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의 주제는 어머니 … 우리 어멍 하영 속아수다”
“내 음악의 주제는 어머니 … 우리 어멍 하영 속아수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4.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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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 노래에 담아온 제주어 가수 양정원
가수 겸 배우로 왕성한 활동 … “제주의 얘기 다양한 노래로 만들고 싶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학창시절에 기타 치멍 대중음악을 제주어로 개사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신디 그 때는 사투리 쓰민 ‘촌놈’이랜 얘기 들어났주게. 전국 돌아다니당 보난 제주에 이실 때는 몰라신디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바다… 진짜 제주가 보이기 시작핸게”

제주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지 30여년. 가수이자 배우인 양정원씨가 최근 제주문화창작공간을 운영하면서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마다 작은음악회를 갖고 있다.

제주어 가수로 노래를 시작한지 30여년째인 가수 겸 배우 양정원씨. 최근에는 제주문화창작연구소 대표로 제주문화창작공간을 운영하면서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마다 음악회를 갖고 있다.
제주어 가수로 노래를 시작한지 30여년째인 가수 겸 배우 양정원씨. 최근에는 제주문화창작연구소 대표로 제주문화창작공간을 운영하면서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마다 음악회를 갖고 있다.

제주창작연구소 대표로 최근 사라져가는 제주 문화와 제주인의 삶을 제주어 노래로 재조명하고 있는 그가 지난 28일 음악회에 즈음해 재경 성산읍향우회 소식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음악 인생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제주어로 만든 노래를 표준어로 개사해서 불러보니까 노래 맛이 안나더라”며 “‘경허영’, ‘강봥왕’ 등 제주어에 ‘ㅇ, ㄴ’ 받침이 자주 쓰이는 점 때문에 노래를 얼핏 들으면 프랑스어 같은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다운 얘기에 멜로디를 담아 보면 표준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곡을 제주어로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가 만든 ‘삼춘’이라는 노래가 대표적이다.

“수산리 학교 앞에서 늘상 보는게 동네 삼촌들인디 고성오일장 가는 분들신디 ‘삼춘 어디 감수과’, ‘장에 감쪄’ 이런 대화를 노래로 만들었주게. 노래에는 제주의 거친 바람도 있고, 제주를 늘 지키는 현무암추룩 거친 어머니들의 삶 속에는 강인함이 이서게…”

그래서 그가 부른 ‘삼춘’이라는 노래는 리듬은 경쾌하지만 내용은 슬프다.

노래 구성도 ‘삼춘’이라고 부르면 관객들이 ‘무사’ 이렇게 답하면서 우리가 살아오면서 봐온 것들을 서로 얘기하는 방식으로 하니까 좋아하더라라는 게 그의 얘기다.

제주 민요 중 ‘이어도사나’라는 곡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광치기 해변을 지나가다가 ‘터진목’이라는 학살터를 보면서 이 곡을 대중음악으로 만든 게 영화 ‘지슬’의 엔딩크레딧에 들어가게 됐다고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영화에 직접 출연하게 된 것도 오멸 감독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거리에서 콘서트를 하다가 오 감독을 만나 공연을 함께 하던 중 그가 만든 단편영화에 ‘어이그 저 귓것’ 이 노래를 음악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에게 배우를 해달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입문하게 됐다는 것.

그 후 ‘뽕돌’, ‘지슬’, ‘하늘의 황금마차’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 ‘인어공주’에서는 영화배우 문희경의 남편 역할을 맡았다.

‘하늘의 황금마차’로 체코 영화제에, ‘귓것’으로는 한일해협 영화제가 열린 후쿠오카에 간 것을 비롯해 제천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근래에는 가수보다 배우로서 더 왕성한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재일동포 요양원에서, 또 며칠 전에는 도쿄에서도 공연을 갖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가 ‘어머니’임을 강조한다.

그는 “어머니는 내 어머니도 되지만 제주의 모든 어머니 분들이다. 한라산에서 오름까지 모두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산세가 모두 여성을 닮아 있다”면서 제주 어머니를 테마로 해서 만든 ‘우리 어명 하영 속아수다’, ‘ᄌᆞᆷ녀 팔자’ 등 제주에서 태어난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담은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제주에 대한 노래를 다양하게 만들 생각이다.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제주의 한스러움을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소식지를 받아볼 재경 성산읍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강인한 정신이 있어서 척박한 땅에서 타 지역으로 가서 섬을 떠나 살고 있고 섬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게 섬 사람들이지만 모두 아름다운 고향 제주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곳에 가서도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시는 일들이 모두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십대 후반 교통사고로 양 손 모두 마비증세를 겪으면서 2급 장애판정을 받은 양정원씨가 기타를 치기 위해 직접 고안해낸 골무 모양의 피크.
이십대 후반 교통사고로 양 손 모두 마비증세를 겪으면서 2급 장애판정을 받은 양정원씨가 기타를 치기 위해 직접 고안해낸 골무 모양의 피크.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하고 전역한 직후인 20대 후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양쪽 손과 오른쪽 다리에 마비 증세가 있었던 그는 혼자 기타를 연습하던 중 골무를 감아서 피크에 붙여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을 연구, 지금도 이 방법을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를 딛고 제주어 가수로, 또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인생 후반 스토리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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