지라도 사람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건물은 작품으로 남기도 하지만, 흉물이 될 수도 있다.

김영수도서관은 몇 개월간 제주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건축물이다. 준공 시점으로 계산하면 5개월된 건축물이다. 건축인들도 김영수도서관을 보러 오고, 도서관 관계자들도 들른다. 사전에 약속을 잡고 오는 이들도 있고, 제주시 원도심을 들렀다가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북초에 있는 김영수도서관 내부 공간. 미디어제주
제주북초에 있는 김영수도서관 내부 공간. ⓒ미디어제주

특히 교육 관계자들에겐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코스가 됐다. 여타 시도에서 줄을 맞춰온다. 교장단이 찾기도 하고, 시도교육청 인사들도 있으며, 교육지원청 인사들도 들르는 건축물이다.

왜 사람들이 김영수도서관을 찾을까. 이 도서관은 제주북초등학교에 있다. 자로 대듯 경계를 표시하면, 학교에 있는 건축물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한 작품성에 있지 않다. 작품을 만들어내려 했던 건축주의 의지와 건축가의 열정이 잘 배합돼 있다. 김영수도서관이라는 작품을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난관을 뚫고, 작품을 만들어냈다.

건축주는 학교의 주인공인 학생과 교직원이다. 그들은 기억을 살려내는 일을 벌였다. 박희순 교장을 비롯,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작품을 만들어냈다. 도서관을 만들어준 ‘김영수’라는 선배의 기억을 없애지 않고, 한층 승화시키는 작업을 건축주가 해냈다. 밀어버리고 새로 쌓으면 될텐데, 건축주는 그러지 않았다. 기억을 지켰고, 그 기억에 새로운 그들의 기억을 계속 얹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은 쌓인다.

김영수도서관을 맡은 건축가는 단순한 디자이너가 되기를 포기했다. 탐라지예 권정우 대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대로 김영수도서관에 도입했다. 그는 늘 쉽게 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했더라면 돈이라도 벌텐데, 어려운 일만 늘어놓았다. 고건축에 쓰였던 목재를 가지러 육지로 돌아다니질 않나, 내장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조명등을 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행정 공무원들은 정해진 틀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 틀만 따랐다면 김영수도서관은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건축가에겐 ‘총괄’을 붙여줘야 한다. 건축가가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하려면 자신이 총괄이 되어 디자인을 진두지휘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건축가 권정우는 ‘총괄’이 아님에도 그런 과정을 뚫고 김영수도서관을 헌납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원도심의 핫이슈는 되지 않았을게다.

남은 일은 김영수도서관을 제주북초등학교라는 틀에만 가둬두어서는 안된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김영수도서관을 새로 꾸밀 때부터 이런 생각에 공감했다. 학교 도서관의 주인은 ‘모든 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수업 때는 학생들의 것이지만, 학교 일정이 마감되면 지역 주민들이 호흡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이었다. 조만간 그런 활동이 시작된다.

그나저나 박희순 교장은 왜 권정우 대표에게 일을 맡기게 됐을까. 잠시 그의 말을 들어본다.

“학교는 백년지계여야 하잖아요. 학생은 미래인데, 그런 철학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어요. 권정우 대표를 만나보니 그런 철학을 지니고 있었죠. 믿을 수 있겠다 싶어서 맡겼어요.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었고, 철학이 살아 숨쉬고 있었어요.”

건축주는 건축 철학을 지닌 건축가를 원했다. 무조건 아이만을 생각하는 그런 건축가가 필요했다. 건축가는 그렇게 화답했다. 건축가와 건축가는 응당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김영수도서관이 보여준다. 교육시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김영수도서관은 말한다. 학생들이 쓸 자산이며,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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