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애호’의 무도
‘만유애호’의 무도
  • 문영찬
  • 승인 2019.04.18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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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47>

암사역 흉기 난동사건, 버닝썬 폭력사건 등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서 경찰의 대처방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경찰과 피의자의 대치상황. 피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 위험을 감지한 경찰이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 경중에 따라 과잉진압 또는 소극대응이라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게다가, 피의자가 조금만 다쳐도 그 가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피의자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니 돌아오는 건 무능한 경찰관이라는 비난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과잉 진압’,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무능한 경찰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춰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찰. 그들의 적절한 대처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수많은 사건사고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경찰관들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위축되지 않고 적절한 대처가 가능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유애호(萬有愛護)의 철학을 지닌 합기도(合氣道, AIKIDO)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합기도(合氣道, Hapkido)가 국내에서는 치고, 차고, 꺾고, 던지는 종합무술로 알려져 있지만, 정통합기도(合氣道, AIKIDO. 이하 ‘합기도’)는 나를 공격하는 적까지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만유애호의 철학과 가치를 바탕으로 비폭력을 추구하는 무도이다.

합기도는 나를 공격하는 상대의 힘을 힘으로 대항하지 않고, 그 힘을 이용해 상대를 안전하게 제압한다.

그러다 보니 공격해오는 상대가 나를 해치려는 마음이 없다면, 상대의 공격에 힘이 실려 있지 않다면 간단한 기술조차 제대로 걸기 어려운 무술이다.

반대로 상대가 나를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공격에 힘을 실었을 때에는 그 힘만큼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무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기도를 제대로 배운 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만유애호의 합기도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약자에게는 약하고 강자에게는 강한 무술. 합기도의 이런 철학이 피의자도 국민이기에 보호해야만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최근 (사)대한합기도회 소속 합기도 도장으로 경찰관들의 무술지도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지도 중인 문영찬 제주지부장의 모습.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지도 중인 문영찬 제주지부장의 모습.
철도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지도 중인 전찬규 원주도장장.
철도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지도 중인 전찬규 원주도장장.

(사)대한합기도 제주오승도장은 2012년 해안경비대를 시작으로 2016년 제주경찰특공대, 2018년 제주동부경찰서에 이어 올해는 제주서부경찰서에서도 현역 경찰을 대상으로 호신술 및 체포술 등 정통합기도를 지도하고 있다. (사)대한합기도 원주오승도장 역시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영주지방철도특별사범경찰관을 대상으로 합기도 지도를 시작하였다.

합기도를 처음 접하는 경찰들은 “이제까지 접했던 무술들과는 사뭇 다르다”며 “재미도 있지만 경찰 업무의 특성과 현장에 아주 잘 맞는 것 같다”며 열의에 찬 모습으로 합기도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이 기존에 익혔던 체포술이나 호신술은 손목이 잡히면 어떻게 하겠다는 후의 선(後の先)을 표현한다면, 합기도는 처음부터 손목을 잡힐 상황을 만들지 않게 대비하고 오히려 손목을 잡게 유도하는 선(先)을 표현하고 있기에 기존 무술들과는 다르다고 느꼈을 법하다.

상대가 손목을 잡게 유도한다. 이는 곧 상황을 내가 만들고 이끌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의자와의 대치상황에서 경찰이 주도권을 쥐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상대를 유도하여 안전하게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다면 경찰관 본인은 물론, 상대마저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대한합기도회 소속 회원 중에는 20년 이상 수련을 해오고 있는 현직경찰관들도 꽤 있다.

경찰은 위험에 처한 국민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법질서 수호의 최일선에 서 있다.

경찰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과잉 진압, 소극적 대응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경찰 개개인의 안전은 물론, 공격해오는 상대마저 안전하게 보호하며 제압함으로써 대치상황을 종료시키는 만유애호(萬有愛護)의 무도. 합기도 수련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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